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수 섭외하고 싶은데.." 복지부 성공에 정부 부처는 '펭수 앓이' 중

박세인 입력 2019. 11. 3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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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와 자이언트 펭TV가 협업한 '세상에 나쁜 펭귄은 없다' 카드뉴스. 보건복지부 제공

“저희는 이제 되었습니다 #성덕 이닷!!! 끝없는 구애 끝에 펭수와 함께했뜨아” (보건복지부 공식 유튜브)

요즘 세종시 정부 부처 공무원들은 보건복지부에 부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구독자 100만명을 돌파한 인기 유튜버 ‘펭수’가 복지부 유튜브에 등장했기 때문인데요.

지난 3월 유튜브에 처음 등장한 펭수는 최근 유튜브 골드버튼을 받더니, 펭수 에세이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는 베스트셀러 반열에도 오르고 있는데요. 펭수의 인기가 높다 보니 정부 부처가 밀집한 세종시에서도 펭수 앓이가 시작된 것입니다.

가장 먼저 ‘계’를 탄 곳은 보건복지부입니다. 지난 15일 유튜브 자이언트 펭TV에 ‘세상에 나쁜 펭귄은 없다’라는 영상이 올라왔는데, 사실 보건복지부와 함께 제작한 것이었거든요.

펭수가 갑자기 기분이 나빠져 식욕을 잃고 늑대 소리를 내는 등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보였고,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매니저와 놀면서 다시 활기찬 모습을 찾는 내용이었는데요. 펭수가 힘들어 하는 매니저에게 “그렇게 힘들면 혼자 있으면 안되는데”라고 말하며 퇴장하는 모습으로 끝나는 이 영상은 조회수가 146만회로 자이언트 펭TV에 업로드 된 영상 중 6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복지부가 같은날 유튜브 계정에 따로 올린 비하인드 영상도 조회수가 46만회나 됐는데요. 복지부 유튜브 구독자 수(3만4,000명)의 13배가 넘습니다.

복지부가 재빨리 펭수와 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이언트 펭TV 구독자가 10만명도 안 됐을 때부터 구애를 해 온 ‘성덕’이 복지부에 있었기 때문인데요. 복지부의 비하인드 영상에도 등장하는 조승아 디지털소통팀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팀 특성상 젊은 직원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펭수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인데요. 복지부는 펭수가 지난 9월 ‘이육대(EBS 아이돌 육상대회)’를 통해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리자 곧바로 섭외에 나섰다고 합니다.

조 팀장은 “EBS 캐릭터이지만 저희처럼 20~30대 성인 팬이 많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복지부 정책 중에서도 기존 미디어에서 잘 소화하기 힘든 내용을 어떻게 홍보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인기에 복지부 직원들도 얼떨떨해 하고 있습니다. 에너지가 떨어진 펭수의 이미지가 ‘번아웃 키즈’(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무기력 증상)와 유사한 상태라 정신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하는 복지부의 기획 의도와 딱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죠. 영상이 공개된 날짜가 수능 다음날이다 보니 시험을 친 학생들로부터도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홍보 등을 위해 외교부를 찾은 캐릭터 '펭수'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펭수로 홍보효과를 본 곳은 복지부만이 아닙니다. 지난 22일에는 펭수가 외교부를 찾아서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영상이 올라왔는데요. 여기에는 지난 25일부터 사흘간 열린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소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영상 촬영 전부터 펭수가 외교부를 찾는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됐었죠.

펭수가 복지부, 외교부와 협업을 하면서 인기를 끌자 다른 부처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사혁신처가 운영하는 ‘인사처 TV’는 펭수와 유사한 외모의 ‘펑수’라는 단발성 캐릭터를 앞세워 펭수에게 구애를 펼치고 있고, 고용노동부, 법제처 등도 펭수가 나오는 영상에 댓글을 달면서 응원을 합니다. 펭수를 주인공으로 한 홍보영상 촬영을 기획하고 있는 부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 많은 정부 부처들은 먼저 협업을 한 복지부, 외교부를 지켜보면서 부러워만 할 뿐입니다. 펭수의 인기와 함께 몸값도 치솟았기 때문인데요. 같이 기획을 해 자이언트펭 TV에 올라가는 영상은 제작비가 수천만원대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예산이 부담돼 섣불리 섭외를 하기가 힘든거죠. 지금 섭외한다고 해도 몇 달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펭수를 통해 정책을 홍보하는 것이 복지부 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도 고민이죠.

유튜브를 통한 홍보 중요성이 커지다 보니 각 부처에서는 꼭 펭수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을 끌어 모을 방법이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방송인 장성규씨가 ‘워크맨’에서 수산시장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연스레 수산물 소비 촉진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인기 유튜버와 함께 방송을 기획중인 부처도 있다고 하는데요. 정부가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어떤 유튜버를 만나볼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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