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벌레 때문에 8천억을?" 아베 옥수수 구매 뭇매
“숨 내쉬듯 거짓말한다. 아베 자체가 가짜.”
일본 정부가 미국산 사료용 옥수수 대량 구매를 설명하면서 엉터리 변명을 늘어놨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거대 나방의 유충 탓에 국내 옥수수 생산량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는데 정작 해충으로 인한 영향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일본 네티즌들은 “아베 정부가 미국에 아양 떨려고 (8천억원의) 세금을 마구 쓰고 이를 또 은폐했다”며 허탈해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계열 온라인미디어 아에라닷(Aera dot.)은 27일 미국산 사료용 옥수수 대량 수입에 대한 일본 정부의 설명을 놓고 의문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산 옥수수 대량 수입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일본에서) 공급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큐슈 지방을 중심으로 11개 현에서 밤나방(fall armyworm·Spodoptera frugiperda)의 유충의 발생이 확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아베 총리가 우리의 옥수수를 모두 사주기로 했다. 수십억 달러 규모로 농부들에게는 엄청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농산물 구매 약속을 지키지 않아 우리 옥수수가 전국에 남아 돈다”면서 “아베 총리와 일본 국민들에게 감사한다. 우리는 환상적인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일본이 수입하는 옥수수 양은 275만t이다. 우리 돈으로 따지면 8천억원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발표에 아베 총리는 당황한 듯 “(미국산 옥수수 구매는) 민간 분야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일본 민간 기업들은 공적 영역의 말을 매우 잘 듣는다”고 맞받았다.
이를 놓고 일본 진보성향 매체들은 “아베 정부가 미국과의 밀월관계 유지를 위해 일방적인 양보를 했다”고 비판했다.
설상가상 스가 장관의 ‘나방 탓’ 설명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아에라닷은 “농림수산성에 문의해보니 ‘현재 상태의 영농 활동에는 밤나방으로 인한 악영향이 없다’는 답변을 얻었다”면서 “일부 해충 발생이 확인된 지역에서는 대량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방제작업을 서두르고 있을 뿐 작물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했다”고 전했다.
일본 농수성은 지난 7월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를 통해 “7월 3일 가고시마현에서 밤나방이 확인됐고 8일 추가로 가고시마현 내 사료용 옥수수 재배지에서 밤나방이 발생했다”고 알렸다. 이밖에 이바라키현에서도 밤나방이 확인됐다. 일본 내 사료용 옥수수의 생산량(연간 약 450만t)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홋카이도현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일본이 수입하게 될 미국산 사료용 옥수수를 모두 소비하기도 어렵다는데 있다. 사료용 옥수수는 가축에게 먹일 때 알갱이와 줄기, 잎 등을 함께 제공해야 하는데 미국에서는 알갱이만 들여오기 때문이다. 즉 8천억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양의 옥수수를 수입해놓고도 정작 사료용으로도 쓰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아에라닷은 “아베 정권은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얻은 국익이 무엇인가”라면서 “다만 트럼프 대통령을 즐겁게 만든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일본 네티즌들은 발끈하고 있다.
“어디가 윈윈인가. 자동차 관세철폐는 보류됐는데 우리만 필요 없는 옥수수를 잔뜩 샀다. 외교의 실패다.”
“해충 피해 때문에 수입한다고? 이걸 그대로 보도한 일본 방송과 신문은 정정조차 하지 않는군.”
“거짓말쟁이 아베.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아베 자체가 가짜. 아베는 숨을 내쉬듯 거짓말한다.”
“미국의 노예 아베 총리는 추방하자.”
“정부의 발표 역시 루머였다. 협상 패배를 감추기 위해 우리의 막대한 세금이 사용된다. 용서할 수 있을까.”
아사히신문은 트위터에 밤나방 유충 사진을 올리고 “이 해충 피해 때문에 미국산 옥수수 대량 수입한다고 정부가 설명했다”고 썼다. 일본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이 벌레는 자그마치 8천억원짜리인 셈이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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