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외무차관, '지소미아 발표 죄송' 사과 메시지 전달

신혜원 기자 2019. 11. 2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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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앵커]

부산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향후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이 담긴 공동 성명 발표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아세안 국가들의 지지도 재확인할 수 있었죠. 그리고 지소미아 유예 결정 발표 후에 우리 정부의 항의에 대해서 일본 정부가 사과했는지 여부를 두고 어제(25일)공방이 있었습니다. 일본이 외무성 차관의 사과 메시지를 우리 외교부 측에 전달했던 사실이 오늘 확인됐습니다. 신 반장 발제에서 관련 소식들을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사과 받았다", "한 적 없다", "분명히 받았다" 지난 22일이었죠. 종료시한을 꼭 6시간 앞두고 한일 정부는 양국 간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협정 지소미아를 당분간 지속하기로 합의하고, 또 발표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 정부가 내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조건부 '유예'하기로 한 것이죠. 이렇게 봉합되는가 했던 지소미아 갈등.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불꽃이 튀었습니다.

[김유근/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지난 22일) : 우리 정부는 언제든지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의 효력을 종료시킬 수 있다는 전제하에 2019년 8월 23일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키기로 하였으며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이해를 표하였습니다. 한·일 간 수출관리 정책 대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일본 측의 3개 품목 수출규제에 대한 WTO 제소 절차를 정지시키기로 하였습니다.]

[이이다 요이치/일본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 (지난 22일) : WTO 제소 절차 중단 등 한국 측이 최근 수출규제 문제에 대한 진전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소미아와 관련해, 이번 협상은 외교·안보 당국 간 군사정보의 교환을 위한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 (WTO 제소 절차 중단과 지소미아 종료 유예는) 시기는 같았지만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지소미아 종료 유예, WTO 제소 중단. 알맹이는 같지만 선후관계나 맥락은 전혀 다른 설명입니다. 일본의 설명만 들으면, 마치 한국이 "WTO 제소를 풀 테니 대화 좀 합시다" 먼저 제안한 것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우리 정부는 WTO 얘기는 협의 중간에 나온 것일 뿐, 이미 석달 전에 우리가 지소미아 종료를 통보했을 때 일본이 먼저 대화를 제안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자처해 "일본이 합의 사항을 왜곡해서 발표했다"라고 했죠. 또 "일본 정부에 항의 했고, 이에 대한 사과도 받아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부인했습니다. 언론을 통해서 "우리는 사과한 적이 없다", "한국이 일방적인 양보를 했단 자국 내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항의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청와대는 재차 반박했습니다. 소통수석까지 나섰죠. 윤도한 수석은 "일본은 분명히 사과했고, 만약 사과한 적이 없다면 공식 루트로 항의해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반박에 재반박, 그리고 이어진 일본 측의 재반박입니다.

[스가 요시히데/일본 관방장관 (어제) : 한국 측 발언 하나하나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일본) 정부로서 (한국에) 사죄한 사실은 없습니다.]

공식 루트로 항의하라 하니,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관방장관이 입을 연 겁니다. 그런데 이 발언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가 있는데요. "어쨌든 '정부로서' 사죄한 사실은 없다"는 대목입니다. 정부로서 사죄한 사실이 없다면, 다른 루트로는 사죄했다는 의미인지, 도통 아리송한 말장난 같은 표현이죠.

그렇다면 '팩트'는 무엇일까요. 외교부와 복수의 정부관계자를 취재한 내용을 종합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지소미아 조건부 종료 연기 결정이 양국에서 발표된 22일 밤. 외교부는 주한일본대사관 정무공사를 불러 들였습니다. 분명 한일 간의 합의 사항에 "국장급의 대화로 양국 수출관리를 상호 확인한다. 규제 관련한 재검토가 가능해진다"는 내용을 담기로 했는데,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반도체 관련 3개 품목 수출 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에 당장 변화는 없다'라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외교부가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자, 일본 대사관 정무공사는 '죄송하다'라는 표현과 함께 사과했다고 합니다. 동시에 이는 정무공사 개인 입장이 아니라 일본 외무성 차관의 메시지라고 밝혔다는 게 우리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외교채널을 통한 분명한 '사과 표명'이 있었다는 겁니다.

이런 막후 상황을 종합해보면 "정부로선 사과한 적 없다"는 스가 장관의 말은 양국 간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좀 격하게 말해서 "언론 플레이"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정인/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JTBC '뉴스룸' / 어제) : 신경전이라고 얘기할 수 있고 그리고 바람직한 건 아니라고 봅니다.]

[손석희/앵커 (JTBC '뉴스룸' / 어제) : 하긴 그렇죠. 그런 걸로 계속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 협상을 위해서 좋은 것은 아니지 않느냐.]

[문정인/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JTBC '뉴스룸' / 어제) : 그게 신뢰의 문제를 건들게 되면 상당히 난감하게 되죠. 그래서 그거는 일본 측에서 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일본에서는 과장급 협의는 다음달 초순, 좀 더 고위급인 국장급 대화는 다음달 하순으로 검토 중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죠. 그런데 일본 또 '관계자 발' 언론 보도를 통해서 "한국이 그룹 A, 즉 화이트리스트로 복귀하는 건 수년이 걸릴 것"이다라는 발언을 내보냈습니다. 대화는 시작도 전인데 기싸움부터 시작한 모양새입니다.

좀 다른 얘기지만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일본을 찾았습니다. 도쿄돔에서의 미사 등을 마치고, 아베 총리를 만났는데 "국가간의 분쟁은 대화를 통해서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교황의 말을, 아베 총리는 어떻게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프란치스코/교황 (어제) : 역사는 민족 간, 국가 간 갈등과 오해는 오직 대화를 통해서만 유효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화는) 인간을 가치 있게 하며, 지속적인 평화를 보장하는 유일한 무기입니다.]

지금 부산에선 문재인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이틀째 일정이 마무리됐습니다. 향후 동반자 관계를 강화할 청사진이 담긴 공동 성명도 채택했고요. 특히 자유무역에 기반한 협력 강화로 세계적인 보호무역 강화 추세에 함께 대응하자는 데도 뜻을 모았습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 정상 여러분, 우리는 보호무역주의와 초국경범죄, 4차 산업혁명 같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다가올 30년, 지금보다 더 단단한 관계를 만들어 평화를 향해 동행하고, 모두를 위해 번영하는 상생의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아세안 정상회의 관련 소식은 들어가서 조금 더 전해드리고요.

우선 청와대 발제는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 "일 '지소미아 발표 죄송하다'…외무차관 사과 메시지 전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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