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빨간 바지 마법..8m '잭팟 퍼팅' 홀에 쏙

김지한 2019. 11. 26. 00: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ME 투어 챔피언십 우승
타 대회 총상금 규모 17억 거머줘
올 시즌 종료, 한국 선수 15승 합작
고진영은 상금왕·최저타상 차지
LPGA 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 우승으로 상금 150만 달러를 거머쥔 김세영. [AFP=연합뉴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4라운드 경기가 열린 25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 18번 홀(파4) 그린에 선 김세영(26)이 운명의 버디 퍼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홀에서 약 8m 거리에 놓인 공을 넣어야 하는 어려운 퍼트였다. 성공하면 우승, 놓치면 연장전으로 가는 숨 막히는 상황. 대담하게 시도한 퍼트는 오른쪽으로 돌며 굴러갔고, 홀 안으로 쏙 들어갔다. 주먹을 불끈 쥐었던 김세영은 이내 울컥했다.

LPGA 투어 역대 최고 우승 상금인 150만 달러(약 17억6000만원)의 주인공은 김세영이었다.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3개로 2타를 줄인 김세영은 합계 18언더파로, 찰리 헐(잉글랜드·17언더파), 대니엘 강(미국), 넬리 코다(미국·이상 16언더파) 등의 맹추격을 따돌렸다. 시즌 3승을 거둔 김세영은 2015년 LPGA 진출 후 5시즌 만에 통산 10승도 달성했다. 박세리(25승), 박인비(19승), 신지애(11승)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LPGA 통산 네 번째 10승 달성이다.

김세영은 우승을 노리는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늘 빨간색 바지를 입었다. LPGA 통산 연장 승률 100%(4/4)를 자랑하는 등 그는 빨간 바지를 입고 강렬한 인상을 자주 남겨 ‘빨간 바지의 마법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김세영은 지난해 12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갖고 있던 빨간 바지만 100벌은 넘었을 거다. 어릴 때부터 큰 무대에서 활약하는 나를 상상하다가 ‘빨간 바지를 트레이드 마크로 삼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골퍼는 성적뿐 아니라 패션과 캐릭터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18번 홀의 극적인 우승 퍼트로 또 한 번 ‘빨간 바지 마법사’의 면모를 보였다. [AFP=연합뉴스]

김세영은 시즌 초부터 메이저 대회 또는 시즌 최종전인 이번 대회 우승을 목표로 삼았다. 그래서 대회 2주 전부터 일찌감치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또 한 번 마법사가 됐다. 첫날부터 정확한 샷과 탄탄한 쇼트 게임 운영으로 줄곧 단독 선두를 지켰다.

이번에도 김세영은 빨간 바지를 입고 최종 라운드에 나섰다. 경쟁자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섰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내내 리더보드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경기에만 집중했고, 냉철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내 스코어에 집중하려고 일부러 스코어 보드를 안 봤다. 그저 동반 라운드를 했던 넬리 코다만 이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 퍼트 후 찰리 헐 스코어를 보고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긴장감 속에도 차분함을 잊지 않았던 그가 이번 우승 직후 좀처럼 보기 드물게 울컥했던 이유다.

이번 대회는 여자 골프 역사상 최고 우승 상금으로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우승 상금 150만 달러는 웬만한 LPGA 일반 대회 총상금과 맞먹는다. 그런 대회에서 김세영이 상금 잭폿을 터뜨렸다. 김세영은 “한국에서 처음 우승했을 때 받았던 상금이 10만 달러 정도였다. 상금을 이렇게 (많이) 받은 건 처음이다. 웬만하면 좋은 일,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하고 싶다”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1승이 더 많은 4승과 도쿄올림픽 출전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2016년 리우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다.

김세영이 25일 열린 LPGA 투어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올 시즌 LPGA 투어는 개막전이던 1월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지은희(33)의 우승으로 시작해, 최종전 김세영의 우승으로 끝났다.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LPGA 투어 32개 대회에서 15승을 합작했다. 2015, 17년에 이어 한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이다. 시즌 4승의 고진영(24)은 이번 대회를 11위(11언더파)로 마쳐, 올해의 선수상에 이어 상금왕(277만3894 달러·약 32억6000만원), 최저타수상(69.062타) 수상도 확정했다.

시즌 성적을 환산해 가리는 CME 글로브 포인트는 김세영, 신인상은 이정은6(23)이 차지하는 등 주요 타이틀도 한국 선수들이 휩쓸었다. 고진영은 “올 시즌을 돌아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결과도 만족스러웠다”며 “시즌 막판엔 아쉬움도 많았다. 부족한 부분을 더 채우는 내년 시즌을 맞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