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도 위해 독도 헬기 이륙 영상 숨긴 KBS" 주장 논란 '진실은?'

장혜원 2019. 11. 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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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지난달 31일 경북 울릉군 독도 인근 해상에서 일어난 소방 헬기 추락 사고와 관련한 영상을 촬영하고도 경찰의 공유 요청을 거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의혹은 자신을 독도경비대 박모 팀장이라고 소개한 이가 공개 비판한 데에서 비롯됐다.

박 팀장에 따르면 KBS는 사고 당시 헬기 영상을 촬영하고도 경비대 측에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KBS는 단독 보도를 위해 경찰의 수색 구조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KBS는 당장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사실 확인 중’이라는 입장만 내놨다. 
 
앞서 KBS ‘뉴스 9’은 지난 2일 “독도 추락 헬기 이륙 영상 확보…추락 직전 ‘짧은 비행’”이란 제목의 단독 보도를 한 바 있다.

당시 영상에는 지난달 31일 오후 독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한 중앙 119구조본부 소속 헬기가 이륙하는 모습이 담겼다.

실제로 영상 속 헬기는 추락사고 직전  2분여 간의 짧은 비행을 했다.  

당시 KBS 측은 독도 파노라마 영상장비 점검 차 야간 작업을 하던 KBS 직원 이모씨가 이례적으로 늦은 밤 이·착륙하는 헬기를 휴대전화로 찍은 영상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헬기의 마지막 비행을 촬영한 이씨의 휴대폰에는 헬기의 독도 진입이 오후 11시21분, 착륙은 23분, 이륙은 24∼25분에 각각 이뤄진 것으로 찍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보도 직후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뉴스 스탠드에 게재된 이 기사의 댓글에 박 팀장이 정면 비판하고 나서 논란이 확산됐다. 

그는 오후 10시2분쯤 첫번째 댓글로 “가장 먼저 독도 공해상 사고현장에 도착하여 수습을 담당했으며 사건 다음날까지 잠 한숨 못 자고 실종자 찾으면서 거센 파도를 뚫고 현장을 누볐던 사람”이라며 “사고 헬기 정비사, 관계자들과 이륙 전까지 대화하며 이착륙 모든 것을 담당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저는 오늘 너무나 큰 충격을 두 번 받았다”며 “첫번째는 당시 눈앞에서 이륙 후 15초 내 바다로 추락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소방관분들과 두 선원이 탑승한 헬기를 직접 목격한 것“이라고 했다. 

오후 10시10분쯤 단 두번째 댓글에서 박 팀장은 “배 접안(接岸)이 되지 않아 KBS 영상 관계자 두 분이 울릉도에 가지 못해 독도경비대에서 하루를 숙식했다”며 KBS 영상 관계자가 독도에 머문 배경을 먼저 밝혔다. 

아울러 “그렇게 호의를 베풀었고 사고 후 수십 명의 독도경비대가 접안지에서 그 고생을 하는데, 헬기 진행 방향 영상을 제공하지 않고 ‘촬영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헛고생을 했던 시간이 너무나 가슴 아프고 치가 떨린다”고 KBS 측을 맹비난했다.

나아가 “수십 명이 이틀을 잠 못 자는 동안 다음날 편히 주무시고 나가시는 것이 단독 보도 때문이냐”고 물었다.

이들 댓글은 이날 오후 6시 현재 삭제된 상태다.

경찰은 박 팀장이 올린 글을 확인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헬기 수색에 도움을 얻기 위해 이륙 장면 영상을 요구했을 땐 없다고 한 KBS가 방송에는 내보낸 것을 보고 댓글을 단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보도 직후 KBS 뉴스 홈페이지에는 “촬영한 영상이 없다고 거짓말했다는 의혹이 있다. 해명을 촉구한다”, “KBS 는 누굴 위해 있는 것이고, 무엇을 위해 있는것인지 다시 상기하라”, “윤리의식 부재된 특종 우선 방송국은 반성해야 할 것” 등 비판적인 의견 수십여개가 올라왔다. 
 
이 같은 논란에 KBS는 이날 “사실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다만 이 뉴스를 보도한 강모 기자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사진)에서 “영상에는 헬기가 날아간 방향이 담겨 있지 않다”며 “도착과 이륙 직후가 전부”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비대원이 남긴 댓글에서 ‘헬기 진행방향 영상을 제공하지 않고 촬영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내용은 오히려 오해”라고 반박했다.

또 “‘기레기’ 되는 것도 정말 일순간, 뉴스를 제대로 봤다면 달랐으려나”라고 애석한 마음도 드러냈다.

강 기자의 이 글도 현재 삭제된 상태다.
지난달 31일 경북 울릉군 독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한 헬기. 연합뉴스
 
한편 앞서 31일 오후 11시26분쯤 울릉군 울릉읍 독도경비대 헬기장에선 조업 중 손가락이 절단된 응급환자 후송을 위해 이륙한 중앙 119구조본부 소속 헬기 1대가 인근 해상에서 추락해 타고 있던 소방대원과 환자 등 7명이 실종되거나 숨졌다.

이 헬기는 이륙 2∼3분 만에 200∼300m 가량 되는 지점에서 추락했다. 

이날 현재 실종자 중 2명이 주검으로 발견됐다. 주검은 헬기 동체 안에서 1구, 동체 밖에서 1구가 각각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KBS ‘뉴스 9’,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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