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사태' 긴장하는 이유 있었네..한국의 4위 수출국, 83%가 중국行
손해용 2019. 9. 9. 10:51
상식 퀴즈 하나. 우리나라의 1·2위 수출국은 중국과 미국이다. 3·4위는 어디일까? 3위는 한국의 아세안 핵심 교역국가로 떠오른 베트남, 4위는 정국 불안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바로 홍콩이다. (5위는 일본)
홍콩이 한국의 핵심 수출국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홍콩은 1980년대 초부터 늘 한국의 5대 수출국에 이름을 올렸고, 2000년대 이후에는 4위권 밖을 벗어난 적이 없다. 2015ㆍ2016년에는 3위 수출국으로까지 순위가 오르기도 했다.
인구 750만명으로 경기도의 10분의 1 크기에 불과한 홍콩에 일본보다 많은 제품이 수출되고 있는 것은 우선 홍콩이 세계 중계무역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홍콩은 지리적으로 중국 본토와 아세안을 연결하는 중계무역항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무관세 및 자유무역 지역으로 물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실제 홍콩은 지난해 6029억달러를 수입했는데, 이 가운데 87.1%인 5253억달러를 재수출(Re-Export)했다. 특히 중국으로 재수출한 금액이 2894억 달러로 전체 재수출의 55.1%를 차지한다. 쉽게 말해 홍콩은 세계, 그중에서도 중국으로의 수출 ‘관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주홍콩총영사관이 펴낸 '홍콩 무역 및 한·홍콩 무역 현황'에 따르면 우리 기업이 홍콩을 경유한 수출경로를 활용하는 이유는 ▶중국과 직접거래 시 발생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리스크 완화 ▶무관세 혜택 및 낮은 법인세 활용 ▶직접 중국 수출이 곤란한 중소·수출 초보기업 등의 홍콩무역상 활용 ▶국제금융센터로서 낮은 조달금리 등이 꼽힌다. 물류비용을 줄이고, 통관절차도 쉬운 데다 중국과 직접 거래할 경우보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유진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홍콩-본토 간 경제협력동반자협정(CEPA)를 활용한 관세 혜택, 낮은 법인세 및 우수한 금융ㆍ물류 인프라 등으로 홍콩은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에 중요한 경유지로 활용됐다”며 “홍콩-본토 간 갈등이 격화할 경우 다른 주요국에 비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결국 한국 수출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홍콩의 반(反)중국 시위가 장기화하면 우리나라 수출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7.6%였던 대홍콩 수출 비중이 올해 7월까지 6%로 낮아지는 등 이미 이상 신호는 감지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은 중국 정부의 무력 개입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무력 개입으로 항만 및 공항 등이 마비될 경우 단기적으로 수출 차질이 불가피하며, 반도체 등 전기·전자 품목의 수출 타격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앙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