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에도 文 "日 안 변하면 불가".. 지소미아 종료에 무게

박현준 입력 2019. 11. 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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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수출규제 철회' 단호한 文대통령 / 美국방 "종료땐 득보는 건 北·中" 언급 / 日정부 전향적 태도변화 가능성 적어 / 시한 일주일 앞두고도 '평행선 대치' / 韓·日 외교부 국장급협의도 성과 없어 / 정경두 국방, 美에 개입 우회적 요청 / 韓·日 막판 극적타결 여지 배제 못해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방한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오는 23일 0시 종료를 앞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연장 여부를 놓고 우리 정부와 미국·일본 정부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한·미·일은 대화의 끈을 놓지는 않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가 지속되는 등 아베 신조 총리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지소미아 종료 가능성은 더욱 짙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을 접견하고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한 우리의 ‘원칙’을 다시 밝혔다.

일본 정부가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규제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우리 역시 군사정보를 일본 정부와 공유하기 어렵게 됐고,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군사정보를 계속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소미아 종료가 1주일 정도 남은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어 지소미아는 결국 종료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에스퍼 장관이 문 대통령 접견을 앞두고 취재진에게 “지소미아 종료를 비롯한 한·일 갈등을 통해 이익을 보는 곳은 북한과 중국”이라며 노골적으로 압박했지만 우리 정부는 원칙론을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에스퍼 장관도 (문 대통령에게) 미국의 입장에 대해서 설명을 했고, 우리도 그 설명을 들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다만 한·미·일 모두 지소미아 종료가 다른 사안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걸 최소화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점은 동일하다.

문 대통령이 “한·미·일 안보협력에 지속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한 데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소미아가 종료됨으로 인해 한·미·일 간 안보협력 관계가 영향을 받지 않느냐는 궁금증들이 있지 않으냐, 그 부분을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아직은 시일이 좀 더 남아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이 상황이 나아질 수 있기를 당연히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문 대통령과 에스퍼 장관의 접견 자리엔 미국 측에서는 해리 해리스 주한대사, 마크 밀리 합참의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차관보 등이 참석했다. 우리 측에서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 박한기 합참의장, 청와대 안보실의 정의용 실장과 김유근 1차장 등이 배석했다.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의 실세로 꼽히는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배석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김 차장이 배석하지 않은 데 대해 “오늘 일정은 미국 국방부 장관 접견이어서 우리 측도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1차장이 배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5일 서울 국방부에서 열린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 장관 역시 이날 에스퍼 장관과 만나 미국이 한·일 문제에 개입할 것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정 장관은 지소미아 유지에 개인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일본 태도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미국 측의 적극적 노력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측의 설명과 달리 에스퍼 장관은 한·미·일 안보협력 외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원인이었던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 해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등 미국이 자국 입장만 일방적으로 내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다키자키 시게키(瀧崎成樹)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국장급 협의를 도쿄 일본 외무성 청사에서 약 2시간20분 동안 열었지만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는 선에서 끝났다. 일본은 회의 후 지소미아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현명한 대응을 촉구했다”고 공개했다. 김 국장은 “현실적인 내용을 주고받았다”며 이미 알려진 것을 포함해 여러 사안을 광범위하게 논의했지만 자세한 내용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국장과 다키자키 국장은 강제동원 배상 판결 등을 풀어갈 해법을 놓고도 의견을 교환했지만 뚜렷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한·일 모두 대화를 계속해 나가자는 입장을 확인했다.

정경두 국방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은 1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확대 국방장관 회의에서 만나 지소미아를 논의할 것이라고 일본의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박현준·이정우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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