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초대형 방사포' 핵심 성능 확보한 듯.. 첫 '연발시험사격' 규정

권경성 2019. 11. 2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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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대화 기대 접었나… 뜸했던 김정은, 발사체 시험장에 재등장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하에 초대형 방사포 연발 시험 사격을 진행했다고 29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차륜형 이동식발사대(TEL) 위 4개의 발사관 중 1개에서 발사체가 화염을 뿜으며 치솟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28일까지 올해 들어 4차례 시험 사격한 ‘초대형 방사포’의 핵심 성능인 ‘연속 발사’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북한 관영 매체가 전날 발사를 ‘연발 시험 사격’으로 규정했는데 올해 보도 중 처음이다. 방사포는 여러 발의 로켓탄을 상자형 발사대에 수납해 동시에 쏠 수 있게 만든 장치로, ‘다연장 로켓’의 북한식 표현이다. 이번 시험 발사에는 최근 참관 소식이 뜸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다시 등장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이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초대형 방사포 시험 사격을 참관하셨다”며 “시험 사격 결과에 대하여 대만족을 표시하셨다”고 전했다. 특히 통신은 “초대형 방사포의 전투 적용성을 최종 검토하기 위한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된 이번 연발 시험 사격을 통하여 무기체계의 군사 기술적 우월성과 믿음성이 확고히 보장된다는 것을 확증하였다”고 밝혔다. 초대형 방사포 개발이 실전 배치를 염두에 둔 최종 성능 검증 단계에 이르렀음을 시사한 것이다. 올해 두 번째인 9월 10일 방사포 시험 사격 현지 지도 당시 김 위원장은 “앞으로 방사포의 위력상 가장 뚜렷한 특징으로 되는 연발 사격 시험만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지시한 바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31일 초대형 방사포 발사 때 3분여 간격으로 2발을 발사한 뒤에도 “연속 사격 체계의 완벽성을 검증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당시 전문가들은 발사 간격(3분여)으로 볼 때 방사포에 요구되는 ‘연속 발사’ 성능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1, 2차 시험 발사 때 모두 참석했던 김 위원장이 불참한 사실도 아직 방사포가 완성되지 못했다는 사실의 방증으로 해석됐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28일 함경남도 연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초대형 방사포로 추정되는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최고 고도는 약 97㎞, 비행거리는 약 380㎞로 탐지됐고, 2발이 30여초 간격으로 발사됐다. 북한은 올해 들어 이번까지 13번째 발사체를 발사했는데, 이 중 구경 600㎜급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방사포 발사는 8월 24일과 9월 10일, 지난달 31일에 이어 네 번째다. 1차 17분, 2차 19분이던 발사 간격이 3차에서 3분, 이번 4차에서는 30여초로 크게 단축됐다.

김 위원장이 다시 직접 지켜본 이번 발사에서는 지난달 31일 세 번째 발사 때에 비해 비행 거리가 길어지고 최고 고도도 높아졌다. 특히 3차 때까지 3분여에 달하던 발사 간격이 30초로 단축돼 ‘연속 발사’ 성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통신이 공개한 초대형 방사포 사진에서는 이전 발사 때처럼 ‘차륜형 이동식발사대’(TEL)와 발사관 4개가 식별되기도 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에서 진행한 초대형 방사포 시험 사격을 참관했다고 29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통신은 이번 시험 사격 후 “인민군 대연합부대장들은 군사 기술적 강화를 위하여 올해에만도 그 위력이 대단한 수많은 무장 장비들을 개발 완성해주신 최고 영도자 동지께 축하의 인사, 감사의 인사를 삼가 올렸다”고 전했다. 또 “최고 영도자 동지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세상에 없는 강위력한 무기체계를 개발 완성한 희열에 넘쳐있는 국방과학자들은 당의 전략적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우리 식의 첨단 무장 장비들을 더 많이 연구 개발하고 하루빨리 인민군대에 장비시켜 나라의 방위력을 계속 억척같이 다져나갈 불타는 결의에 충만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이번 참석을 1, 2차 시험 사격 때(‘현지 지도’)와 달리 ‘참관’으로 표현했다. 3차 발사 때에는 김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았다. 이번 시험 사격에는 박정천 군 총참모장이 동행했고, 당 군수공업부 리병철 제1부부장과 김정식 부부장, 장창하ㆍ전일호 등 국방과학원 간부들이 현지에서 영접했다.

일단 김 위원장의 이번 참관을 두고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정한 연말의 목전에서 잇단 ‘저강도 무력 시위’로 한반도의 긴장 수위를 끌어올려 미국과 남측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이 23일 남북 접경 지역인 창린도 방어부대를 시찰한 지 불과 5일 만에 다시 군사 행보를 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대미 대화에 대한 기대를 어느 정도 접은 김 위원장이 자기 구상 실현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앙통신 보도에 나오는 ‘당의 전략적 구상’은 ‘경제 중심의 새로운 전략 노선+새로운 길’인 것으로 보인다”며 “이 구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김 위원장이 핵ㆍ경제 건설 병진 노선을 내려놓고 경제에 매진하면서도 인민을 안심시키고 군심(軍心) 이반을 차단해 내부 체제를 결속시킬 요량으로 방위력 강화 차원의 저비용 고효율 재래식 무력 현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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