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文정부 아관파천'과 訪日 李총리 책무

기자 2019. 10. 1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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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8월 22일 "협정을 지속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설명과 함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종료한다는 결정을 발표했다.

만일 이 총리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 지소미아 종료 결정 및 일본의 경제제재 조치 등으로 꽉 막힌 한·일 관계에 돌파구를 만들어 낸다면, 대한민국의 운명을 나락에서 구하면서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의 위상을 다질 수 있는 의미 있는 행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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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 예비역 공군중장, 대수장 전략위원

정부는 지난 8월 22일 “협정을 지속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설명과 함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종료한다는 결정을 발표했다. 정부의 이러한 결정과 관련해 흥미로운 점은 일본과 맺은 협정을 종료한다는데, 정작 일본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반면, 미국이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전후로 존 볼턴 당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그리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국방부 대변인 등은 우려와 실망을 나타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인도-태평양 전략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함께할 국가로 상정하고 이 전략을 세웠으며, 지소미아는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을 이어주는 매개체다. 북한이 발사하는 탄도미사일 정보를 짧은 시간 안에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2만8000여 주한미군과 그 가족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국제 정세가 요동치던 19세기 말, 조선이 일제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친(親)러시아 정책을 펴자 일본은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을미사변을 저질렀다. 놀란 고종은 일본의 위협을 피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해 약 1년간 머무르며 정사를 봤으니, 이른바 ‘아관파천’이다. 러시아의 팽창을 저지하려던 당시 패권국 영국은 아관파천을 결행한 조선을 러시아와 한편이라고 생각하고 일본을 적극 지원했다. 1904년 일본이 러시아와의 전쟁을 결심했을 때 영국은 일본을 지원했고, 당시 최강의 발트함대를 대한해협에서 격파하면서 일본은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었다.

그로부터 110여 년이 흐른 지금의 한반도 상황은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소미아 파기 결정은 현대판 아관파천이다. 한국은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에서 이탈해 북·중·러 협력체제 쪽으로 가려고 한다. 1900년대 초 당시 패권국 영국이 가장 경계하고 있던 러시아를 택했던 고종과 같이 문재인 정권은 지금의 패권국인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것이 지소미아 파기를 아관파천에 비유하는 이유다.

지소미아 파기가 확실시되면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의 존재를 지울 것이다. 즉, 한국의 참여 없는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수정할 것이며, 미국의 전략적 선택에서 제외된 한국에 미군을 굳이 주둔시킬 이유는 없어진다. 47억 달러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청한 미국은 한국에 동맹이냐, 자주냐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지소미아 파기, 방위비 분담금,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 등은 한·미 동맹의 폐막을 예고하는 서곡이다. 주한미군이 철수한 대한민국에는 핵을 보유한 북한을 마주해, 114년 전에 대한제국이 강요받은 ‘을사보호늑약’의 현대판 이름인 ‘연방제 통일’의 그림자가 몰려올 것이다. 핵을 보유한 북한에 고개도 들지 못하는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무릎 꿇고 항복 문서에 서명하는 불길한 미래가 보인다.

정부는 오는 22일 도쿄에서 열리는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이낙연 국무총리 참석을 결정한 듯하다. 이 총리는 국내에서 일본을 가장 잘 아는 인사이며 차기 대권 주자 중 지지율 1위 정치인이다. 또, “일본이 경제 보복 조치들을 철회하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용기 있는 총리기도 하다. 만일 이 총리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 지소미아 종료 결정 및 일본의 경제제재 조치 등으로 꽉 막힌 한·일 관계에 돌파구를 만들어 낸다면, 대한민국의 운명을 나락에서 구하면서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의 위상을 다질 수 있는 의미 있는 행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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