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 ‘물산·모직’ 합병 발표 한 달 앞당겼다

김원진 기자

이재용 대주주인 제일모직…합병 전 ‘악재성 정보’로 저평가 우려

2015년 미래전략실 작성 합병 관련 문건 확보

[단독]삼성, ‘물산·모직’ 합병 발표 한 달 앞당겼다

합병 비율 계산에 불리 판단
경영권 승계 유리하게 조정
당초 6월22일 → 5월26일로

물산 주주들 문제 제기 예상
‘주가 조작’ 계획 문건까지
건설 수주 등 실제 발표 진행

삼성이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결의 이사회를 한 달 앞당긴 정황을 담은 내부문건이 확인됐다. 제일모직에 불리한 정보가 알려지기 전 합병 사실을 발표해 제일모직 가치를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한 조치를 담은 문건이다.

합병 전 제일모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을 비롯한 총수일가 지분이 많았다. 이 부회장 측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 나오려면 제일모직 가치가 높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른 문건에는 삼성이 합병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작한 구체적 정황도 담겨 있다.

27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두 장짜리 삼성 측 내부문건에는 삼성이 제일모직 고평가를 위해 합병 결의 이사회를 앞당기려 한 내용이 담겨 있다. 삼성 측은 문건에서 합병 발표 전 ‘제일모직에만 두드러지게 주가 하락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건에서 삼성 측은 ‘제일모직 계열사의 악재성 정보가 당초 합병 결의 이사회 전 드러나면 합병 비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제일모직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비율 계산에서 불리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있었다.

원래 합병 결의 이사회는 2015년 6월22일이었다. 열네 장짜리 삼성 측 또 다른 문건에는 ‘<합병 주요일정>에 6.22일(이사회)’라고 쓰여 있다. 실제 삼성은 합병 결의 이사회 일정을 2015년 5월26일로 조정했다. 두 문건은 그룹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 측은 2015년 5월26일 제일모직·삼성물산을 합병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1 대 0.35 합병 비율을 적용했다. 이 부회장은 두 회사의 합병으로 삼성 전체를 장악했다. 제일모직에 과도하게 유리한 합병 비율이 적용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삼성 측 내부문건에도 ‘제일모직 주가가 삼성물산 대비 고평가됐다며 국민연금이 합병 반대에 나설 가능성’을 고려한 흔적이 나와 있다.

합병은 양사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내부문건에는 삼성 측이 이 부회장 측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을 위해 합병을 진행한 정황이 많다.

삼성 측이 작성한 14장짜리 문건에는 삼성 측이 합병 전후 제일모직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구체적 정황도 나와 있다. 삼성 측은 ‘합병 비율 문제제기는 이사회 (합병) 결의 이후 주가가 상승하면 설득 가능하나, 주가가 하락하면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내부문건에 적었다. 삼성 측은 문건에서 합병 후에 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 가능성, 건설수주 소식을 합병 결의 이후인 2015년 7~8월 이후 집중 발표하기로 했다. 삼성 측 계획대로 삼성에피스 나스닥 상장 추진, 건설수주 발표가 실제 진행됐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의 중요한 고리 중 하나다. 합병 전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 지분(46.3%)이 많았다. 삼성바이오는 두 회사의 합병 전까지 콜옵션 존재를 숨겼고, 합병 시까지 부채로도 인식하지 않았다. 콜옵션은 일정 시점에 원하는 가격으로 주식을 살 권리다. 삼성바이오는 자회사 삼성에피스를 설립하면서 미국 바이오젠사와 삼성에피스 주식에 대한 콜옵션 계약을 맺었다. 삼성바이오 입장에서 콜옵션은 부채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삼성바이오의 삼성에피스 지분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부채가 합병 전 갑자기 드러나면 제일모직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컸다.

검찰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합병이 이 부회장 승계작업 일환으로 이뤄졌다고 본다. 검찰은 최근 삼성물산 경영기획실 재무팀 소속 임직원을 소환하며 분식회계와 합병의 연결고리를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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