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600블로킹' 한송이, '마지막'은 한참 이르다

양형석 2019. 11. 2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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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24일 GS칼텍스전 블로킹 5개 포함 14득점 맹활약

[오마이뉴스 양형석 기자]

인삼공사가 선두 GS칼텍스를 꺾고 '5세트 강자'의 위용을 이어갔다.

서남원 감독이 이끄는 KGC인삼공사는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GS칼텍스 KIXX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22, 21-25, 20-25, 30-28, 15-8)로 승리했다. 4세트 한 때 9-16으로 뒤지던 열세를 뒤집고 재역전승을 거두며 승점 2점을 따낸 인삼공사는 이번 시즌 5번의 풀세트 경기에서 4승을 거두며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8점)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승점 9점).

인삼공사는 팀의 주포인 외국인 선수 발렌티나 디우프가 블로킹8개를 포함해 31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고 2세트부터 교체 선수로 출전한 지민경도 45.45%의 성공률로 13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이날 인삼공사에서는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중앙 공격수 한송이가 통산 600블로킹을 포함해 5개의 블로킹과 52.94%의 공격 성공률로 14득점을 적립하며 친정팀을 상대로 '노장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언니 한유미 능가하는 재능을 가진 2012년 런던 올림픽 4강의 주역
 
 V리그를 대표하는 스타였던 한송이는 지난 2017년 세대교체 바람에 처음으로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이적했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1999년 180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청소년대표 출신의 거포 유망주 한유미(KBSN SPORTS 해설위원)가 성인 배구 무대에 등장했다. 하지만 아마추어 배구에 정통한 팬들은 3년 후 한유미를 능가하는 진짜 대형 유망주가 성인배구 무대에 등장할 거라고 호언장담했다. 한유미보다 더 높은 잠재력을 가졌다고 평가 받은 3살 어린 친동생 한송이를 두고 하는 이야기였다.

2002년 도로공사에 입단한 한송이는 2002-2003 시즌 슈퍼리그 신인왕을 수상하며 성인배구에 화려하게 입성했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대표팀의 막내로 선발되기도 했다. 그렇게 한송이는 도로공사, 그리고 한국 여자배구의 차세대 거포로 무럭무럭 성장했다. 한송이는 도로공사가 정규 리그 1위를 차지한 V리그 원년에도 득점 5위(241점), 공격성공률 4위(36.68%)에 오르며 도로공사의 주포로 활약했다.

하지만 한송이의 전성기는 2006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김연경(엑자시바시)이라는 차원이 다른 선수가 프로에 입성하면서 조금 일찍 저무는 듯 했다. 한송이는 2007-2008 시즌 김연경을 제치고 생애 첫 득점왕에 올랐지만 당시 도로공사는 5개 구단 중 4위에 머물렀고 한송이는 '약체의 외로운 에이스'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한송이는 2007-2008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어 김연경이 있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로 전격 이적했다.

한송이는 흥국생명에서 세 시즌 동안 활약하면서 2008-2009 시즌 챔프전 우승과 2010-2011 시즌 준우승을 경험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해외 진출과 황연주(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이적으로 팀 전력이 약해졌고 한송이도 2010-2011 시즌이 끝난 후 GS칼텍스와 계약하며 세 번째 팀으로 이적했다. 그리고 GS칼텍스에서 한 시즌을 보낸 한송이는 2012년 한국 여자배구에 잊지 못할 사건 중 하나인 런던 올림픽을 경험했다.

한송이는 런던 올림픽에서 김연경과 함께 대표팀의 왼쪽을 책임지며 안정된 수비와 서브 리시브로 한국의 4강 신화에 큰 역할을 했다. 2013-2014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베띠 데 라 크루스, '아기용병' 이소영과 짝을 이루며 GS칼텍스의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이끌었다. 2014년 여름엔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국가대표 선수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도 했다.

공격과 블로킹, 리더십까지 겸비한 인삼공사의 든든한 맏언니
 
 한송이는 정통 센터 출신이 아님에도 V리그 역대 5번째로 600블로킹 고지를 밟았다.
ⓒ 한국배구연맹
 
학창 시절부터 꾸준히 윙스파이커로 활약했던 한송이는 2014-2015 시즌 센터로 전격 변신했다. 서브 리시브와 체력 부담을 덜어주면서 186cm에 달하는 한송이의 높이를 극대화 하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서른이 넘어서 센터로 변신한 한송이는 어린 시절부터 중앙 공격수로 착실히 경험을 쌓은 정대영이나 배유나(이상 도로공사)처럼 활약할 수는 없었다. 결국 한송이는 국가대표 윙스파이커에서 V리그의 평범한 센터로 전락했다.

한송이는 2016-2017 시즌까지 센터로 활약했지만 이와 별개로 GS칼텍스는 빠른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었다. 결국 한송이는 2017년 6월 트레이드를 통해 7년 만에 인삼공사로 이적했다. 그렇게 한송이는 여자부 6개 구단 중에 4개 구단 유니폼을 수집한(?) 흔치 않은 선수가 됐다. 인삼공사의 서남원 감독은 한송이를 다시 윙스파이커로 투입했지만 30대 중반이 된 노장 한송이가 전성기 시절의 높이와 파워가 나올 리 없었다.

한송이는 이번 시즌 다시 중앙 공격수로 돌아갔다. 마침 한수지(GS칼텍스)의 이적으로 프로 2년 차를 맞는 국가대표 센터 박은진의 파트너가 마땅치 않았던 상황에서 한송이는 노련한 플레이로 서남원 감독의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한송이는 이번 시즌 블로킹(세트당 0.41개)과 속공(29.17%) 부문에서 나란히 10위를 달리며 인삼공사의 중앙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겉으로 나서기 보다는 뒤에서 묵묵히 후배들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는 한송이는 지난 24일 GS칼텍스전에서 오랜만에 전면에서 밝게 빛났다. 이날 한송이는 V리그 역대 5번째로 600블로킹을 기록하는 등 14득점을 올리며 GS칼텍스의 공격과 수비를 크게 흔들었다. 공격에서는 중앙을 지키기 보다는 본인의 원래 자리였던 왼쪽으로 이동해 6개의 오픈공격과 3개의 퀵오픈을 성공시켰다.

한송이는 경기가 끝난 후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이번이 마지막 시즌, 오늘이 마지막 경기일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플레이 하나 하나에 소중함을 느끼며 코트에 나서고 있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 V리그에는 한송이보다 3살이나 많은 '엄마 선수' 정대영이나 김세영도 주전 선수로 맹활약하고 있다. 이날 코트에서 보여준 집중력과 경쟁력을 계속 유지한다면 한송이도 앞으로 몇 년 간 충분히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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