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 "장수 비결? 아직 알아가는 중이에요" [인터뷰]

오지원 기자 2019. 11. 1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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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좋아하는 일도 일상이 되면 타성에 젖어버리는 순간이 올 때가 있다. 더이상 가슴이 뛰지 않고, 비슷한 것이 반복되는 듯 지난하게 느껴지는 순간. 다시 가슴이 뛰던 초심으로 돌리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데뷔 20주년의 밴드 넬은 일상의 변화로 이 초심을 되찾았다. 오랜만에 순수한 열정이 불타오르는 걸 느꼈다고 했다.

최근 넬은 3년 만에 새 정규앨범으로 돌아왔다. 전곡의 작사, 작곡을 김종완이 맡았고, 다 함께 편곡해 넬의 색깔을 진하게 만들었다. 김종완은 "계속해서 여러 작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규 앨범을 낸 지 3년이나 된 줄 실감하지 못 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해보니 정규를 낸지 오래 지났더라. 그래서 올해는 무조건 앨범 작업하는 해로 만들자고 다짐했었다"고 오랜만에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 소감을 밝혔다.

여덟번째 정규 앨범 '컬러스 인 블랙(COLORS IN BLACK)'의 주된 테마는 앨범명에서 알 수 있듯 검정색이라고 느껴지는 감정이다. 이재경은 "김종완이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그 순간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앨범을 소개했다. 김종완이 말하고 싶었던 검정색은 어둠과 희망이 동시에 담긴 복합적인 색깔이었다. 김종완은 "내가 생각했던 검정이라는 감정 안에도 다양한 색깔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나의 큰 블랙홀처럼 갇힌 느낌보다는, 하나하나 다양한 색이 있다고 생각하면 받아들이기 쉬워지는 것 같더라. 적어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어두운 감정을 담았다. 그래서 조금은 희망적이다"고 설명했다.

그 복합적인 검정 속 다양한 색깔들처럼, 수록된 곡들도 다양한 컬러를 띈다. 김종완은 "겹치는 색깔의 곡은 넣지 말자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곡들 간에 스토리나 사운드의 연결성은 지난 앨범들보다는 떨어질 수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들어보면 훨씬 더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곡들이다. 계속 누군가가 말을 걸고 있는 느낌"이라고 포인트를 짚었다. 더불어 소리의 시각화에도 무게를 뒀다. 김종완은 "이번 앨범은 들으면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상황이 떠오를 수 있게끔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시작부터 다양한 색깔의 집합체를 그리려던 건 아니었다. 처음엔 우울감, 슬픔 등이 극에 달한 지독한 암흑의 검정을 그리려고 했다. 하지만 앨범 작업 과정 중에 긍정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다양한 색의 음악이 탄생했고, 여러 색들이 모인 희망적인 검정의 앨범이 탄생했다. 변화의 계기는 태국 한 달 살이였다. 넬 멤버 네 명은 한 달 간 태국의 한 스튜디오를 대여해 오로지 음악 작업에만 매진했다.

"하루를 빼고는 한 달 간 매일 10~12시간씩 작업을 했어요. 몸이 피곤할 수 있었는데도, 다들 밝았어요. 작업 끝나면 밤에 맥주 마시면서 노래 듣고 이야기하고. 그런 과정이 지치거나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압박감도 전혀 없었고요. 그저 순수하게 음악을 만드는 것을 즐겼어요. 그런 즐거움, 집중력을 느껴본 지가 '스테이' 앨범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아요. 제가 음악을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아할 수 있고, 집중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약간 찌릿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김종완)

하루종일, 한 달 내내 음악 이야기만 한 시간이었다. 이 경험 덕분에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다시 깨닫게 됐다는 넬. 그 순수한 영감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앨범이 이번 8집 앨범이다. 이재경은 "물리적으로는 녹음실에 고립돼 있었지만, 자연에 둘러싸여 친구들과 있으면서 순수하게 많은 영감을 동시에 얻었기 때문에 음악을 들어보시면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8집 정규 앨범은 데뷔 20주년에 발매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어린 시절 음악을 함께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오랜 시간 같은 음악을 하고 있다는 점이 스스로도 놀라울 법도 한데, 넬은 오히려 덤덤했다. 김종완은 "누군가 축하한다고 해줘서 알게 됐지 사실 데뷔 20주년이란 걸 전혀 의식하지 못 했다"고 이야기했다.

넬은 20년의 과정이 그저 자연스럽게 지나갔다고 했다. 그들은 "처음 만났을 때는 몇 년을 같이 할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그냥 하다 보니까 같이 음악을 하는 이 팀이 잘 맞는구나 싶더라. 해이해질 때쯤이 되면 음반 작업에 집중하면서 불타올랐다. 그런 시간들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장수 비결을 물으니, 넬은 "아직도 서로 알아가는 중"이라며 웃었다. 농담 같지만, 의미가 있는 답이었다. 넬은 서로 성향과 성격이 다른 점이 오히려 장수의 비결이라고 꼽았다. 대신 이정훈은 "능률적으로 의견을 조율하는 능력이 늘었다. 그리고 잘 참는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수 있고, 한 명이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다른 사람들이 받아줄 수 있는 여유가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안 맞는 부분은 여전히 안 맞는다. 안 맞는 부분은 두 명인 밴드도 안 맞으니 어쩔 수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친구로 시작했지만, 음악 작업을 할 때는 서로 완벽한 파트너인 네 사람. 이재경은 "음악 작업을 할 때는 친구라는 개념이 사라진다. 엄격하게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어 "안 좋은 결과물이 나오면 동시에 단점을 발견하고, 좋은 결과물을 내면 그걸 발전시키려고 한다.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가 어마어마하다"며 팀워크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재경은 "20년 전보다는 19년 전이 낫고, 19년 전보다는 18년 전이 낫다. 그렇게 점점 발전해나간다"고 밝혔다.

함께 성장해온 친구이자, 파트너인 넬은 "이루고 싶었던 꿈을 하나씩 이뤄가는 것 같다"며 지나온 시간들을 돌이켰다. 김종완은 "처음에 하고 싶었던 클럽 공연을 하고, 한 장만 내고 싶다던 앨범을 냈다. 음악 작업을 할 때 스튜디오를 만들어 작업하고 그 스튜디오를 없애는 외국 뮤지션들을 보면서 로망을 키웠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시도해볼 수 있었다"며 넬의 성장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다. 넬은 "앞으로 계속 변화에 우릴 던질 수 있으면 좋겠다"며 더 나아질 넬의 모습을 바랐다.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스페이스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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