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192명 정규직 전환"..'고용세습' 의혹 사실로 확인

윤희훈 기자 2019. 9. 3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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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공공기관 5곳 채용 비리 감사 결과 발표
'면접 채용' 등 불공정하게 입사한 비정규직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돼
감사원, 서울시장에 서울교통공사 사장 '해임' 조치 요구

서울교통공사./조선일보DB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의혹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임직원의 친인척이 공공기관에 비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됐다가 2017년 이후 정부 정책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가 확인됐다. 특히 이들 중에선 임직원의 추천을 받아 면접만 거쳐 채용되는 등 불공정한 방법으로 입사한 사례도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장에게 인사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서울교통공사 사장을 해임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30일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 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정규직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채용과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친인척에 대한 채용 비리가 많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해 12월 3일부터 올해 2월 1일까지 채용 실태 감사를 실시했다. 이번에 감사를 받은 기관은 서울교통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전KPS주식회사,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5곳이다. 감사원은 채용 비리 의혹이 제기된 기관 중 정규직 전환 규모가 큰 기관을 감사 대상으로 삼았다고 했다. .

감사원 감사 결과, 5개 기관의 정규직 전환자 3048명 가운데 10.9%(333명)가 임직원과 4촌 이내 친인척 관계로 확인됐다. 특히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일반직 전환자 1285명 중 192명(14.9%)이 임직원과 친인척 관계였다. 여기에 자회사 재직자와 최근 10년간 전적자(퇴직 후 위탁업체 등에 취업한 사람), 최근 3년간 퇴직자까지 포함하면 친인척 관계인 일반직 전환자는 246명(19.1%)에 이른다. 나머지 4개 기관의 경우 정규직 전환 완료자 중 임직원 친인척 비율이 인천국제공항공사 33.3%(2명), 한국토지주택공사 6.9%(93명), 한전KPS주식회사 16.3%(39명), 한국산업인력공단 4.3%(7명)였다.

이번 감사에선 임직원 친인척들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불공정 행태도 적발됐다. 구(舊) 서울시 도시철도공사는 과거 기존 직원의 추천을 받은 친척 45명에 대해선 면접 등 간이 절차만 거쳐 기간제로 채용했다. 구 서울메트로는 사망 직원의 유가족 1명을 아무런 평가없이 기간제로 채용했다. 이 46명은 2018년 3월 서울교통공사(서울시 도시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가 합병) 일반직으로 전환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서울시는 서울교통공사의 무기계약직 중 일부가 불공정한 경로로 입직한 사례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거나, 공사에 확인만 하면 쉽게 알 수 있었는데도 이들을 일반직 전환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인천국제공항공사도 협력사가 신규 채용한 3604명에 대해 공정 채용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위 3604명의 채용 과정을 점검한 결과 서류·면접심사표를 작성하지 않거나 폐기하는 등 불공정 채용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아울러 2015년 12월 직장예비군 참모를 계약직으로 신규채용했는데, 당시 공항공사사장은 '임직원 행동강령'에 따라 직무 회피를 하지 않고 자신의 조카사위를 합격자로 최종 선정하기도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기간제·파견근로자 등 비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공사직원이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자신의 친동생에게 최고점을 부여하거나, 채용담당자에게 자녀 등 친인척의 채용을 청탁하고 채용담당자가 이를 들어주는 방식으로 5명을 부당채용하기도 했다. LH는 이렇게 채용한 비정규직 5명을 모두 2017년 12월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한전KPS주식회사는 비정규직 채용시 채용 공고 상 자격요건을 미충족한 지원자 4명과 허위 경력증명서를 제출한 1명을 부당하게 채용했다. 또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채용 공고를 하지 않고 임직원을 통해 채용 정보를 인지하고 지원한 75명을 채용했다.이들은 지난해 4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014년 이후 채용공고 등의 절차 없이 임직원 친인척 등 124명을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했다.

감사원은 비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의 경우 정규직(일반직)에 비해 난이도가 낮고 간소한 절차로 채용되는데도, 능력 입증을 위한 일체의 평가 절차 없이 일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시킨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10월 17일 서울 성동구 용답동 서울교통공사 입구에‘편견 없는 블라인드 채용’이라고 적힌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감사원은 30일 발표한 채용비리 감사 결과에서 서울교통공사의 일반직 전환자 1285명 중 192명(14.9%)이 임직원과 친인척 관계라고 밝혔다. /성형주 기자

직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면접 점수를 부당하게 부여하거나 채점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해 합격해야 할 사람이 탈락하고, 애초 탈락했어야 할 사람이 합격하는 사례도 감사 결과 드러났다. 구 서울메트로는 2017년 7월 전동차 검수지원 분야 및 모터카·철도장비 운전 분야 무기계약직 직원을 공개채용했다. 당시 서울메트로 측은 면접 전형에선 합리적 근거 없이 단순히 여성이 하기 힘든 업무라는 이유로 합격권이었던 여성지원자 6명의 면접 점수를 과락으로 일괄 조정해 탈락시키고, 대신 불합격했어야 할 남성지원자를 합격시켰다.

서울시 도시철도공사의 경우 2017년 4월 승강장 안전문 보수분야 무기계약직을 공개 채용했는데, 당시 필기시험에서 오류 문항을 출제했다. 도시철도공사는 해당 오류 문항을 무효 처리하기로 결정했지만 채점 과정에서 유효한 것으로 잘못 채점했다. 이로 인해 8명이 부당 합격하고 6명이 부당하게 탈락하는 일이 발생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서울시장에게 인사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서울교통공사 사장을 해임 등 조치하라고 통보하는 한편,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또한 '직무 회피'를 하지 않고 자신의 조카사위를 직장예비군 참모로 최종 합격시킨 박완수 전 인천공항공사 사장에 대해선 비위 내용을 재취업 등 인사자료에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이를 포함해 채용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5개 기관의 직원 등 총 72명에 대해 신분상 조치를 요구하고, 이 중 29명에 대해선 검찰에 수사 요청을 하거나 수사 참고자료로 통보했다. 감사원은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에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서울시는 "친인척이 있는 직원 192명에게서 채용비리와 관련된 위법성은 드러나지 않았다"며 "위법성이 드러난 사안이 아닌 수용할 수 없는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재심의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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