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REPORT]미중 '미니딜'로 숨 고르는 트럼프-탄핵 국면 전환용 트럼프의 '팜벨트 달래기'

신헌철 2019. 10. 2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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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마주 달려 먼저 피하는 사람이 지는 싸움을 ‘치킨게임’이라 한다. 여기서 치킨(chicken)은 겁쟁이를 가리킨다. 제임스 딘 주연의 ‘이유없는 반항’에도 등장한다. 지난해 7월 상호 관세 부과로 시동이 걸린 미국과 중국의 치킨게임은 몇 차례 감속이 있기는 했지만 누구도 핸들을 먼저 꺾어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1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 결과를 평가하자면 일단 양국이 잠시 시동을 끄고 쉬어가는 양상인 듯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1단계 합의(phase one)’라고 불렀다. 11월 중순께 양측이 1단계 합의문에 서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빅딜이 아니면 합의는 없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뒷덜미를 잡은 것은 결국 국내 정치 문제였다. 결국 탄핵이라는 늪에 자기 발이 빠진 것.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내용이 폭로되지 않았다면 미중은 좀 더 신경전을 이어갔을 가능성이 컸다.

상원 의석 분포를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탄핵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탄핵 국면이 장기화되면 민주당 지지층은 단합하고 중도 표심까지 흔들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둘러 공화당 텃밭부터 다지며 탄핵에 맞서야 하는 처지다. 이번 1단계 협상 결과를 두고 ‘팜벨트(Farm Belt·중서부 농업지대)’ 표심을 노린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애국자인 미국 농민을 위한 역사상 최고 합의”라며 “농민들은 노다지를 캤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아이오와, 네브래스카, 그리고 나를 매우 좋아하는 것이 분명한 다른 모든 주의 농민들은 빨리 땅을 더 사라”고 주장했다.

▶감세·규제완화로 나홀로 성장해온 美

▷글로벌 경기 둔화 부메랑 가능성 부담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팜벨트 대부분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팜벨트 핵심 지역 중에서도 미네소타는 민주당이 이겼고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는 10%포인트 차이에 그쳤다. 게다가 무역전쟁 직격탄을 맞은 미국산 대두 생산지는 무려 30개 주에 걸쳐 있다. 돼지고기를 연간 10억달러어치 이상 생산하는 주는 10곳에 달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트럼프 대통령의 가려운 곳을 잘 알고 있었다. 시 주석이 이번 협상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는 “나는 농산물에 대한 당신의 우려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농민뿐 아니라 미국 기업과 월스트리트도 장기화된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법인세 감세로 수혜를 입은 대기업은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중소 수입업자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과 세율이 종잡을 수 없이 바뀌니 장기 수입 계약을 맺기 어렵다. 그 부담을 당장 소비자가격에 전가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마진을 줄이고 있다.

미국 시민단체인 ‘택스파운데이션’은 지금까지 트럼프 정부가 발표한 관세 부과 계획이 예정대로 모두 시행되면 19만개 넘는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감한 감세, 제조업 부활, 규제 완화 등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 경제정책에 힘입어 미국은 그동안 선진국 가운데 나 홀로 성장을 이어왔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가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2분기 성장률이 연율 2%에 턱걸이를 했고 3~4분기에는 1%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100년을 미국이 계속 주도하기 위해 중국을 무릎 꿇리겠다고 장담해왔다. 하지만 그런 그도 탄핵과 대선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듯하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honzul@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0호 (2019.10.23~2019.10.2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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