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하루' 김영대, 우연이 가져다준 필연 [인터뷰]

김나연 기자 2019. 10. 2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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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대 / 사진=아우터코리아 제공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어느 날 우연히'에는 큰 의미의 필연이 숨어 있다. 행운은 바람처럼 어디에나 있지만 기회를 잡아내는 능력에는 차이가 있다. 배우 김영대는 자신에게 주어진 우연을 기회로 만들어보려 한다.

김영대는 2일 첫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극본 송하영·연출 김상협)에서 오남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3~4%대(이하 닐슨코리아 기준)로 다소 높지 않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화제성만큼은 단연 최고다. 시청률에서 10% 이상 차이가 나는 드라마와 비교해도 체감 인기는 밀리지 않는다. 10대 시청자를 중심으로 한 고정 시청자층이 이 드라마에 열광하고 있기 때문.

작품은 만화 속 캐릭터들의 이야기라는 독특한 설정에서 시작된다. 그 중에서도 오남주는 순정만화 '비밀'의 남자 주인공으로 A3의 리더이자 스리고 싸움 서열 1위, 전교 1등까지 놓치지 않는 완벽한 캐릭터다. 김영대는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 대한 간절함이 컸다. 드라마에 대한 욕심이라기보다는 연기에 대한 욕심이었다. 그는 오디션을 본 후 감독과 미팅도 세 번이나 한 후에 출연이 결정됐다.

김영대는 "처음부터 오남주로 정해놓고 본 건 아니었다"며 "감독님께서 캐릭터를 열어놓고 많은 배우들을 전체적으로 보셨다. 미팅을 하는데 저를 오남주로 생각해주시는 것 같더라. 이미지가 오남주에 가장 가까웠던 것 같다"고 밝혔다. 다양한 캐릭터를 두고 오디션을 본 만큼 다른 캐릭터가 탐날 만도 하지만 김영대는 감사한 마음뿐이었다고. 자신의 위치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했단다.

김영대 / 사진=아우터코리아 제공


김영대는 웹드라마 '오피스워치' '단지 너무 지루해서' '너 대처법' '좀 예민해도 괜찮아' KBS2 드라마 스페셜 '너와 나의 유효기간', MBC '아이템' 주지훈 아역,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2'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배우로서의 길에 올라섰다.

이렇듯 짧은 호흡의 연기만 이어온 김영대는 처음으로 긴 호흡 드라마의 주요 배역을 맡게 됐다. 출연하게 된 기쁨 뒤에는 자연스럽게 부담감이 따라왔다. 그는 "열심히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부족한 점이 많이 느껴졌다. 촬영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가장 많이 신경을 썼던 것은 역시 캐릭터를 이해하는 일이었다. 오남주는 등장인물 중 가장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인물. '내 여자가 딸기를 좋아합니다', '오늘부터 나한테 여자는 여주다(이나은) 하나다' 등 수많은 명대사를 쏟아냈다. 자신의 대사를 직접 들은 김영대는 부끄러워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기도.

그럼에도 그는 이러한 대사들이 곧 오남주의 매력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오남주는 만화 속 주인공이다. 가끔 '꽃보다 남자'나 '상속자들'에 비교되는데, 확연히 다르다. 두 드라마는 어쨌든 현실 속 이야기인 반면, 우리 드라마는 만화 속 이야기라는 것"이라며 "오그라드는 게 오남주의 매력이고, 오히려 더 오글거리게 말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쉽지만은 않았다. 평소 성격과도, 말투와도 달랐기 때문에 어딘가 어색한 부분이 존재했다. 자기 전까지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았지만 2% 부족하게 느껴져 조급했다고. 결국 2%를 채워준 건 '잘하고 있다'는 칭찬이었다.

김영대는 "어느 날 촬영 감독님이 '나는 오남주가 원픽이야'라고 말해주셨다. 별거 아닌 말이었지만 저한테는 큰 힘이 됐다"며 "저도 모르게 대사를 할 때 자신감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는데, 더 힘을 내게 됐다. 제 캐릭터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김영대의 많은 부분을 변화하게 만들었다. 연기를 시작한 지 단 2년. 김영대는 자신의 이름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가 너무나 어색했다. 심지어 스스로 배우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짧은 호흡의 드라마를 하다 보니 뭔가를 느끼기도 전에 끝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김영대는 자신에게 붙은 '배우'라는 수식어의 무게를 조금씩 느끼고 있다.

김영대 / 사진=아우터코리아 제공


김영대는 우연한 기회로 배우의 길에 접어들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중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하고, 대학도 상해로 진학했다. 상업무역학과에서 일을 하고 취직을 할 생각이었다. 이처럼 연기는 김영대와 멀고도 먼 분야였다. 그러던 중 대학에서 1년 정도 공부를 마치고 잠깐 한국으로 들어왔던 시기, 그의 인생을 바꿀 만한 일이 벌어졌다.

현재 소속사 대표가 그를 눈여겨보고 데뷔를 제안한 것. 김영대는 그 제안으로 자신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본인이 그리고 걸어오던 미래는 안정적이었지만, 흥미롭지는 않았던 것. 그렇게 김영대는 자신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는 새로운 길로 들어섰다.

당연히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지만, 아들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그렇게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지 2년째, 그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눈을 빛냈다. 김영대는 "지금은 뒤를 돌아볼 시간이 없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길 뿐"이라며 "더 성장해서 좋은 배우로 남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렇게 우연처럼 찾아온 기회는 필연이 됐다.

오히려 초반의 김영대를 괴롭혔던 건 끝도 없이 떨어지는 자존감이었다. 현장에 나갔더니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잘난 사람들뿐이었다. 그리고 자꾸 그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됐다.

김영대는 "자존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올바른 형태의 자존감을 갖고 싶었다.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내 자신을 신뢰하고 믿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틈만 나면 '잘 될 거다. 잘할 수 있다'고 나를 다독였다. 그렇게 스스로 저를 칭찬했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신뢰가 단단해졌고, 그 신뢰는 곧 자신감으로 드러났다. 그렇게 그는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꾸준하고 천천히 걷자고 다짐했고, 지금도 계속 그 길을 걷는 중이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여전히 길의 초입일 뿐이다.

김영대는 "드라마가 저에게도 참 좋은 메시지를 주고 있어요. 엑스트라가 작가의 설정값을 거부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려는 이야기잖아요. 저도 제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좋은 스토리를 스스로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참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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