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스로를 깨부숴야 한다”는 김영우 의원의 외침

입력:2019-12-05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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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또 시끄럽다. 오는 10일 임기가 끝나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여부는 표면적 이유일 뿐 친박·비박 간 해묵은 갈등이 근본 원인이다. 그 중심에 황교안 대표가 있다.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 철회를 명분으로 청와대 앞 단식투쟁을 강행했다. 여드레의 단식 끝에 빼든 칼이 읍참마속이다. 주요 당직자들의 사표 제출과 동시에 대규모 당직 개편이 이뤄졌다.

그러나 황 대표가 참한 것은 ‘마속’ 아닌 미운털이었다. 한국당을 ‘좀비정당’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을 쳐내고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 당직을 자신의 사람으로 채웠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을 불허한 까닭도 이의 연장선에 있다.

나 원내대표는 황 대표와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원내 관련 사안을 독단적으로 추진한 일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무제한 필리버스터 전술도 그 가운데 하나다. 한국당 원내대표 임기는 1년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잔여 임기가 6개월 이내인 경우 의원총회 결의로 의원 임기 만료 시까지 연장할 수 있다. 황 대표가 마뜩잖은 나 원내대표를 밀어내기 위해 이런 절차를 무시했다는 불만과 함께 ‘독재’라는 비판이 당내에 비등하다. 이래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황 대표가 대표-원내대표 투톱 체제를 대표 중심의 원톱 체제로 바꾸려 한다는 추론이 나오는 거다.

당내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가 변화와 쇄신이라는데 토를 다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변화와 쇄신은커녕 친박 색채만 더 강해지고 있다. 어제 3선의 김영우 의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앞서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 의원과 마찬가지로 당선이 유력한데 이 같은 결정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당의 앞날이 어둡다는 얘기다. 김영우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우리 스스로를 깨부수지 않은 채 단순한 정치 기술과 정치 공학, 상대방에 대한 공격적 언어만으로는 국민과의 간격을 메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비전 제시 없이 현 정부가 실수하기만을 바라는 구태의연한 한국당에 내린 적확한 처방이다. 김 의원이 강조했듯 한국당의 변화는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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