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볼턴, 리비아 모델 언급은 잘못"…북한에 유화적 신호 보내

김재중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리나아 여사가 9·11테러 18주기를 맞이한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행사 도중 9·11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리나아 여사가 9·11테러 18주기를 맞이한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행사 도중 9·11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격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은 “재앙”이었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북한이 극도의 거부감을 보여온 볼턴 전 보좌관을 경질한 데 이어 역시 북한이 극도로 거부하는 리비아 모델 배제 의사를 분명히 함으로써 9월 하순쯤 실무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힌 북한을 향해 유화적 신호를 보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볼턴 전 보좌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그는 매우 큰 실수들을 몇가지 저질렀다”면서 “그가 김정은에게 리비아 모델을 말했는데, 그것은 좋은 발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카다피에게 일어난 일을 보라”면서 “그것은 좋은 발언이 아니었고, 우리에게 난관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질문에 답하면서도 “볼턴이 리비아 모델에 관해 말했을 때 우리는 아주 나쁜 차질을 빚었다. 그는 실수를 했다”면서 “그가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자마자, 재앙이 일어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볼턴 전 보좌관이 불러온 ‘난관’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벌어진 사태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 방식으로 리비아 모델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북한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분위기가 경색되는 바람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연기를 선언하는 사태까지 발생했고 북측이 유화적인 몸짓을 보낸 뒤에야 가까스로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리비아 지도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는 2003년 영국의 중재 아래 미국과 비밀협상을 벌인 끝에 초기 단계에 있던 핵개발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포기를 선언하고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2011년 장기집권과 철권통지에 반발한 반정부 시위에 직면해 권좌에서 물러났으며 몸을 숨기고 도피하다 반군에게 사살됐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한에 대해서도 리비아와 마찬가지로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으로 비핵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북한은 카다피 정권이 일방적으로 핵을 포기하는 바람에 붕괴됐다면서 체제 안전을 보장받기 전에는 핵을 포기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리비아 모델은 사실상 정권 전복 기도에 다름아니라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북한은 비핵화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가 단계적·동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전 보좌관의 리비아 모델 언급을 ‘재앙’이라는 단어까지 동원해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리비아 모델과 선을 그었다는 확실한 의사 표현을 북한에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김정은이 (볼턴의 리비아 모델 발언) 후에 말한 것에 대해 비난하지 않는다”면서 “그는 존 볼턴과 함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런 말(리비아 모델)을 하는 건 터프함의 문제가 아니라 현명하지 못함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볼턴 전 보좌관에 대해 북한이 보여온 극도의 거부감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에 대한 칭찬도 어김없이 내놓았다. 그는 “북한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 한국 사이에 있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국민을 갖고 있다. 나는 정말로 믿을 수 없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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