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이 이해한 엘사의 마음.. 짧지만 강렬했다

손화신 2019. 12. 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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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엘사는 귀를 막고 애써 외면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자신이 가진 힘이 강해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엘사.

악의 목소리라고 철썩같이 믿었던 것을 선의 목소리라고 믿기까지 그 급격한 심적 변화는 엘사의 내적 성장과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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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녀 리뷰] 태연, <겨울왕국2> 주제곡 '숨겨진 세상'

[오마이뉴스 손화신 기자]

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기자말>

 태연, '숨겨진 세상' 녹음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보이지 않아서 두려운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디딜 때 이 노래만큼 힘을 주는 곡은 없을 것 같다. Idina Menzel, Aurora가 부른 <겨울왕국2>의 주제곡 'Into the Unknown'이다. 시작엔 잔잔하다가 클라이맥스에서 폭발하는 대부분의 노래들과 달리 이 곡은 처음부터 시원하게 터뜨려버린다.

한국어 버전도 있다. 태연이 부른 '숨겨진 세상'이다. 태연의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가 가사의 내용과 잘 어울린다. 원곡 버전과 한국어 버전 모두 영화의 개봉과 함께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사랑받고 있다.  

"Into the unknown/ Into the unknown/ Into the unknown"

바로 이 부분이 빵 터뜨리는 도입부다. 태연의 '숨겨진 세상'은 <겨울왕국2>가 개봉하기 전에 이미 발표됐는데 영화를 보기 전에 들었을 때는 개인적으로, 이 곡이 과장되게 느껴졌다. 너무 세다고 할까. 너무 파워풀해서 피로하다고 느꼈는데, 신기하게도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들었을 때는 전혀 피로하거나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스토리를 알고 들으니 역시 그 배경이 되는 장면들이 떠오르면서 벅차오름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듣기 싫어 저리 가/ 제발 좀 나를 내버려 둬/ 지금 이 행복을 잃고 싶지 않은데/ 자꾸 왜 맴돌며 나를 데려가려 해

귀를 막겠어/ 스쳐갈 바람일 뿐이야/ 뭐라 말해도 (그만해)/ 못 들은 척 할래/ 소중한 내 사람들을 떠날 수 없어/ 저 불안한 세상에 날 떠밀지 말아 줘"

'숨겨진 세상'의 가사는 영화의 스토리를 압축적으로 반영한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엘사는 귀를 막고 애써 외면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엘사 자신뿐 아니라 누가 들어도 그 목소리는 불길하고 불안했다. 행복한 현재를 사는 엘사를 괴롭히며 못살게 구는 소리 같았다. 

하지만 엘사는 자신을 끊임없이 부르는 그 목소리를 끝까지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두려움 아닌 용기로
 
 영화 <겨울왕국2>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저 두렵고 낯선 위험한 모험들/ 비바람 몰아치듯 저 멀리서 날 불러

뭘 원해 넌 왜 자꾸 나를 부르니/ 내가 위험해지는 거 그걸 바라는 거니/ 어쩌면 알고 있니 마법 같은 내 비밀/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걸"

엘사의 태도가 바뀌는 지점이다. 내가 위험해지는 걸 바라느냐며 끝까지 저항하지만 "어쩌면"이란 세 글자와 함께 그의 마음은 그 위험 속으로 뛰쳐 들어간다.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걸'이란 가사가 어쩌면 이 곡의 하이라이트일지도 모른다.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라고 굳게 믿던 엘사가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고 180도 생각을 바꾸게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엘사는 어떤 계기로 마음을 돌리게 된 걸까. 힌트는 다음 가사에 있다.

"견디기에 버거워져 힘이 강해질수록/ 잠들었던 내 마음이 깨어나/ 어디 있니? 내가 보이니?/ 느낀다면 보여줘 널"

자신이 가진 힘이 강해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엘사. 그 힘이 향하는 방향은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달리 안전한 이곳이 아닌, 불안한 저 곳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확신을 가지고 위험한 모험 속으로 뛰어든다. 악의 목소리라고 철썩같이 믿었던 것을 선의 목소리라고 믿기까지 그 급격한 심적 변화는 엘사의 내적 성장과 다름없다. 전편에서 그랬듯 엘사는 깨닫는다. 두려움을 깨고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어둡고 험한 먼 길이라도/ 그곳에 가겠어/ Into the unknown!"

노래의 마지막 가사는 엘사의 결연한 의지로 가득 차 있다. 단순하고 짧은 노랫말이지만 한 곡 안에 엘사의 마음의 극과 극이 들어 있다. 그 변화의 폭이 크기에 이 곡을 듣고서 도저히 용기가 샘솟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외면했던 '그곳'이 진짜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닐까 하고.

무엇이든 자기 자리를 찾고, 잘못된 것을 되돌리기 위해선 고통을 지나는 과정을 겪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힘드니까 그 과정이 두려우니까 그곳을 '불안한 곳', '위험한 세상'이라고 부르며 모른 척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그곳'을 지금이라도 다시 들여다봐야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 말이다.

태연의 가창처럼 힘 있게, 엘사의 용기처럼 단호하게 미지의 세계로, 숨겨진 세상으로 나아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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