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탄핵 vs 문재인 지지'···조국 장관 임명하자 또 검색어 대결

김희진 기자
네이버와 다음 실시간 검색어 순위. 네이버·다음 화면 캡처.

네이버와 다음 실시간 검색어 순위. 네이버·다음 화면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자 온라인 ‘실검(실시간검색어) 대결’에 다시 불이 붙었다. 조 장관을 둘러싸고 벌어지던 ‘실검 대결’의 키워드로 문 대통령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실검 대결’이 여론 왜곡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0일 오전 9시 포털사이트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는 ‘문재인 탄핵’이었다. ‘문재인 탄핵’은 전날 오후 조 장관 임명장 수여식을 기점으로 계속 순위가 올라갔다. 이날 ‘문재인지지’가 빠르게 검색어 순위에 오르더니 오전 9시30분쯤 ‘문재인 탄핵’을 밀어내고 1위를 꿰찼다. 다른 포털사이트인 다음에는 오전 내내 ‘문재인지지’가 실시간 검색어 1위였다.

검색어 순위 대결은 문 대통령이 9일 조 장관을 임명한 직후 다시 시작됐다. 조 장관 지지자들은 임명을 축하하며 검색어 상위권에 ‘검찰단체사표환영’, ‘검찰 사모펀드 쇼’ 등을 올렸다. 조 장관 가족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난하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조 장관 임명에 비판적인 누리꾼들은 ‘문재인 탄핵’ 등을 실시간 검색어에 올리기 시작했다. 국민 뜻에 반해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문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뜻이다. 이후 ‘문재인 탄핵’ 검색어에 맞서 ‘문재인 지지’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 시작했다. 조 장관에 대한 지지여부가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로 이어진 것이다. 온라인 카페 ‘소주담’, ‘한류열풍사랑’, 문 대통령의 팬카페인 ‘문팬’ 등에는 “문재인 탄핵이 네이버 3위, ‘문재인지지’를 검색해달라” 등 글이 올라왔다. “띄어쓰지 말고 검색하라”는 구체적인 방법도 소개됐다.

조 장관을 두고 검색어 순위 대결이 벌어진 건 지난달 27일부터다. 이날 조 장관에 대한 고소·고발 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조 장관 지지자들은 ‘조국 힘내세요’를 검색어에 올렸다. 반대하는 누리꾼들은 이에 맞서 ‘조국 사퇴하세요’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응원 취지로 시작된 검색어는 조 장관에 대한 의혹을 규명하거나, 비판하는 집단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조 장관 지지자들은 ‘가짜뉴스아웃’, ‘한국언론사망’, ‘법대로조국임명’ ‘보고있다정치검찰’ 등 단어를 집중적으로 검색해 순위에 올렸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공격 단어를 논의하고 “오후 3시쯤 ‘정치검찰아웃’을 검색어 순위권에 올리자”라는 식의 공지가 오갔다.

네이버는 실검 순위가 ‘얼마나 많은 검색이 이뤄졌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검색량이 증가했는지’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단위시간 안에 검색된 횟수가 이전 단위시간에 비해 가장 많이 증가한 단어들이 순서대로 나열되는 식이다. 예를 들어 평균 1000회 검색되던 ‘날씨’가 기존의 2배인 2000회로 늘어난 경우보다, 평소에 검색되지 않던 ‘조국힘내세요’가 1회에서 1000회 검색되면 실검에 오를 확률이 높아진다. 이때 동일인이 여러번 검색하는 경우는 제외하는 등 다양한 기준이 적용되지만, 특정 집단 지지자들이 일시적으로 검색할 경우 실검 순위를 높이긴 어렵지 않다.

전문가들은 ‘실검 대결’이 자연스러운 정치적 표현을 넘어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실검은 일정한 집단이 본인들의 의견을 과잉대표할 위험이 있다. 진영을 중심으로 어느 세력이 더 큰지 보여주는 장이 됐다”며 “이번에 드러난 ‘실검 대결’은 실검이 여론을 왜곡시킬 수 있단 비판에 힘을 실어주는 증거인 셈”이라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실검을 표현의 자유로 볼 수도 있지만, 인위적으로 특정 주장을 부각시키는 경우 건전한 여론이 되기보단 편향된 여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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