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끊긴 싸이월드..추억도 사라지나?

이윤희 2019. 10. 1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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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촌, 파도타기, 도토리, 오랜만에 들으시죠.

한때 국민 SNS로 불리던 '싸이월드'가 남긴 추억의 단어들입니다.

요즘이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여러 SNS가 존재하지만, 지금의 3∼40대에게는 싸이월드가 그 시작입니다.

1999년이었습니다.

나만의 홈페이지, 일명 '미니홈피' 열풍을 몰고 온 싸이월드는 우리의 일상을 바꿔놨습니다.

처음으로 내 얼굴을 공개한 공간이었고 마치 일기를 쓰듯 하루 일과를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젊음이 불안했던 시절 싸이월드 친구 '일촌'들과 서로를 위로했던 따뜻한 대화도 기억하실 겁니다.

가상화폐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도토리'는 당시 최고의 선물이기도 했죠.

이 도토리로 스킨(배경화면)을 바꾸고 미니미(아바타)를 꾸미던 깨알같은 추억도 남아 있습니다.

['응답하라 1997' 중/tvN : "벽지를 사고 음악을 깔고 미니미를 대문 앞에 세우는 거지."]

한때 회원수 3천만 명 그랬던 싸이월드가 지금 접속을 해보면 계속 먹통입니다.

현재 인터넷에 싸이월드 주소를 입력하면 오류가 뜹니다.

문을 닫는다는 사전 공지도 없었습니다.

홈페이지가 다시 열리지 않는다면 이용자가 저장한 글과 사진을 모두 날려버리게 되는 상황.

소중한 옛 추억과 준비 없이 이별하게 된 이용자들은 당혹스럽습니다.

'추억 친구가 사라지는 느낌'이라며 '도토리는 가져가도 사진은 돌려달라' '최소한 백업이라도 하게 해달라' 호소가 이어집니다.

요즘엔 거의 모든 사람이 SNS 하면 바로 페이스북을 떠올리지만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와 기본 개념에서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싸이월드는 1999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창업동아리에서 탄생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가 하버드생만의 SNS로 페이스북을 시작한 것보다 3년이나 빨랐습니다.

2007년 CNN이 한국을 “미국의 페이스북보다 먼저 싸이월드가 등장한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소개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전개 양상은 달랐습니다.

싸이월드 시장은 한국에 국한됐던 반면 페이스북은 영어를 기반으로 거의 전 세계를 시장으로 사세를 확장했습니다.

싸이월드는 이용자 폭증으로 서버 관리에 어려움을 겪다가 2003년 대기업(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됐습니다.

하지만‘모바일 시대’ 적응에 실패하며 쇠락의 길로 들어섰고, 끝내 결국 심각한 경영난으로 문을 닫을 처지가 된 것입니다.

한국 젊은이들이 먼저 대박 상품을 내놓고도 저커버그에게 IT 제왕 자리를 내준 상황,

정보기술(IT)업계에서 시장의 선도자가 선점효과를 발휘한다는 선례를 고려할 때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동형/싸이월드 창업자 : 기본적으로 첫 번째는 경영자의 전략 실수이고 그 다음에 능력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싸이월드라는 서비스는 성공했는데 싸이월드 회사는 망했거든요."]

아날로그 시대 이사를 갈 때 앨범과 편지지 묶음을 우선 챙겼었죠

온라인 세상이라 해서 추억이 소중하지 않을 리 없건만, 디지털에선 저장만큼 소실도 쉽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디지털수몰민' 포털 사이트의 폐쇄로 개인 자료를 잃는 이용자를 가리키는 신조어입니다.

마을이 물에 잠기기 전 부랴부랴 짐을 챙기거나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수몰민과 다를 게 없다는 뜻입니다.

디지털 수몰민들의 혼란스러운 ‘짐싸기’ 풍경은 프리챌(freechal.com)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13년 1세대 커뮤니티서비스 프리챌이 종료 한 달 전에 이를 공지하자 이용자들이 일일이 글과 사진을 내려받는 수고를 했습니다.

현행법 체계에서는 이런 디지털수몰민을 보호할 만한 근거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포털 사이트는 ‘이용 약관’ 등에서 서비스 종료 30~60일 전에 개인 게시물 삭제를 통보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전자우편·블로그 등이 대부분 무료 서비스인 탓에 구체적인 계약 기간 등도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IT 기업의 부침으로 수난을 겪고 있는 디지털 수몰민들이 ‘잊혀지지 않을 권리’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이윤희 기자 (heey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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