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까말까] 아쉬운 박희본, 불안한 삼각형 ‘시크릿 부티크’

기사승인 2019-09-20 0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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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까말까] 아쉬운 박희본, 불안한 삼각형 ‘시크릿 부티크’

주인공도 그의 반대편에 선 인물도 모두 여성인 드라마가 나왔다. ‘레이디스 누아르’를 표방하며 지난 18일 막을 올린 SBS 새 수목극 ‘시크릿 부티크’의 중심엔 세 명의 여성이 있다. 이들은 더 큰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거침없이 움직인다. 욕망의 주체이며 사건을 주도한다. 첫 회에선 재벌인 데오가(家)의 사람들과 제이(J)부이크를 운영하는 제니장(김선아)의 캐릭터를 소개하고, 이들의 관계를 설명했다. 본격적인 갈등의 도화선이 될 살인사건도 벌어졌다.

전면에 선 것은 제니장으로 변신한 김선아다. 김선아는 강남 목욕탕 세신사에서 데오가의 하녀로 다시 정재계의 비선실세로 거듭 위치를 바꾼 제이부티크의 주인 제니장 역을 맡아, 기존의 이미지를 지워내고 새로운 면을 보여줬다.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하고,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제니장의 모습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김선아의 얼굴을 떠올리긴 힘들다. 전작 ‘품위있는 그녀’의 박복자도 씻어냈다. 

반대편에 있는 것은 데오그룹의 총수 김여옥 역을 맡은 배우 장미희다. 김여옥은 어린 장도영의 남다른 영민함을 알아보고 집안으로 들여 제니장으로 키워낸 인물. 차분한 한마디 조차 예사롭지 않다. 김여옥은 데오가의 일원이 돼 더 큰 야망을 펼쳐내려 하는 제니장을 자유롭게 놓아주겠다는 명목으로 선을 그어 끊어내려 한다. 

또 다른 꼭짓점엔 배우 박희본이 연기하는 위예남이 서 있다. 위예남은 자신과 동갑내기인 도영을 믿고 의지했지만, 그가 자신의 어머니인 김여옥에게 신뢰를 얻으며 변화하자 열등감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제니장을 굴복시키고 데오가 피라미드 위에 오르고자 고군분투한다. 첫 회에서 그는 제니장에 앞서 국제도시개발 사업을 선점하고자 돈과 성을 상납하고, 살인은폐를 지시한다.

‘시크릿 부티크’는 세 인물이 각자의 자리에서 팽팽하게 줄을 잡아당겨야 살아나는 드라마다. 제니장은 자신에게 누명을 씌워 속박한 김여옥에게 복수하고 데오가를 손에 쥐려는 욕망이 있고, 김여옥은 자신이 키운 제니장에게서 왕좌를 지켜야 한다. 위예남은 그룹의 총수이자 어머니인 김여옥에게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경쟁자인 제니장을 물리쳐야 한다.

김선아와 장미희는 큰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도 치열하게 싸우는 제니장과 김여옥을 매력적으로 그려내며 앞으로 전개될 두 사람의 이야기에 기대감을 높였다. 아쉬운 것은 박희본이 맡은 축이다. 위예남이 등장하는 장면은 상대적으로 긴장감이 떨어진다.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연기 때문이다. 

변수는 배우 고민시가 연기하는 아마추어 바둑기사 이현지다. 데오가나 제이부이크와 전혀 접점이 없던 이현지는 형사인 어머니의 죽음을 목도한 후 진실을 찾기 위해 이들과 엮이게 된다. 삼각형 위의 인물들과는 다른 이현지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전반적인 성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히든카드인 셈이다. 

 ■ 볼까

주인공도 악당도 여성인 드라마, 여성이 욕망하고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를 원한다면 추천한다. 김선아와 장미희의 불꽃 튀는 연기대결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채널을 고정하는 것이 좋겠다. 

■ 말까 

‘시크릿 부티크’ 안에서 여성은 권력자이거나 피해자다. 첫 회부터 두 명이 죽고 한 명은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린다. 성접대에 대한 묘사도 구체적인 편이다. 자극적인 장면들이다. 승계를 둘러싼 재벌가의 권력 다툼이 지겨운 시청자에게도 추천하지 않는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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