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번리] '와우' 손흥민 70m '원더골', 마라도나 '소환'
입력: 2019.12.08 08:48 / 수정: 2019.12.08 09:24
토트넘의 손흥민이 8일 번리와 EPL 16라운드에서 전반 32분 70m를 단독 드리블한 뒤 시즌 10호골을 만드는 원더골로 86멕시코 월드컵의 마라도나를 소환했다. 사진은 원더골을 넣은 뒤 기뻐하는 손흥민./런던=AP.뉴시스
토트넘의 손흥민이 8일 번리와 EPL 16라운드에서 전반 32분 70m를 단독 드리블한 뒤 시즌 10호골을 만드는 '원더골'로 86멕시코 월드컵의 마라도나를 소환했다. 사진은 원더골을 넣은 뒤 기뻐하는 손흥민./런던=AP.뉴시스

8일 토트넘-번리 EPL 16라운드 전반 32분 시즌 10호골, 86멕시코월드컵 마라도나 골 '연상'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정말 놀라운 골이었다. 브라질 호나우두가 넣은 골 같았다.(조제 무리뉴 토트넘 감독)

"와우! 손흥민이 역대 최고의 골 가운데 하나를 기록했다. 내 생각에는 이번 시즌 최고의 골이다"(게리 리네커)

'슈퍼 소닉' 손흥민(27·토트넘)이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인생골'을 넣었다. 8일(한국 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번리와 2019~2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에서 손흥민은 무려 70m를 단독 드리블한 뒤 '원더골'을 넣어 토트넘 팬들은 물론 선수단, 조제 무리뉴 감독과 잉글랜든 축구팬들의 입을 벌리게 만들었다.

손흥민은 이날 수비에 가담한 전반 32분 토트넘 페널티박스 왼쪽 외곽에서 볼을 잡아 번리 진영으로 단독 질주를 시작, 무려 8명의 상대 선수들을 허수아비로 만들며 '원더골'을 완성, 86멕시코 월드컵 8강전에서 디에고 마라도나에게 충격의 골을 허용한 잉글랜드 팬들의 과거 기억을 소환했다.

잉글랜드는 86멕시코 월드컵 8강전에서 후반 마라도나에게 '신의 골' 논란을 일으킨 선제골을 허용한 데 이어 또 다시 하프라인 이전부터 60여m를 단독 드리블한 마라도나에게 추가골을 내줘 충격에 휩싸인 바 있다. 후반 막판 게리 리네커의 헤더로 1점을 만회한 잉글랜드는 결국 라이벌 아르헨티나에 1-2로 패하며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마라도나의 이 골은 아르헨티나를 멕시코월드컵에서 우승시킨 마라도나의 최성기 시절 나온 '시그니처 골'로 마라도나를 '축구의 전설' 펠레와 비교하게 만들 만큼 세계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 우승의 핵심 플레이어로 한국과 1차전에서 만나 3-1 승리를 거두는데 앞장섰으며 한국의 허정무가 그라운드에 나뒹굴게 만들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손흥민의 원더골은 혹사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무리뉴 감독의 비대칭 전술에서 출발했다. 8일 토트넘-번리전을 테크니컬지역에서 지휘하는 무리뉴 감독./런던=AP.뉴시스
손흥민의 '원더골'은 혹사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무리뉴 감독의 '비대칭 전술'에서 출발했다. 8일 토트넘-번리전을 테크니컬지역에서 지휘하는 무리뉴 감독./런던=AP.뉴시스

이날 토트넘 4-2-3-1 전형의 왼쪽 윙어로 선발 출장한 손흥민은 조제 무리뉴 감독의 '비대칭 전술'에 힘입어 1골 1도움에 원더골까지 기록했다. 전반 5분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볼을 원터치로 가볍게 해리 케인에게 연결하자 케인이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5-0 대승의 물꼬를 텄다. 손흥민은 리그 7호 도움으로 EPL 도움 랭킹 2위를 기록했다.

무리뉴 감독의 전술적 핵심 플레이어 손흥민의 진가는 전반 32분 나타났다. 무리뉴 체제에서 혹사 논란을 빚을 만큼 수비와 공격에서 활동 폭을 넓히고 있는 손흥민은 역설적으로 수비에 가담했다가 역습 찬스에서 주역을 맡는 무리뉴 전술의 창 역할을 하고 있다. 포백진의 라이트백 세르쥬 오리에를 윙어처럼 올리고 왼쪽 윙어 손흥민에게 수비 가담을 많이 시키는 무리뉴의 '비대칭 전술'은 손흥민의 '원더골'이자 '인생골'로 빛을 발했다.

손흥민은 앞서 두 골에 모두 관여하는 도움으로 2-0 리드에 기여했으나 득점권에서 몇 차례 결정적 골 기회 위치를 잡고도 볼이 오지 않아 안타까움을 나타내던 차에 기회가 왔다. 토트넘 왼쪽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서 볼을 잡아 그대로 돌파했다. 패스를 할 것으로 생각한 번리 수비수들이 멈칫거릴 때 그대로 돌파를 했다. 상대 선수 6명을 제치고 뒤늦게 뛰쳐나온 골키퍼와 마주 섰을 때는 이미 가속도가 붙은 엄청난 스피드로 골을 예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손흥민은 경기를 보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입을 벌릴 때 가볍게 페널티마크 왼쪽에서 오른발로 가볍게 골을 성공시킨 뒤 비로소 숨을 골랐다.

그라운드의 동료 선수들도 그대로 서서 박수로 '원더골'을 축하했다. 그냥 입을 벌리고 박수를 쳤다. 무리뉴 감독은 경기 후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손흥민의 골은 엄청났다"고 평가했다. 무리뉴 감독은 "내 기억으로는 바르셀로나에 있을 때 호나우두(브라질)가 그런 골을 넣었다. 호나우두의 골은 손흥민의 골과 비슷했다. 정말 놀라운 골이었다. 손흥민은 골키퍼 코앞까지 달려갔고, 골키퍼는 손흥민을 통제할 수 없었다. 골키퍼는 그 정도면 잘했다"라며 손흥민을 치켜세웠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도 "손흥민은 이번 시즌 '최고의 골'의 진정한 도전자가 됐다"고 전했고, 더선도 "손흥민이 이번 시즌 최고의 골을 터트렸다. 손흥민은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번리 선수들을 완전히 무너뜨렸다"고 보도했다. 손흥민은 경기가 끝난 뒤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투표 선정에서 해리 케인을 제치고 '킹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됐다.

이날 경기에서 토트넘은 2골 1도움을 기록한 해리 케인과 손흥민의 쌍끌이 활약에 루카스 모라와 무사 시소코의 득점까지 이어지면서 5-0 승리를 거뒀다. 손흥민은 정규리그 5골 7도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5골 2도움) 기록까지 더하면 이번 시즌 10골 9도움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손흥민은 최근 2년간 12월에 강한 면모를 다시 한번 유감없이 보였다. 지난 2017년 리그 4득점 3도움, 지난해 리그 6득점 3도움으로 펄펄 날았다.

토트넘은 무리뉴 감독 부임 이후 4승 1패를 기록하며 처음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케인에게 평점 10 '만점'을 주고, 손흥민에게는 평점 9.3을 줬다. 손흥민의 평점은 토트넘에서 두 번째이자 양 팀을 통틀어서도 두 번째다. 6승 5무 5패를 기록한 토트넘은 EPL 순위 6위로 두 계단 올라섰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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