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손에 난 상처.. 법의학자 "공격흔 가능성 높아"

임성준 2019. 10. 1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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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전 남편이 휘두른 흉기 막다 상처 난 것" 주장
전 남편 살인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의 손에 난 상처가 공격흔인 지 방어흔인 지를 두고 검찰과 고씨 측 간 공방이 벌어졌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살인과 사체손괴·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에 대한 5차 공판을 진행했다. 먼저 검찰 측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한 강현욱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법의학교수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지난 6월 고씨 측이 전남편의 성폭행 시도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다친 오른손과 복부 등에 대한 증거보전신청에 대해 감정한 법의학자다.

강현욱 교수는 전 남편 살인사건 피고인 고유정이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며 증거로 제시한 ‘오른손 상처’가 방어흔이 아닌 공격흔일 가능성이 크다고 증언했다. 

고유정은 오른쪽 손날에 짧게 평행으로 난 상처 세 군데와 손날에서 손바닥으로 이어지는 부위에 난 상처, 엄지와 검지 사이 손등에 난 상처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고유정은 이 증거를 토대로 사건 당일 전 남편이 성폭행을 시도하며 휘두른 흉기를 막다 상처가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남편 살해 사건' 피고인 고유정(36)이 3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강 교수는 고유정의 상처가 방어흔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30년간 부검 업무를 한 강 교수는 “손 바깥쪽에 평행한 상처 세 개가 있으려면 세 번의 공격이 일정한 방향으로 있어야 하는데, 세 번을 같이 맞춘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다”며 “가해자가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서 상대방을 수차례 찌르는 과정에서 뼈 등에 칼날이 부딪히게 되면 자신의 손 바깥쪽에 평행하게 상처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강 교수는 “피해자를 칼로 공격하는 과정에서 공격자 자신이 부수적으로 입게 된 상처라고 봐도 된다”며 “손 바깥쪽(손날)에 난 상처는 공격흔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고유정은 왼팔에 난 상처도 증거로 제출했는데,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상처가 이미 오래전에 발생한 것으로 아물었다고 보인다”며 “이번 사건과 무관하게 발생한 상처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판단했다.

고유정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성폭행을 가하려고 한 피해자(전 남편)으로부터 칼을 뺏으려다가 오른손에 절창을 입었다고 했다. 손날의 세 군데 상처와 손등에 난 상처 모두 칼을 뺏으려는 과정에서 다쳤다고 증언했다”고 반박했다.

또 상처 부위가 곧게 뻗어있다는 점에 대해 고씨 측은 “사건 당시 피고인은 어린 자녀가 함께 있는 상황이어서 피하려는 움직임이나 자리를 뜨려는 움직임을 취하지 못했다”며 “어린 자녀가 근접한 곳에서 다툼의 상황을 보이지 않으려 했던 피고인의 심리를 감안한다면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맞섰다.

전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14일 다섯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유정측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임신 안 되게 만들겠다’며 고씨의 골반과 배 쪽을 마치 닭이 모이를 쪼듯 칼끝으로 찔렀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강 교수는 고씨가 피해자를 흉기로 찌르는 과정에서 뼈와 흉기가 부딪칠 경우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이 미끄러지면서 칼에 베여 공격흔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씨가 과도하게 흥분한 상태에서 같은 부위를 짧은 순간 연속해서 찌를 때 손에 평행한 짧은 상처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 5월 27일과 28일 고씨가 오른손의 상처를 치료한 정형외과 의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그는 검사와 변호인의 오른손 상처에 대한 질문에 “손등 부분인 경우 피부가 매우 얇기 때문에 조금만 상처가 생겨도 큰 상처가 날 수 있지만, 상처가 깊지 않아 의아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면서도 “큰 외력에 의해 발생한 상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증인신문과 고유정의 이동 동선이 찍힌 폐쇄회로(CC) TV 영상 확인 등 증거조사를 마무리 하려 했지만, 검찰 측 요청으로 CCTV 확인과 피해자 유족에 대한 증인신문을 다음기일에 하기로 했다.

또 고씨 측에서 요구한 범행 펜션에 대한 현장검증 실시 여부에 대한 판단도 다음기일에 하는 것으로 미뤘다.

고씨의 다음 재판은 11월 4일 오후 2시 열린다.

고씨는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혐의는 살인과 사체손괴·은닉이다.

이 사건과 별개로 의붓아들 의문사 사건을 수사한 청주 상당경찰서는 지난달 30일 고씨가 의붓아들인 B군을 살해한 것으로 결론내리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이 사건을 검토한 뒤 재판에 넘기면 전 남편 살해 사건의 1심 재판 상황에 따라 두 사건의 병합 시기가 결정될 전망이다.

전 남편 살해 혐의를 받는 고씨의 구속 기한은 오는 12월 말까지다. 통상 이전에 1심 선고가 이뤄진다.

이 사건 선고에 앞서 의붓아들 살해 사건이 기소되면 즉시 병합이 이뤄지겠지만, 기소 시점이 늦어지면 1심 재판은 각기 진행되고 항소심 단계에서 병합될 수 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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