"비싼 공연 아니라도..볼게 널렸죠" 공연장 떠나는 20代
인기 있으면 10만원대 훌쩍
"1년 2~3번 보는것 마저 호사"
지갑 얇은 20대엔 '그림의 떡'
'주고객층' 자리 30대에 내줘
2인관객도 '나홀로'보다 줄어
특화마케팅 펼치며 20대 잡기
◆ 문화예술계 밀레니얼 쇼크 ③ ◆
공연장에서 이런 풍경은 이미 낯설지 않다.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콘텐츠를 앞세운 유튜브·넷플릭스 등 '가성비' 스트리밍 서비스 공세에 공연장을 찾는 20대 관객이 줄고, 구매력이 높은 30·40대가 이들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연 시장 중심축은 이미 20대에서 30대로 이동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BC카드가 공연 소비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공연 주 소비자는 30대 여성과 40대 남성이다. 2016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의 공연 소비 금액 중 20.8%가 30대 여성의 지갑에서 나왔다. 40대 남성과 여성 비중은 각각 15.6%와 14.1%였다. 20대 여성과 남성 비중은 각각 10.5%와 4.3%에 불과했다. 경제적 독립이 늦어 부모의 신용카드를 쓰는 20대들이 많은 세태를 감안해도 현격한 차이다.
그간 공연시장 큰손이었던 20대 데이트족의 감소는 이 같은 '밀레니얼 쇼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터파크 티켓에 따르면 2005년 전체 예매 건수 중 70%에 육박했던 2인 관객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8년에는 40%까지 떨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공개한 '2018 공연예술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공연시장 규모는 7593억원, 2015년은 7815억원으로 성장세를 이어왔으나 '촛불정국'이 이어졌던 2016년 7480억원으로 매출이 꺾였다. 2017년에는 8132억원까지 매출이 늘어났지만 성장세는 주춤한 모양새다.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많게는 1년에 수십 개에서 100여 개까지 증가하던 전국 등록공연장도 2015년 이후 뚜렷한 정체상태에 접어들었다.
공연장에 청년들 발길이 뜸해지는 이유는 높아진 티켓 가격과 매력적인 대체재의 출현이다. 공연계에 따르면 2014년 5만3000원이던 연극·무용의 중간급 티켓 좌석 평균가는 2018년 6만3000원으로 뛰었다. 음악 공연도 6만원 수준에서 7만원으로 올랐다. 특히 인기 있는 대극장 뮤지컬은 대부분 최하석이 6만원이고 VIP석의 경우 14만원에 달한다. 취업문이 갈수록 좁아져 가는 현실에서 지갑 사정이 얇은 20대들에게는 꽤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공연장에서 만난 20대 최 모씨는 "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작품들이 많지만 티켓 값이 비싸 살 때마다 망설인다"며 "'얼리버드' 예매 등을 활용해 할인 티켓을 구하려 애를 쓰지만 1년에 2~3번 즐기는 공연은 사실 사치에 가깝다"고 했다. 원종원 뮤지컬평론가는 "높은 티켓 가격은 쉽게 관객이 되지 못하도록 하는 가장 큰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미국, 영국 등에서는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학생 할인'을 제공하고 있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성장이 정체된 공연계를 지탱하는 이들은 동일 작품을 여러 번 관람하는 공연 마니아들을 가리키는 이른바 '회전문 관객'이다. 인터파크 티켓에서 지난해 뮤지컬 티켓을 예매한 73만명 중 동일 작품을 동일 아이디로 3회 이상 관람한 관객이 5만1600여 명이고, 그중 10회 이상 관람한 관객도 4900여 명에 달했다. 회전문 관람은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에 대한 '팬심' 때문으로 특정 배우 팬으로 한정된다.
공연계는 웹툰, 유튜브, 브이로그 등 젊은 관객들을 겨냥한 뉴미디어 마케팅을 펼치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 중이다. 지난달 국립발레단이 발레 '호이 랑'을 선보이며 인기 웹툰 작가 양경수와 협업한 게 대표적이다. 20만명 팬과 폴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양경수 작가는 국립발레단 인스타그램에 발레단 단원들을 그린 웹툰을 연재했다. 국립발레단 관계자는 "발레를 어렵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웹툰 등 대중적인 콘텐츠로 다가가고자 한 시도"라고 했다.
웹드라마로 화제를 모은 곳도 있다. 지난 8~10월 뮤지컬 '시라노' 공연 전 계열사 '디지털스튜디오 tvN D'와 합작해 '잘빠진 연애'를 만든 CJ ENM이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 이름이 '시란호'와 '노옥산'으로 원작의 '시라노'와 '록산'을 떠올리게 할 뿐 아니라 뮤지컬 노래를 편곡해 드라마 배경음악으로 삽입하기도 했다. CJ ENM 관계자는 "짧은 웹드라마 소비를 많이 하는 10·20대를 겨냥했다"며 "공연을 위해 홍보성 웹드라마를 제작한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전했다. 국립극장 등 공공극장도 주요 관객들이 고령화되며 미래 소비층이 될 수 있는 젊은 관객들을 잡는 데 열심이다.
[서정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AI가 윤동주 작품 재해석한 詩, 래퍼 아웃사이더 공연
- "비싼공연 아니라도 볼게 널렸죠" 공연장 떠나는 20代
- MBN, 2019 동아시안컵 11일 대한민국 vs 홍콩전 생중계
- 나만의 콘서트 즐긴다..세계 첫 가상현실 앨범
- [매경e신문] 오늘의 프리미엄 (12월 11일)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모델명·엠블럼 싹~ 르노의 변신 어디까지 [BUSINESS]
- ‘음주 운전’ 김새론, 연극 ‘동치미’ 하차...연기 복귀 노렸지만 ‘부정적 여론’에 무산 - MK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