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선거敗, 그래도 유권자 과반 "트럼프 재선" 점쳐

전홍기혜 특파원 입력 2019. 11. 7. 10:59 수정 2019. 11. 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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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읽기] 앞으로 1년..트럼프를 바라보는 복잡한 시선들

[전홍기혜 특파원(=워싱턴)]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둔 미국 유권자들의 심정은 복잡한 듯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4번째로 탄핵 심판대에 오른 대통령이다. 무엇보다 그는 미국 역사상 의회의 탄핵 심판을 거친 뒤 재선에 도전하는 첫번째 대통령이다.

지난 주 미국 하원에서 탄핵조사 관련 결의안이 통과되면서, 비공개로 진행되던 증인들에 대한 청문회가 다음주부터 일부 공개로 전환된다. 고던 선들랜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지난 4일 하원에 추가 진술서를 제출해 '대가성 보상(quid pro quo)'이 없었다'는 증언을 뒤집는 등 탄핵조사 과정은 갈수록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원의 탄핵조사 과정을 거치면서 실제 탄핵 후 해임 가능성이 높아지자 자진 사퇴했던 닉슨 전 대통령의 경우도 공개 청문회 과정에서 닉슨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들이 나오면서 여론이 급속하게 나빠졌던 전례가 있다. 

또 지난 5일(현지시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고 일부 언론이 분석했다.

하지만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유권자들이 과반수 이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동시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 중에서도 3분의 1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높게 봤다. 특히 이 여론조사에서는 유권자의 10명 중 4명은 실제로 내년 투표에서 그들이 표를 던질 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는 미국 유권자들의 복잡한 심정이 드러나는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텃밭' 켄터키까지 빼앗긴 공화당..."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 보냈다"

지난 5일 있었던 4개주(켄터키, 미시시피, 뉴저지, 버지니아) 선거에서 공화당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켄터키주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켄터키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엔디 베셔 후보(49.2%)가 공화당 매트 베빈 현 주지사(48.8%)를 근소한 표차로 누르고 승리했다. (그러나 근소한 표 차이를 이유로 베빈 주지사가 승복을 거부하고 있다.)

켄터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대선 때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30%포인트 이상의 차이로 누르고 이긴 곳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전날 저녁 직접 켄터키를 찾아 유세에 나서는 등 이번 선거기간 동안 이 지역에 특히 공을 들였는데 유권자들은 공화당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던 버지니아주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했다. 민주당은 주 상원과 하원 모두 다수당을 차지하며 승리했는데, 이는 2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다만 당초 예상대로 뉴저지 하원 선거는 민주당이, 미시시피 주지사 선거는 공화당이 각각 승리를 거뒀다.

4개주에서만 치러진 '초미니 선거'였다는 점에서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또 켄터키 주지사 선거의 경우 애초부터 베빈 현 주지사에 대한 유권자들에 대한 평가가 나빠서 후보 경쟁력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는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치러졌다는 점에서 선거 결과로 민심의 흐름을 읽을 수는 있다. 일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문'과 '고민'이 커지고 있는 한 단면이 드러난 셈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버지니아와 켄터키에서의 패배와 관련해 "남부 주의 유권자들이 경고 신호를 보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유권자들에게 재선을 요청하기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통령의 상황이 지금보다 더 위태로운 적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유권자 56% "트럼프 대통령 재선 가능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트'가 공동 조사해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의 85%, 무당층의 51% 등 유권자의 과반이 넘는 56%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 유권자의 3분의 1(35%)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점쳤다. (이 여론조사는 11월 1-3일 미국 전국의 등록된 유권자 198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또 응답자의 92%는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투표 참여 의사가 있는 응답자는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이 높았다. 양당 모두 각각 96%의 유권자들이 대선 투표에 참여하겠다고 밝혔고, 무당층은 86%에 그쳤다.

이런 결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공화당과 민주당 양쪽 지지자 모두에게 투표 참여 동기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권자의 10명 중 4명은 실제로 내년 투표에서 그들이 표를 던질 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공화당 지지자의 68%가 이같은 답변을 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게 되는 정서는 다르다. 유권자들 중 대선에 대해 '희망적이다'(21%)라는 답변 다음으로 '걱정된다'고 답한 이들(18%)이 많았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희망(26%)과 선거에 대한 걱정(24%)이 가장 많았고, 공화당 지지자들은 희망(19%)과 자신감(17%)에 대한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단아 '트럼프'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이중 잣대'


이처럼 '탄핵'이라는 블랙홀 이슈에도 불구하고 1년 앞둔 시점에서 과반의 유권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지적된다. 하나는 도덕성 등 기존 정치인을 평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평가 잣대를 기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지지층의 특수성이다. 또 다른 하나는 야당인 민주당의 대선주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크게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6일 기자와 전화 인터뷰에서 "5일 선거 결과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 쪽이 불리해진 게 아니냐는 평가는 미국 주류 매체의 목소리"라면서 "한국 언론은 이런 분석에 주목하지만 미국 정치 현실은 이와 다르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전통적으로도 홀수 연도에 하는 선거는 큰 의미가 없으며, 이번 선거도 투표율이 30%를 넘지 않는 선거다. 또 켄터키 주지사 선거도 우열을 가를 만한 지지율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5일 지방선거보다 오히려 트럼프 재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여론조사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주에 미국 하원에서 탄핵조사 관련 결의안을 통과시켰는데, 그 이후인 지난 주말에 8개 여론조사 기관에서 여론조사를 했는데, 민주당 유권자들이 탄핵을 찬성하는 퍼센티지(86-87%)에는 변동이 없는데, 공화당 유권자들의 탄핵 반대 여론은 훨씬 높아졌다. 이는 트럼프 지지층이 탄핵조사 이후 더 결집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내년 대선 결과와 관련해 유의미한 정치적 변수는 트럼프 지지층의 균열 여부라면서 지난 주 있었던 하원 결의안 투표에서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이탈표가 하나도 안 나왔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의 투표는 당 지도부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기 보다는 유권자들의 여론을 의식한 결과이며, 따라서 민주당은 오히려 2명의 이탈표가 나온데 반해 공화당은 한명도 이탈표가 없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홍기혜 특파원(=워싱턴) (onscar@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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