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D프린터로 만들어진 의안(義眼·사진)이 사람 세포에서 독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상용화에 힘이 실리게 됐다. 머지않아 ‘3D프린팅 의안 착용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세브란스병원 안과 윤진숙·고재상 교수팀은 최근 3D프린터를 이용한 맞춤형 의안의 제작 공정을 개발하고 의안이 인체 유래 점막세포에서 독성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관련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츠’ 최신호에 게재됐다.
눈 종양이나 외상 등으로 인한 안구 적출로 의안이 필요한 환자는 국내 약 6만명 있는 것으로 파악돼 있다. 그 가운데 4만명 정도가 의안을 끼고 있다. 시력을 잃게 되면 자신감 상실이나 대인 기피증 등으로 삶의 질이 떨어진다. 의안은 불안감과 수치심, 우울감, 사회적 공포 등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고 인간관계 형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
그간 의안은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가 완전 수작업으로 만들어 대량생산 자체가 불가능했고 값 역시 비싸다. 의안 한 개 제작에 8시간이 걸리며 제작 비용은 80만~250만원에 달한다. 또 영구적이지 않아 5년에 한번 교체해야 돼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도 환자 부담이 컸다.
연구팀은 지난해 7월 3D프린터를 활용한 의안 제작기술을 개발했다. 84개의 의안 표준화 모델 개발부터 생체 친화성 소재와 3D프린터를 이용한 의안 생산, 곡면인쇄 기술을 적용한 채색까지 전 과정이 자동화로 이뤄진다. 대량생산을 통한 비용 부담이 확 줄었고 환자 맞춤형 제작이 가능해졌다. 분실이나 파손됐을 때 기존의 제작 정보를 활용해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안정성 확보가 중요하다. 연구팀은 세포독성 검사에서 신뢰성을 확보한 만큼 조만간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윤진숙 교수는 “3D프린터를 이용한 의안이 시급히 환자들에게 쓰이도록 임상시험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의안실이 없는 안과에 다니는 환자들도 쉽고 편하게 의안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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