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지, 배우로서의 책임감 [인터뷰]

우다빈 기자 2019. 11. 1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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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센타 조은지 / 사진=프레인글로벌 제공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19년간 배우로서 살아왔음에도 여전히 신인의 마음으로 현장의 생동감과 화음을 즐기는 배우가 있다. 바로 조은지의 이야기다.

영화 ‘카센타’(감독 하윤재·제작 88애비뉴)는 파리 날리는 국도변 카센타를 운영하고 있는 재구(박용우)와 순영(조은지)이 펑크 난 차를 수리하며, 돈을 벌기 위해 계획적으로 도로에 못을 박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조은지는 극 중 남편 재구와 함께 기발한 생계형 범죄 영업에 동참하는 아내 순영 역을 맡았다.

먼저 그는 “개봉을 앞두고 떨리는 마음이다. 시사회가 끝나고 반응이 궁금해서 집에 가서 찾아봤다. 관객들이 작품을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카센타’는 시나리오부터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캐릭터도 감정의 변주가 명확하게 표현된다. 또 결말이 더 사실적으로 와닿았다. 시나리오를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다. 순영이라는 인물을 골랐을 때 내 안의 공감되는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까 하는 지점이 존재했다”고 전했다.

극 중 조은지가 분한 순영은 지고지순한 성격의 평범한 캐릭터지만 후반부로 들어갈수록 도시적이면서 세련된 모습을 보인다. 갖고 있는 것을 놓지 않으려는 순영은 이야기의 절정에 이를수록 욕망이 가득한 눈빛을 발산한다. 이를 두고 조은지는 “인물의 변화하는 모습에 연기적으로 중점을 뒀다. 누구나 다 욕망이 있기 때문에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갈등을 겪는 순간이 있다. 그 지점에서 저 역시 공감을 했다. 여느 사람과 다 같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고 회상했다.

“순영을 두고 악(惡)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잘 살고 싶다’는 소시민적 욕심이자 근본적인 욕망으로 움직인다. 결국 난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인물이다. 이를 위해 적극적이게 될 수 있었던 지점이 아닐까.”

그런가 하면 박용우와 조은지는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호흡을 맞춘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조우해 관객들에게 반가움을 더했다. 이를 두고 조은지는 “당시 박용우는 하늘같은 선배님이었다. 신인의 때가 벗어나지 못했을 때 만났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다다가기 어려웠다. 이후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아가던 과정에서 ‘카센타’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름만으로도 의지가 되더라”고 말했다.

조은지의 우려가 무색하듯 시사회 당시 박용우는 조은지을 향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조은지는 “이 작품의 출연 결심을 하고 박용우의 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가 생각이 난다. 박용우의 반응이 어떨지 몹시 궁금했다. 이후 감독님이 내게 박용우가 숨도 안 쉬고 바로 좋다고 했을 때 너무 감사했다”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특히 극 중 가장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두 사람의 몸싸움 씬을 두고 “동선을 두고 부담이 있었다. 감정적으로 다 쏟아내진 못했다. 박용우도, 스태프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두 번째 테이크부터는 박용우가 본인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때리라고 하셨다. 그때 당시는 정신없이 연기했다. 모니터를 봤을 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감정이 잘 보여졌다”며 만족감을 표출하기도.

‘카센타’에서는 인물들의 끝없는 욕망 릴레이가 펼쳐진다. 그렇다면 연기자 조은지로서의 욕망은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를 듣고 “어려운 질문”이라며 한참 고민하던 조은지는 “어느 누구나 갖고 있는 욕망을 나 역시 가지고 살아간다.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배우로서 평생 연기를 하고 싶다.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싶은 것도 목표다. 같이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있다”고 진심 어린 대답을 내놓았다.

작품의 매력을 ‘웃픈 코미디’라 설명한 조은지는 영화가 관객들에게 마냥 가볍지만은 않길 바란다고 소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카센타’는 메시지가 명확하기 때문에 보는 이들에게 공감을 자아낼 것이라는 이야기다. 조은지는 자연스럽게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있노라며 넌지시 기대감을 전했다. 그렇다면 조은지에게 ‘카센타’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현장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감독님뿐만 아니라 박용우에게도 많은 것을 배웠다. 현장에서의 소통이 어떻게 극에 담기는지 배웠다. 박용우는 정말 끝까지 고민하는 배우다. 현장 안에서 배우가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두고 마지막까지 고민한다. 반면 저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현장과 영화를 보면서 많이 느꼈다. 현장에서 우리가 많이 고민한 것들이 잘 녹여졌다.”

카센타 조은지 박용우 / 사진=영화 카센타 스틸컷


2000년 영화 ‘눈물’로 배우의 막을 연 조은지는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악녀’ ‘살인소설’,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2’ 등 꾸준히 연기를 이어가는 원동력을 두고 “그간 다양한 작품을 만났다. 캐릭터의 이름이 하나씩 쌓여가면서 굉장히 자부심을 느낀다. 내 원동력은 책임감이다. 이는 어쩌면 제 자신에 대한 책임감일 수도 있다. 제가 잘 할 수 있어서 선택한 책임감이다.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도록 매사에 노력하는 편”이라 묵직한 작품관을 밝혔다.

아울러 조은지는 첫 연출작 ‘입술은 안돼요‘를 통해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출을 시작한 만큼 감독을 더 이해하게 됐을 터. 그는 “연출과 연기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분명히 있다. 관계적인 이해도가 조금 넓어진 것 같다. 아직까지 연기와 연출을 병행하는 것에 대해 즐기려 한다. 힘들다는 생각은 섣부를 것 같다. 연출자로서의 모습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사뭇 겸손한 면모를 보이기도.

그런가 하면 조은지는 배우로서의 스스로를 두고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 하는 편이라 고백했다. 그는 본인에 대한 판단이 늘 어렵다면서 한 작품을 마친 후 피드백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조은지라는 사람에 대한 평가들로 인식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부족한 부분을 항상 생각하려 한다. 그 덕분인지 성장을 굉장히 잘 느낀다. 아직도 노력하는 것도, 실행하려는 것들도 있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알아가고 싶고 보완하고 싶다. 예전과 비교했을 때 많이 달라졌다. 먼저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지금까지 배우고 느낀 것들에 대해 작품에 녹아드는 것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캐릭터 위주로 봤다면 지금 영화, 극의 내러티브를 보려 한다.”

이처럼 바쁘게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달려온 조은지의 습관은 배우로서의 큰 자양분이 됐다. 조은지는 계속 공부하고 메꾸려는 성격 덕분에 슬럼프가 올 새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슬럼프 역시 일련의 과정 속에 겪는 것이기 때문에 그 역시도 배움의 기회라는 설명이다. 꾸준히 한 계단씩 오르는 중인 조은지의 목표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했다. 바로 ‘다음’이었다. 그저 한 치의 앞을 바라보는 조은지는 다음 기회와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었다.

[스포츠투데이 우다빈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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