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잡'마저 인공지능이 대체 [IT칼럼]

입력 2019. 9. 2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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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는 최근 대화형 음성 기반 주문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실리콘 밸리 기반 스타트업을 하나 인수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도 익숙한 드라이브 스루를 완전 자동화해 기계가 음성으로 주문받게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다국어에 여러 가지 악센트가 뒤섞인, 여러 항목과 순서의 복잡한 대화를 다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던 스타트업이었다. 주문을 하고 받는 일이란 의외로 복잡한 일이다.

촬영 김기남 기자

패스트푸드 주문이란 기초 생활영어의 단골 장면이기에 만만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 대화야 물건 사는 갑의 입장이고, 오늘은 또 어떤 괴이한 손님이 등장할지 알 수 없는 점원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임기응변과 융통성이 필요하다. 게다가 드라이브 스루라면 야외의 각종 소음, 그리고 손님과의 물리적 거리 때문에 대화가 더 힘들어진다. 바로 그 거리 때문에 키오스크를 세워 놓기도 여의치 않다. 지금까지 사람이 할 수밖에 없던 일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만약 이처럼 훈련받은 인력이 할 수밖에 없는 일을 설비로 대체할 수 있다면, 인건비나 훈련비와 같은 고정비 지출을 대폭 줄일 수 있으니 매력적인 유혹이 아닐 수 없다. 맥도날드와 같은 전통적 기업들이 모두 IT 기업이 되려 애쓰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번에 인수된 회사는 맥도날드가 실리콘 밸리에 거점을 두고 한창 확장 중인 맥도날드 테크 랩에 소속된다는데, 최근 맥도날드는 ‘거하게’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날씨와 시간 등의 요인에 따라 드라이브 스루 메뉴를 추천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위해 이스라엘의 인공지능 기업을 인수했다. 인수비용은 무려 3억 달러에 달했다. 또 모바일 앱을 만드는 뉴질랜드 회사에 투자하기도 하는 등 미래를 위한 씀씀이가 전세계적이다.

한때 소프트웨어가 모든 것을 먹어치운다는 말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소프트웨어가 모든 산업을 먹어치우는 이유는 소프트웨어의 본질인 ‘조건 분기(IF-THEN)’와 ‘반복(FOR-WHILE)’이야말로 곧 대개의 직장 업무라서다. 출근해서 매뉴얼 따라 하는 단순 반복 업무란 결국은 소프트웨어로 표현되고 만다.

하지만 지금껏 대체가 더뎠던 것은 설비투자와 비교하면 인건비가 쌌던 것이 하나, 또 하나의 이유는 일에는 조건 분기와 반복의 매뉴얼 작업만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예외사항과 특이사항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를 해소하는 것은 현장의 지혜, 곧 사람일 수밖에 없고, 점포별로 매출과 성과가 다른 이유는 바로 이 현장의 지혜에 있었다.

그러나 만약 설비투자와 인건비의 균형이 깨지거나, 혹은 현장의 지혜조차 기계화할 수 있다면, 더 나아가 현장의 지혜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예측·추론·강화할 수 있다면 이 대체는 가속될 것이다.

국내에서도 최저임금이 오르자 이를 명분 삼아 키오스크가 대폭 늘어났다. 사람값은 오르고 기곗값은 싸지니 벌어지고 마는 일이다. 인공지능이라고는 도저히 부를 수 없는 원시적 기술 대체이기에 원활할 리가 없고, 소외되는 이들도 생겨났다. 지자체에서는 어르신들을 위한 키오스크 교육까지 개설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만약 어르신의 주문을 어르신의 말투로 받는 기계가 등장한다면, 그리고 모두 그 편을 더 편하게 느낀다면, 고임금은 아니지만 그래도 수많은 이들에게 사회생활의 묘를 알려주고 경력의 발판이 되어 준 ‘맥잡’마저 설비투자로 대체될 수 있다.

김국현 IT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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