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 감독의 '믿을맨' 배슬기, 김광석 공백 못 메웠다

김태석 2019. 10. 2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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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 수비수 공백,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에게는 이번 전북 현대 원정을 앞두고 가장 고민이 많았을 대목이었을 것이다.

포항 뒷마당의 터줏대감인 김광석이 빠지고, 배슬기가 하창래의 수비 파트너로 낙점됐다.

포항 수비진은 2선에 머물다 순간적으로 박스 안으로 파고드는 전북 선수들을 자꾸 놓쳤는데, 뒷마당 무게 중심을 잡아야 하는 배슬기를 비롯한 포항 수비수들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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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감독의 '믿을맨' 배슬기, 김광석 공백 못 메웠다



(베스트 일레븐=전주 월드컵경기장)
주전 수비수 공백,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에게는 이번 전북 현대 원정을 앞두고 가장 고민이 많았을 대목이었을 것이다. 상대가 워낙 강한 공격력을 지닌 만큼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옳지 못했다. 뒷마당이 크게 흔들리고 말았다.

김 감독이 이끄는 포항은 20일 오후 4시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19 파이널 라운드 그룹 A 34라운드 전북전에서 0-3으로 패했다. 포항은 전반 12분 로페즈, 후반 3분 문선민, 후반 33분 권경원에게 연거푸 실점하며 적지에서 허탈하게 패하고 말았다.

이날 전북전에 나선 포항의 선발 라인업 중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주전 센터백의 얼굴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포항 뒷마당의 터줏대감인 김광석이 빠지고, 배슬기가 하창래의 수비 파트너로 낙점됐다. 김광석은 경고 3회가 누적되어 이날 전북전에서는 나설 수 없는 처지였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전민광과 배슬기 중 누굴 김광석의 대안으로 내세울지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의 선택을 받은 건 배슬기였다. 김 감독은 “경험이 많고, 무게감 있는 수비수”라고 배슬기의 출전 배경을 설명했다. 요컨대 강력한 공격진을 자랑하는 전북에 맞서 후방에 안정감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선수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배슬기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포항은 경기 초반부터 전북의 파상공세에 짓눌렸다. 전반 2분과 8분에 문선민이 골문 앞에서 날카로운 슛을 퍼부으며 포항을 궁지로 말았다. 골문 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수문장 강현무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여지없이 골로 이어졌을 위기 상황이었다. 포항 수비진은 2선에 머물다 순간적으로 박스 안으로 파고드는 전북 선수들을 자꾸 놓쳤는데, 뒷마당 무게 중심을 잡아야 하는 배슬기를 비롯한 포항 수비수들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배슬기가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전반 12분 포항 진영 박스 외곽에서 볼을 잡았다. 포항 골문에서 다소 거리가 있는 높은 지점이었기에 최대한 안정적으로 패스를 풀어가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배슬기는 전방에 자리한 정재용에게 패스하려다 신형민에게 차단당하고 말았다. 이후 전북의 전광석화 같은 역습이 이어졌다. 문선민이 공간으로 파고드는 로페즈에게 침투 패스를 시도했고, 로페즈가 박스 안에서 가볍게 득점으로 마무리했다.

앞서 언급했듯 포항은 경기 초반부터 전북의 공세에 시달렸고 강현무의 선방으로 어렵사리 그 고비를 거의 넘어서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나와서는 안 될 실수를 범하고 만 것이다. 당연히 이후 경기 흐름도 포항 처지에서는 굉장히 힘들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후반 3분 문선민에게 내준 실점도 아쉬웠다. 문선민의 허를 찌르는 돌파 능력이 대단하긴 했다. 하지만 상대 선수가 득점이 쉬운 위험 지역으로 파고드는데, 너무 헐겁게 마크했다. 특히 배슬기는 문선민과 가장 가까운 지점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이런 수비가 나온 건 아쉽다. 아마도 문선민이 마지막 터치에서 몸의 무게 중심이 넘어질 듯한 모습을 보여 볼을 박스 밖으로 뺄 것으로 예상한 듯한데, 그런 위험 지역에서는 늘 만약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수비를 해야 한다.

경기에 나서지 못한 김광석의 징계 공백은 시즌을 치르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주전 수비수가 자리를 비웠을 때 제대로 된 대안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김 감독의 이번 선택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경험적으로 가장 믿고 맡길 만한 수비 자원임에는 틀림이 없는 배슬기지만, 어찌 됐든 그 믿음은 통하지 않았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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