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스토리] 양의지 빠져도 우승, 철옹성에 가까웠던 '팀 두산'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주장 오재원은 26일 한국시리즈(KS) 4차전이 끝난 뒤 "(양의지가 떠나면서) 엄청 많이 약해졌다. 우리 팀은 왼손 타자가 많은데 오른손 거포가 빠진 건 클린업 트리오의 큰 출혈이었다"고 돌아봤다. 실제 양의지가 타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오른손 타자로 밸런스를 잡아줬다. 두산은 클린업 트리오인 김재환과 오재일이 공교롭게도 모두 왼손이다. 김태형 감독은 좌(김재환)-우(양의지)-좌(오재일) 타선을 자주 가동했다. 그런데 주춧돌 하나가 갑자기 사라졌다.
수비 공백도 무시할 수 없었다. 양의지는 골든글러브를 네 차례 수상한 리그 정상급 포수다. 오재원이 "방망이 이외에도 투수 리드나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좋다. 베테랑 (강)민호 말고는 (비교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라고 말할 정도다. 배턴을 이어받게 된 박세혁의 어깨가 무거웠다. 기대주였지만 풀타임 포수는 다른 문제였다. 양의지의 FA 이적으로 생긴 숙제가 가득했다. 김태형 감독은 양의지 이적 발표 후 "1선발 정도가 빠져나간 것"이라고 에둘러 아쉬움을 표현했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외국인 투수 조시 린드블럼과 이영하가 안정적으로 선발 마운드를 이끌었다. 개막 후 5월까지 37승 21패를 기록해 SK에 이은 리그 2위였다. 그러나 순항을 이어가던 팀 성적이 6~7월 갑자기 휘청거렸다. 두 달 동안 42경기에서 22승(20패)을 기록해 간신히 5할 승률을 넘겼다. 외국인 투수 후랭코프가 어깨 문제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이탈한 게 뼈아팠다. 그리고 박세혁의 부진도 발목을 잡았다. 이 기간 39경기에 출전해 타율 0.174(121타수 21안타)로 바닥을 쳤다. 수비에도 영향을 끼쳤다. 박세혁은 "6~7월 슬럼프가 왔을 때 팀도 같이 떨어졌다. 그때 (양)의지 형 얘기도 많이 나왔고 팀이 흔들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마음을 고쳐먹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선두 SK와 격차를 차근차근 줄였고 마침내 9월 28일 공동 1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정규시즌 최종전 승리로 1위를 확정했다. 린드블럼(20승)과 이영하(17승)가 37승을 합작했다. 페르난데스는 무려 197안타를 때려냈고 내·외야 키 플레이어 허경민과 박건우는 변함없는 활약으로 힘을 보탰다. 정수빈과 김재호의 수비는 물 샐 틈이 없었다.
두산의 KS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양의지 공백 지우기'였다. 박세혁은 큰 경기 경험이 부족했다. 통산 KS 5경기에 출전해 9타석을 소화한 게 전부. 단기전 경험이 많은 양의지가 빠진 타선의 무게감도 물음표가 찍혔다. SK를 플레이오프(PO)에서 3전 전승으로 꺾고 올라온 키움의 기세도 대단했다. 그러나 두산은 4전 전승으로 시리즈를 스윕했다. 단 한 번의 패배도 허락하지 않았다.
주전급 타자 중 5명(허경민·정수빈·오재일·박세혁·김재호)이 시리즈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했다. 오재일-박건우-박세혁-오재일로 경기 결승타 주인공은 계속 바뀌었다. 입지가 좁았던 오재원은 4차전에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김태형 감독은 KS 우승을 확정한 뒤 "있는 선수들을 가지고 해야 한다. 자꾸 없는 것을 생각하면 안 된다. 크게 개의치 않았다. 우리 선수들이 좋은 부분이 많이 있다. 나머지를 우리 선수들이 잘 뭉쳐서 해냈다"고 공을 돌렸다.
활약이 누구 하나로 편중되지 않는 '팀 두산'의 저력이다. 양의지 공백은 없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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