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지 않으면 버리라"던 日 정리여왕의 반전..쇼핑몰 열었다

이승호 2019. 11. 2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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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리얼리티 쇼 스타 곤도 마리에
팬 "'물건 많이 갖지 말라' 원칙 저버렸다"
곤도 "설렘 주는 물건 물어봐 만들었다"
'정리의 여왕' 인 일본 여성 곤도 마리에가 온라인 쇼핑몰 개설로 팬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AP=연합뉴스]

‘정리의 여왕’으로 세계적 인기를 얻은 일본 여성 곤도 마리에(35)가 최근 논란에 휩싸였다.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하고 가정용품 판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버리라'던 사람이 '사라'로 돌아선 셈이다. 곤도의 일부 팬들은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던 곤도가 상업주의에 매몰돼 자신의 원칙을 버렸다며 비판하고 있다.

곤도는 지난 1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온라인 쇼핑 코너를 추가했다. 이곳에선 10달러(약 1만2000원)짜리 나무젓가락부터 206달러(약 24만원) 가죽 슬리퍼까지 다양한 가정용품이 판매 중이다. 곤도는 몇주 전 일본 1위 전자상거래 기업 라쿠텐과 상업적 제휴를 맺고 온라인 쇼핑몰 개설을 준비해왔다.

곤도 마리에는 18일(현지시간) 부터 자신의 홈페이지에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해 운영중이다.[사진 곤도마리에 홈페이지 캡처]

쇼핑몰 개설 소식에 팬들 사이에선 실망스럽단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곤도가 내세운 집안 정리 원칙인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지 말라”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더타임스는 19일 “곤도가 개설한 가정용품 스토어가 실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곤도의 팬들이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서 냉소적 반응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가디언과 더타임스에 따르면 곤도의 한 팬은 트위터에 “가지고 있던 모든 걸 버리라고 했던 건 결국 그 빈자리에 자신의 물건을 채우려 한 것이군요. 영리한 여자”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팬은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곤도에게 없던 새로운 상업적 본능이 일깨워졌다”는 비꼬기도 했다. 가디언은 “곤도가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면서 오히려 SNS 팬들은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의 리얼리티 쇼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중의 한 장면.[사진 넷플릭스]

팬들의 반응엔 이유가 있다. 정리 전문가인 곤도는 2011년 펴낸 저서『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으로 일본뿐 아니라 한국 등 해외에서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 인기를 끈 건 넷플릭스 리얼리티 프로그램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가 1월 방영되면서다. 총 8개의 에피소드인 이 시리즈에서 곤도는 미 캘리포니아의 가정집을 방문해 자신의 이름을 딴 ‘곤마리’ 법으로 정리를 도와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곤도 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의 한 장면.

곤도는 방송에서 집 안에 있는 물건을 전부 꺼내 모아 출연자들 스스로가 ‘너무 많은 걸 소유하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한다. 그런 다음 물건을 안아보고 ‘설렘이 있는지(spark joy)’를 살펴보게 한다. 설렘이 없는 물건엔 감사 표시와 함께 작별을 고하고, 새 삶을 주기 위해 기부를 한다. 곤도는 이를 통해 “물질적인 소비, 물건 구매를 통해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잘못된 환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 언론들은 소비를 미덕으로 여기던 미국인의 삶을 곤도가 바꿔 놓을 기세라고 전했다. 실제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자 미국 전역의 재활용 가게와 구세군 등에선 물건을 기부하는 행렬이 늘어났다. 더타임스는 “곤도의 철학은 자선 업체에 기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유명해졌다” 고 보도했다.

곤도 마리에의 '곤마리법'으로 정리한 미국 워싱턴의 한 가정 서랍장의 모습.[AFP=연합뉴스]

이랬던 곤도가 쇼핑몰을 개설하자 당장 소비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더타임스는 “곤도의 쇼핑몰에서 파는 물품 중에는 장식용 크리스탈이나 고급 젓가락 등 사람들이 가정용 필수품이라고 생각지 않는 것도 팔고 있다”며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며 유명해진 곤도가 이로 인해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곤도 마리에는 19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셀렘을 주는 물건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이들이 많아 쇼핑몰을 개설하게 됐다고 밝혔다.[AP=연합뉴스]

이에 대해 곤도는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것이 설렘을 주는 물건인지 물어보는 이들이 많아 쇼핑몰을 만들게 됐다”며 “절대 과소비를 조장하려는 생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지금 쓰는 물건이 설렘을 준다면 난 절대 그것을 바꾸라고 부추기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명에도 현지 언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더타임스는 “곤도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곤마리법 정리는 물건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버린 후 의미 있는 물건들로 집안을 꾸미는 것이 정리의 최종 목표’라고 적었다”며 “곤도는 이 문구를 통해 자신이 판매업에 뛰어들며 가해지는 비판을 교묘히 차단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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