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조사 4주 좌충우돌 트럼프 대통령..공화당 내 늘어나는 반기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2019. 10. 2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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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 백악관이 내년 주요 7개국 정상회의 개최지로 선정됐다고 공식 발표한 지 이틀만 후인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취소한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 소유 ‘트럼프 내서널 도널’ 골프 리조트 입구의 표지석. 도럴|AP연합뉴스

탄핵조사가 시작되고 4주가 흐르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공화당 의원들이 늘고 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탄핵조사에 방어막이 되어야 할 여당 의원들 중 탄핵조사의 필요성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히거나 그의 좌충우돌 외교안보정책에 대놓고 불만을 나타내는 인사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설사 탄핵소추안이 하원에서 통과되더라도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탄핵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여당 의원들의 ‘충성도’가 낮아질수록 그의 재선 가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일정이 없었던 19일(현지시간)하룻 동안 약 50건의 트윗을 자신의 트위터에 쏟아냈다. 탄핵조사를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과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을 비난하는 글을 스스로 올리거나, 자신의 지지자 또는 의회 위원들이 그를 옹호하며 올린 트윗을 리트윗했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를 바라보는 공화당 의원들의 시선은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특히 시리아 북동부에서 미군을 철수시킴으로써 이슬람국가(IS) 퇴치 작전에서 미군과 함께 피흘렸던 쿠르드족에 대한 터키 군사공격을 용인한 그의 결정은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의 거센 반발을 샀다.

■ ‘우군’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일갈

여당인 공화당을 대표하는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18일 워싱턴포스트가 게재한 기고문에서 “미군 병력의 시리아 철수는 심각한 전략적 실수”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이고 있는 해외 분쟁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고립주의를 비판하며 “미국 리더십에 대한 대체제는 없다”면서 “어느 나라도 다국적 작전에 있어 미국의 능력에 필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매코널 대표는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정책을 의회에서 강력 지지하며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의 공격을 막아내는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랬던 그가 장문의 기고문을 발표하면서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한 것은 그만큼 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이자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시리아 철군 정책에 대해서만큼은 혹독한 비판을 계속하고 있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모든 비용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그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 자신의 리조트서 G7 정상회의 열려다가 후퇴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미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장소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는 자신 소유의 골프 리조트를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도 공화당의 속을 부글부글 끓게 만들었다. 대통령 직위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행위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G7 정상회의 개최로 수익을 올릴 수 있을뿐 아니라 리조트가 전세계적으로 홍보가 되면서 훨씬 더 큰 무형의 이득을 올리게 된다. 앞서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직무대행은 지난 17일 ‘트럼프 내셔널 도럴’이 내년 G7 정상회의 장소로 결정됐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이에 대해 공화당 전략가인 엘리스 스튜워트는 AP통신에 “대통령이 도럴에서 G7 정상회의를 열기를 원했다는 것은 내게 전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면서 “그것에 반대하는 조언을 그에게 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는 것이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판단도 문제이거니와 백악관 참모들의 정무적 판단능력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뒤인 이날 밤 늦게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더이상 마이애미의 트럼프 내셔널 도럴을 2020년 G7 개최지로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즉시 캠프 데이비드 가능성을 포함해 다른 장소에 대한 탐색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의 쇄도하는 비판 여론에 결국 굴복한 것이다.

다만 그는 트럼프 내셔널 도럴에서 G7 정상회의를 열려는 계획은 미국을 위하는 마음에서 나왔던 아이디어였다면서 민주당과 언론의 부당한 비판 때문에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마이애미 트럼프 내셔널 도럴을 G7 지도자 회의장으로 사용함으로써 내가 우리나라를 위해 매우 좋은 것을 한다고 생각했다”며서 “크고 넓고 수백 에이커에 달하며, 미이애미 국제공항과 가까운 그것(도럴)은 거대한 연회장과 회의장을 갖고 있으며, 각국 대표단은 50~70개의 건물들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이익을 전혀 남기지 않거나 만약 법적으로 허용된다면 미국에 전혀 비용을 부담시키지 않고 그것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면서 “그러나 언제나처럼 적대적 언론과 그들의 민주당 동반자들은 미쳤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 개인 소유물을 외교적 행사의 장소로 선택하면서 터져나온 비판에 굴복한 것”이라고 전했다.

■ 불끄기는 커녕 오히려 기름부은 비서실장

의회전문지 더힐은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떠들썩한 재임 기간 동안 가장 힘든 48시간을 보내면서 무너지고 있다”고 묘사했다. 실제로 백악관은 G7 정상회의 개최지로 트럼프 대통령 개인 골프 리조트를 골랐다가 번복했을뿐 아니라 멀베이니 대행이 17일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설화’까지 자초했다.

멀베이니 대행은 당시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옛날에 내게 DNC(민주당 전국위원회) 서버 관련 의혹을 언급했었느냐고? 물론이다.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 “그것이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원조를 보류한 이유”라고 말했다. 멀베이니 대행은 한 기자가 “앞서 얘기한 것은 ‘보상대가’가 아니냐”라고 묻자 “우리는 외교정책에서 늘 그렇게 한다”고 장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지난 7월 25일 전화통화를 하면서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부패 의혹 및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를 종용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어떤 대가도 거론하거나 지불하지 않았다고 부인해 왔는데, 비서실장이 대가성을 인정하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멀베이니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의 해명을 정반대로 뒤집는 발언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언론이 오해했다”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활은 시위를 떠난 뒤였다. 2016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배했던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는 “이것은 극도로 심각한 문제”라면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프랜시스 루니 공화당 하원의원도 “그는 보상대가가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우리 나라의 힘과 위신이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통령 탄핵조사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AP통신은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탄핵안이 실제로 통과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향후 몇주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유권자들이 그를 떠나갈 수 있다면서 이 경우 내년 대선을 앞둔 그에게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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