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팀에 뜬 유일한 별, KIA 박찬호

박소영 입력 2019. 9. 11. 00:03 수정 2019. 9. 11.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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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 5년 만에 첫 도루왕 확실시
"스피드 아닌 연구가 1위 비결"
도루 37개를 기록하며 첫 타이틀 획득을 앞둔 KIA 타이거즈 내야수 박찬호. [뉴시스]
프로야구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개인 타이틀 1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시즌이 끝난 뒤 투수 6개 부문(다승·평균자책점·승률·탈삼진·세이브·홀드)과 공격 8개 부문(타율·안타·홈런·타점·득점·도루·장타율·출루율)에 대한 시상식 열린다. 야구에서 개인 성적과 팀 성적의 상관관계가 큰 만큼 타이틀 홀더들은 대부분 상위권 팀 소속이다.

올해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9일 기준으로 2위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20승, 평균자책점 2.12, 166탈삼진, 승률 0.952)이 투수 부문을 평정했다. 공격에서는 3위 키움 히어로즈의 박병호(31홈런), 이정후(180안타), 제리 샌즈(110타점) 등이 각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5위까지 참여하는 포스트시즌에서 멀어진 팀 가운데 유일하게 타이틀을 노리는 선수가 있다. 7위 KIA 타이거즈의 내야수 박찬호(24)가 도루 1위(37개)를 기록 중이다. 박찬호는 전반기에만 가장 많은 22도루를 성공하면서 새로운 ‘도루 장인’으로 떠올랐다. 후반기에도 2위(SK 와이번스 고종욱·27개)와의 차이를 넉넉히 유지하고 있다.

고종욱은 경기당 평균 0.22개의 도루를 기록 중이다. 남은 15경기에서 고종욱이 추가할 수 있는 도루는 3~4개다. 이변이 없는 한 박찬호가 생애 처음으로 도루왕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014년 KIA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박찬호는 5년 만에 주전 3루수를 꿰찼다. 장충고 시절 청소년 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촉망받는 내야수였지만 프로 입단 후에는 자리를 잡지 못했다. 지난 2016년 상무 야구단 입단에 실패, 현역병으로 입대한 것이 박찬호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그는 “야구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하면서 야구를 잠시 잊을 수 있었다”고 했다.

2년 간 떠났던 그라운드로 돌아온 박찬호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어 있었다. 군복무 틈틈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몸을 키웠다. 65㎏이었던 체중이 72㎏으로 늘었나면서 타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1할대 타율에 그쳤지만 올해 5월까지 3할 타율을 기록했다. 후반기 체력 저하로 타율이 0.266으로 떨어졌지만 발전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줬다.

주루 능력이 특히 일취월장했다. 100m를 12초에 뛰는 박찬호는 도루 타이밍을 기가 막하게 잡는다. 도루 37개를 성공하는 동안 5번만 실패했다. 도루 성공률이 무려 88%. 그는 상대 투수의 영상을 반복해 보면서 구종과 퀵 모션 등 투구 습성을 미리 파악한다. 박찬호는 “주자 견제 능력이 뛰어난 투수들이 많다. 그럴수록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근육이 커지면서 주루 중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아졌다. 도루보다 안타 하나를 더 치는 게 많은 연봉을 받는 지름길이다.

이런 가운데 박찬호는 몸을 던지며 열심히 뛴다. 그는 “도루왕을 하고 싶다. 도루는 상대 투수는 물론 상대 벤치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요소”라며 “내가 나가면 상대가 경계심을 갖기 때문에 우리 팀 작전 성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도루 비결은 스피드가 아니다. 내 도루의 90%는 김종국 주루·작전코치님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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