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사랑이야기로 시청자 녹였다.. 시월에 핀 '동백꽃'

안진용 기자 2019. 10. 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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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차가운 시선이 익숙한 동백 역의 배우 공효진(왼쪽 사진)과 자신의 감정을 믿고 우직하고 사랑을 고백하는 용식 역을 맡은 배우 강하늘(오른쪽)은 맞춤옷을 입은 듯한 연기로 호평받고 있다.

위로 건네는 수목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화제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미혼모

계산없이 사랑하는 순경 청년

‘당신 얼마나 훌륭한지’대사 등

진정성 있는 스토리로 공감 사

공효진-강하늘 호흡도 돋보여

‘딱 맞는 옷’ 입은듯 매회 열연

시청률 6.3%→12.9% 치솟아

“과거의 첫사랑이 떠오르고, 고향 어머니께 문득 전화하고 싶어지고, 자고 있는 아이들을 한 번 더 보게 만드는 드라마다.”

KBS 2TV 수목극 ‘동백꽃 필 무렵’을 연출하는 차영훈 PD는 지난달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 드라마를 이렇게 설명했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자꾸 손이 가는 ‘슬로 푸드’(slow food) 같다는 의미다. 지난달 18일 시청률 6.3%(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된 드라마는 3일 기준 12.9%까지 치솟았다. 차 PD가 옳았다는 뜻이다. 사건·사고로 얼룩진 현실, 자극적인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작품이 판치는 속에서 ‘동백꽃 필 무렵’은 쓰린 속을 달래는 식전 물 한잔 같은 작품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역시’라는 감탄사를 터뜨리게 하는 두 배우, 공효진과 강하늘이 있다.

◇영원한 ‘단짠’ 캔디, 공효진

‘동백꽃 필 무렵’의 배경은 가상의 시골 마을 옹산이다. 옆집 숟가락 개수까지 외우는 이 마을에, 외지에서 온 미혼모 동백(공효진)이 술집까지 운영한다고 하니 마을 주민들의 눈초리는 뻔하다. 하지만 동백은 굴하지 않는다. 동백을 사랑하던 남성의 엄마가 그를 병균 덩어리 취급하던 것을 비롯해 세상의 냉대를 온몸으로 받으며 살아온 동백은 오히려 용식(강하늘)의 막무가내식 사랑이 더 어색하다. 그래서 동백은 다가오는 용식을 향해 철벽을 친다. 마음을 고백하는 용식에게 “뭘 엎어치나 메쳐요. 저를 얼마나 아신다고 그렇게”라고 선을 긋고 “뭘 올인을 해요. 사람이 신중하지 못하게 정말”이라고 나무란다. 이렇게 내뱉지만 정작 ‘이 남자는 돌직구도 아니고 투포환급’이라고 내심 놀라며 흔들리는 동백의 양가감정은 공효진을 통해 배가된다.

공효진은 여러 작품 속에서 비탈길에 서 있었다. 비정규직 기상캐스터(질투의 화신), 귀신을 보는 능력 때문에 밤잠을 못 이루는 여성(주군의 태양), 몰락한 여가수(최고의 사랑), 실수투성이 초보 셰프(파스타) 등 순탄한 길이 없었다. 사랑스럽고 눈물 나는 ‘단짠’ 캐릭터지만 공효진표 캔디는 마냥 곁에 있는 남자에게 기대는 법도 없었다. 미약하게나마 주체적인 모습을 견지하며 독선적인 남자 주인공을 변화시키는 인물들이 공효진의 맞춤옷처럼 근사했다.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도 매한가지다. 그는 “내 인생은 뭐가 이래요. 학교 땐 고아도 나 하나, 여기선 미혼모도 나 하나. 나도 쨍하게 살고 싶은데 세상이 너무 야박해”라며 푸념할지언정 쉽게 손잡아달라고 내밀지 않는다.

그래서 항간에는 ‘너무 공효진스러운 캐릭터’를 맡았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 드라마를 통해 오히려 ‘공효진이어야만 하는 캐릭터’임을 보여줬다. “드라마 ‘고맙습니다’에 출연했을 때 ‘위로를 받았다’는 피드백이 많아서 스스로 만족도가 높았는데 또 그런 만족감을 느끼고 싶어 선택했다”는 공효진은 “그게 어쩌면 내 취향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려 세심하게 신경을 썼으니 알아봐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랑 앞에서 솔직한 불도저, 강하늘

강하늘이 연기하는 순경 용식은 우직하다. 첫눈에 반한 동백을 향한 계산 없는 사랑을 보여준다. 그에게 미혼모, 술집 등 동백을 가리키는 수식어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왜 결혼했냐”는 질문에 인연, 외모, 배경 따위를 찾는 식이 아니라 “사랑하니까”라고 가장 명료한 답을 던질 법한 인물이다.

또한 용식은 말을 꾸며 할 줄 모른다. A로 물으면 정확히 A로 답한다. 24시간 동백의 곁을 지키겠다며 “우리 친구 해요. 친구 하면 대놓고 편들어도 되죠?”라고 묻고 “내가 매일매일, 동백 씨가 하루도 안 까먹게 당신 얼마나 훌륭한지 말해줄게요”라고 말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마음이 꽁꽁 얼었던 동백도 용식의 칭찬 융단 폭격 앞에 “내가 진짜로 용식 씨 좋아해버리면 어쩌려고 이래요”라며 뜨거운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다.

강하늘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능청스럽게 구사하며 용식과 하나가 되고 있다. 영화 ‘동주’와 ‘청년경찰’, 드라마 ‘미생’과 ‘달의 연인’ 등에서 넓힌 연기 스펙트럼으로 주목받았던 강하늘은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또 하나의 색을 추가했다. “용식 같은 친구가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네티즌의 잇단 댓글은 그의 연기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위로를 전하다는 데 성공했다는 방증이다.

사랑을 계산하는 시대를 향해 용식은 외친다. “이제 잔소리 말고, 그냥 받기만 해요”라고. 동백꽃의 꽃말은 기다림 혹은 애타는 사랑이다. 용식을 통해 미혼모인 동백의 마음에 사랑이 움틀 수밖에 없고, 시청자들이 둘의 사랑을 지지하는 이유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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