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틴 에티켓 <11>ㅣ등산리본 공해] 눈 어지러운 등산리본, 이제 그만!

글 신준범 기자 사진 조선일보DB 2019. 9. 2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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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웬만한 산 정상에 가면 성황당인지 정상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형형색색 등산리본이 지나치게 빽빽하게 걸려 있어 시선을 어지럽힌다.

등산리본은 표지기·시그널이라고도 부르는데, 원래 목적은 과거 등산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던 시절 등대 같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등산객의 조난을 예방하고자 선답자 격의 산악인이나 산악회에서 길찾기 어려운 곳, 헷갈리는 갈림길 등에 매달아 산길을 찾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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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목적과 달리 산악회와 개인 홍보로 쓰여
요즘 웬만한 산 정상에 가면 성황당인지 정상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형형색색 등산리본이 지나치게 빽빽하게 걸려 있어 시선을 어지럽힌다. 산에서 자연이 만든 천연색을 보고 싶었던 사람을 고역스럽게 만들기 일쑤다.
등산리본은 표지기·시그널이라고도 부르는데, 원래 목적은 과거 등산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던 시절 등대 같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등산객의 조난을 예방하고자 선답자 격의 산악인이나 산악회에서 길찾기 어려운 곳, 헷갈리는 갈림길 등에 매달아 산길을 찾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도록 했다.
하지만 원래 목적과 다르게 용도가 변질되었다. 산악회와 개인 홍보의 목적으로 쓰이고 있다. 사실 100명산에 속한 산이나 국립공원처럼 사람이 많이 찾는 산은 등산로 정비가 잘되어 있고, 이정표가 많아 표지기가 필요 없다.
알려지지 않은 산이라 해도 길찾기 어려운 곳에 매다는 것이 아니라, 정상처럼 누구나 알 수 있는, 이미 많은 표지기가 달려 있는 곳에 추가로 달아 굿판이 벌어진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송기헌 전 청운대 교수가 900여 개의 리본을 수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재는 65%가 헝겊이었고 30%가 비닐, 4%가 플라스틱이었다고 한다. 이 중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비닐과 플라스틱은 잘 썩지 않는 것은 물론, 나무를 괴롭히고 토양을 오염시킨다.
산은 무료로 광고하는 곳이 아니다. 평일 동안 힘들게 일한 현대인들이 자연 속에서 지친 마음을 위로 받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 위해 가는 곳이다. 새로운 산악회 회원을 유치해서 돈을 더 벌고, 내가 이렇게 많은 산을 오른 사람이란 걸 과시하기 위한 장소가 아니다. 자신의 목적만 생각하지 말고, 타인의 기분과 자연을 배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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