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우대성, 조성기, 김형종

효효 2019. 10. 1. 06: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홈페이지 캡처.

[효효 아키텍트-3] '건축가 우대성'이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은 2016년 봄 서울역에서 가까운 동자동,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분도수녀회)에서 운영하는 공간 '성분도 은혜의 뜰'을 찾고서이다. 하루짜리 피정(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묵상과 침묵기도를 하는 종교적 수련)을 하는 자리였다. 내벽 중간은 붉은 벽돌 등 기존 자재들을 활용하였으나 디테일이 살아있었다. 오퍼스건축사무소가 리모델링 설계한 곳이다. 우대성, 조성기, 김형종 건축가 이름을 떠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이 가회동성당 리모델링 건축도 했음을 알았다. 헌법재판소 사거리를 지나 왼쪽 언덕 편에 있다. 오퍼스는 주변과 어울리는 풍경을 고려해 건물을 3개로 나누고 프로그램의 3분의 2를 땅에 묻었다. 건물보다는 움직임과 시선을 담을 다섯 개의 마당을 먼저 생각했다. 도로변엔 낮은 한옥을, 덩치 큰 성전과 사제관은 뒤편으로 숨겼다. 성전은 제대 뒤 벽면에 햇빛이 쏟아진다. 옥상에 올라가니 유리로 햇빛이 들어갈 수 있게 마감되어 있다. 옥상은 가회동의 풍광을 맘껏 누릴 수 있는 하늘 마당이 열려있다.

나는 본격적으로 오퍼스건축사무소의 작품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가톨릭 건축물이 연이어 눈에 들어왔다.

건축가가 서울 동자동 집을 고쳐달라는 수녀님들에 대해 알기 위해 부산 본원을 찾은 날 나온 이야기, '저 성당을 좀 새로 지어야 하는데..'에서 시작되었다. 수녀원을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수도자들의 거주 공간에 주안점을 두었다. 수도원 건축은 수도회만의 정신(회칙과 카리스마)을 담고, 닮아야만 한다. 건축가는 이 영성을 이해해야 했다. 건축가는 건축을 설계하기 이전에 삶을 관찰해서 읽고 발견하고 보충하는 데 집중했다.

수도자들은 서원을 통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그분께 봉헌(제단이나 성전, 성벽 등을 완공하여 바치거나 자기 몸으로 봉사 또는 예배를 하는 것)한다. 수도원 건축에는 수녀원의 회한과 삶, 집단의 기억과 지혜가 담겨있다. 그 기억은 구성원 모두를 엮는 연결 고리이며, 수녀회의 정체성을 만든다. 수련기를 거쳐 10년의 일상을 보내고 '종신서원'을 통해 한식구가 된다. 이곳에서 노동의 근원을 배우고 수녀원의 전례를 몸에 익혀 평생의 바탕으로 삼는다. 나이가 들어 이 집으로 돌아와 삶을 반추하고 기도 생활을 하다가 이곳 무덤에 묻힌다. 수녀로서 일상과 일생이 이곳에 있다.

수도원 건축의 특징은 회랑(cloister)이다. 회랑식 복도는 수도원 건축의 줄기다. 회랑은 건축적인 목적에 적합한 공간 형식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스타치오(Statio) 행렬을 위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설계를 시작할 즈음 100세 미리암 수녀가 선종했다. 미리암 수녀는 80세의 수녀에게 '건축가 선생에게 전달해 달라'며 평생을 지니고 다니던 베네딕도 패를 맡겼다. 모든 후배 수녀가 받고 싶어했던 것이다. 건축가에게 감사하고 무거운 선물이다. 건축가에게 장례 때 수련기 수녀들은 큰 원동력이다. 본원에 수련원 건물이 있는게 좋을 듯 보였다.

설계와 시공 등 2년여의 시간이 지난 뒤 건축가는 수녀들이 다시 입주한 후 작동 중인 본원을 만나러 갔다. 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었고, 일상은 평온했다. 시인 수녀는 건축가에게 '눈 맑은 지혜의 영성'이라며 칭송했다. 수녀회는 2016년 10월 1일 본원 성당 축성 미사를 봉헌했다.

멕시코 칼초에 지어진 비야 알로이시오 /사진=건축가 우대성
3년간의 부산 수국마을 건축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마리아수녀회와의 인연은 앞서 언급한 분도수녀회로 이어지고, 마리아수녀회 창설자의 염원을 따라 멕시코로 이어졌다. 건축가 우대성은 "비야 알로이시오(Villa Aloysius)에 소(한국 성) 알로이시오(Aloysius Schwartz·1930~1992) 신부의 영성과 수녀회 정신을 건축적 사고와 구현으로 드러내고 싶었다"고 밝힌다. 비야 알로이시오는 멕시코에 만든 가톨릭 공동체 건축물이다.

알로이시오 신부는 1957년 한국에 선교 사제로 입국한 이래 마리아수녀회를 창설해 수녀들이 아이들의 엄마가 되게 하고, 자체 교육기관을 가진 보육시설을 만들어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소년의 집'은 1969년 부산을 시작으로 1975년 서울로 확대되었고, 1985년에는 필리핀, 1990년에는 멕시코로 진출했다. 지금은 브라질, 과테말라, 온두라스, 탄자니아에서 연고 없는 가난한 아이들 20만명을 키워서 자립시켰다. 알로이시오 신부는 생애 마지막 2년을 병든 몸을 이끌고 수녀 두 명과 함께 멕시코를 찾은 것이다. 알로이시오 몬시뇰은 현재 시복시성 후보자로 올라 '하느님의 종'의 칭호를 받았다

우대성을 비롯한 오퍼스 건축가들은 이러한 염원을 건축으로 구현해야 했다. 멕시코 땅 찰코, 하시엔다(haciensa) 건축이 뿜어내는 아우라에 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하시엔다는 멕시코의 대농장을 지칭한다. 하시엔다는 지난 30년간 수녀와 아이들의 손길이 닿아 건축과 풍경이 온전히 하나가 되었다. 새로 짓는 건축이 이곳을 닮는 것은 당연하다. 푸른 새벽 하늘빛을 보았다. 하시엔다에서 쓰던 그릇은 하얀 바탕에 청색 안료를 쓴다. 근처 푸에블라는 도자기로 유명하다. 푸에블라 블루(Puebla Azul). 성당의 하얀 벽과 푸른빛을 대비시켰다.

길고 넓은 농장의 부속 창고는 아이들의 빵공장과 인쇄소로 사용되었다. 창고의 큰 벽을 살려서 작은 수녀원, 사무실의 건물 외벽으로 다시 사용한다. 공사 중 드러난 붉은 벽돌을 그대로 남긴다. 과거와 연결된 곳임을 드러내기에 안성맞춤이다. 성당을 깊이 파고, 건물의 기초를 만들 때 나온 흙으로 아이들의 집과 경계가 되는 언덕을 만들었다. 집은 수녀들,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경제적 후원뿐만 아니라 나무를 심고, 잔디를 깔고, 자갈로 길을 포장하며 참여로 완성하였다.

건축은 멕시코의 찰코라는 상황, 마리아수녀회의 필요, 열망과 의지, 한국 건축가의 참여와 멕시코 건축가의 협업, 여러 번 바뀐 시공팀, 비용과 법 제도의 제약, 현장에 투입된 기술과 자재, 인력의 숙련도, 그리고 참여한 모든 이들의 관심과 노력, 그 모든 상황의 집결된 결과가 '비야 알로이시오'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고, 어느 하나 순탄하게 진행된 것이 없다.

[프리랜서 효효]

※참고=오퍼스 웹사이트(http://opus.co.kr/),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수녀회 웹사이트(http://www.osboliv.or.kr/), 마리아수녀회 웹사이트(http://www.sistersofmary.or.kr/), 광안리 하얀 수녀원-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수녀회 부산 본원 다시 짓기(우대성, 조성기, 김형종. 픽셀하우스·2017년), 비야 알로이시오(Villa Aloysius)(우대성, 조성기, 김형종. 픽셀하우스·2019년)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