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헤이즈'] 숨김 없이 다 털어내는 싱어송라이터

정병근 2019. 10. 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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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가 지난 11일 <더팩트>와 새 앨범 관련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튜디오블루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새 앨범 '만추' 발표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싱어송라이터 헤이즈의 왼쪽 손날에는 'Heize'라고 새겨진 타투가 있다. 2015년 여름 그녀의 일부가 됐다.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2'를 마치고 3개월 뒤인 2016년 2월 초 헤이즈를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먼저 그 타투에 눈길이 갔다. 수많은 문양과 글자 중에 자신의 활동명인 그 알파벳 딱 5개를 딱 그곳에 새긴 이유가 궁금했다. 답은 간단명료했고 그 말에서 자신의 길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느껴졌다.

"왼손은 제가 마이크를 잡는 손이고 손 날은 마이크를 잡았을 때 제 각오를 담은 이름이 관객들에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이제부터 헤이즈로 살아가겠다는 결심을 담은 것이고, 그 이름을 몸에 새기면서 부끄럽지 않게 후회하지 않게 살자고 다짐했어요."

이후 많은 게 달라졌다. 랩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강렬한 랩을 쏟아냈던 래퍼 헤이즈는 촉촉하게 감성을 적시는 싱어송라이터가 됐고 '비도 오고 그래서', '널 너무 모르고', '저 별' 등 여러 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헌데 우습게도 3년 8개월 만에 그녀를 인터뷰를 하러 가는 길, 가장 궁금했던 건 그 타투가 그대로 있을지였다. 물론 타투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그녀의 변하지 않은 초심처럼.

헤이즈는 지난 13일 새 앨범 '만추'를 발표했다. /스튜디오블루 제공

달라진 건 주변 환경이었다. 그녀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더 많은 기자가 모였고 그로 인해 질문의 템포가 빨라졌다. 그러나 헤이즈는 여전히 경상도 사투리를 썼고 꾸밈이 없어 오히려 때론 어설퍼 보였고 예전처럼 호탕하게 웃었다. 가식이 없으니 부자연스러울 게 없다.

그녀의 음악도 그런 그녀의 모습을 닮았다. 헤이즈는 "내 성격이랑 음악은 아예 다르다"고 말했지만, 곡을 만들 때 "멋이 없고 찌질해도 있는 그대로를 써내는" 그녀의 작업 방식은 더하거나 보태지 않고 솔직한 헤이즈 그 자체다. 3년 8개월 전 "내 음악은 내 일기"라고 말했던 헤이즈는 여전히 "OST나 피처링이 아닌 내 곡은 전부 내 경험을 토대로 한다. 작업 방식이 내 일기"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발표한 새 앨범 '만추'도 그렇다. 더블 타이틀곡 '떨어지는 낙엽까지도'는 어느 날 낙엽을 보다가 그 모습과 과정이 우리의 삶과 닮았다는 생각으로 썼고, '만추'는 돈독했던 연인과의 이별 경험담을 가사로 옮겼다.

"통상적으로 낙엽은 쓸쓸하고 슬픈 감정을 들게 하잖아요.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나무는 한동안 앙상하고 추운 겨울을 보내게 되니까요. 하지만 그게 지나면 더 풍성한 나무로 자라나고 꽃도 다시 피고 봄이 다시 와요. 이별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한 준비 과정이고 슬픔 역경 고난도 더 나은 다음을 가기 위한 과정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담아서 '떨어지는 낙엽까지도'를 썼어요."

헤이즈는 타이틀곡 '만추'에 대해 "실제 경험담이다. 이별했을 때의 계절감과 심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스튜디오블루 제공

"'만추'는 눈빛과 표정, 기운만으로도 서로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돈독한 연인의 이별 이야기예요. 남자에게 다른 누군가가 생겼다는 걸 느끼게 됐는데 날 얼마나 사랑했고 소중하게 여겼는지 잘 알기 때문에 배신감 보다는 '뭔가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했고 그 말을 꺼내기 전에 먼저 떠나야겠다 싶었어요. 그때가 가을이었는데 '너무 추워지기 전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계절감과 심정을 담은 제목이에요."

헤이즈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을 '만추'라고 했다. 대부분의 가수들이 이 곡은 이래서 좋고 저 곡은 저래서 좋다는 식으로 넘기기 마련인데 그녀는 역시나 솔직했다. '떨어지는 낙엽까지도'와 더블 타이틀곡이 된 이유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말했다.

"회사에서는 '떨어지는 낙엽까지도'를 밀었고 전 '만추'였어요. 원래는 '떨어지는 낙엽까지도' 한 곡이 타이틀곡이었어요. 그런데 발매까지 여유가 좀 있어서 메모장을 보다가 만든 곡이 '만추'에요. 그게 불과 한 달 전이에요. 가장 마지막에 만든 곡인데 가장 좋아하는 곡이 됐어요. 그래서 타이틀곡을 바꾸려고 했는데 회사에서 만장일치로 반대해서 바꾸진 못하고 더블 타이틀곡으로 하게 됐어요."

한 곡을 편애하는 마음을 대놓고 드러내기 쉽지 않은 일인데 헤이즈는 '만추'가 아닌 '떨어지는 낙엽까지도'만 뮤직비디오를 찍게 된 것에 대해 아쉬워하기까지 했다. 그 정도로 솔직할 수 있기에 노래 가사에도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와 감성이 담기는 게 아닐까 싶었다.

헤이즈는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라 숨기고 싶을 때도 있는데 그래도 디테일하게 가사를 쓰"는 싱어송라이터다. /스튜디오블루 제공

인터뷰를 많이 하지 않았던 가수라 그런지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음악을 하기 위해 과수석을 했던 사연, 음악을 내려놓으려던 때 '언프리티 랩스타2'에 출연하게 된 사연 등이 다시 언급될 정도로 관심은 폭넓었다. 그 중 예전엔 스쳐 지나갔던 대목이 있다. "음악적으로 크게 영향을 받은 건 어머니"라는 말. 이제 와 보니 헤이즈가 지난 몇 년간 해왔던 음악이 대체로 쓸쓸한 감성이었던 이유의 열쇠였다.

"제 성격은 외로움도 안 타고 밝고 힘든 것도 잘 없고 그런데 이상하게 좋아하는 날씨는 비 오는 날이고 쓸쓸한 가을을 좋아하고 그래요. 왜 그런 감성이 있나 생각해 보니 옛날에 듣고 자란 음악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늘 전축 LP로 음악을 크게 틀어 놓으셨는데 이문세, 신승훈, 이승철, 변진섭, 유희열 선배님 노래였거든요. 그래서 제 음악에도 그런 감성이 묻어나나 봐요."

헤이즈의 그런 감성은 이번에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떨어지는 낙엽까지도'는 앨범 발매 다음날인 14일 오전 8시 기준 멜론, 벅스, 지니, 네이버 등 음원차트 정상을 싹쓸이했다. '만추' 역시 네이버 2위, 벅스 2위, 멜론 6위, 지니 4위 등 최상위권이다.

이번 앨범 성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헤이즈는 최근 몇 년 새 가장 핫하게 떠올랐다. 그런데 아직도 '직접 곡을 쓰세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제 이야기로 제가 곡을 쓴다는 걸 더 알려야 할 것 같다"며 웃는 헤이즈,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라 숨기고 싶을 때도 있는데 그래도 디테일하게 가사를 쓴다"는 헤이즈는 평소의 모습도 음악 속 모습도 숨김 없이 다 털어내는 그런 싱어송라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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