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안 맞는다더니..벤투호, 왜 지금 김신욱일까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50)이 2022 카타르월드컵을 향한 첫 출항을 앞두고 변화의 길을 찾고 있다. 장신(1m97) 골잡이 김신욱(31·상하이 선화)을 대표팀에 처음 불렀다.
벤투 감독은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9월 A매치에 나설 소집 명단(26명)을 발표하면서 “지금이 김신욱을 부를 적기”라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로 이어진 16차례 A매치에서 김신욱을 외면해왔다. 볼을 소유하면서 빠른 역습을 추구하는 자신의 축구 철학과 기본적으로 어긋났기 때문이었다.
벤투 감독이 9월 소집에서 자신의 입장을 바꾼 이유는 역시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이라는 무대의 특수성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FIFA 랭킹 37위)은 2차예선 H조에서 레바논(87위)과 북한(118위), 투르크메니스탄(132위), 스리랑카(200위)를 상대한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인 상대들이라 밀집수비를 뚫는 비책, 플랜 B가 필요하다. 큰 키가 강점인 김신욱은 공중볼 다툼에 능할 뿐만 아니라 밀집수비를 무너뜨리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에서 플랜 B로 효율성이 높다.
벤투 감독이 당장 김신욱을 중심으로 전술을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새 전술을 추가할 시점이라는 판단은 내릴 만 하다. 김신욱이 최근 중국 슈퍼리그 상하이 선화로 이적하면서 7경기에서 8골·4도움을 올리는 등 물 오른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도 선발에 영향을 미쳤다. 벤투 감독은 “카타르월드컵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 김신욱이 대표팀에 활약할 수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김신욱도 우리 스타일에 적응해야 하고, 대표팀 또한 김신욱의 특징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신욱의 발탁이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무대에서 뛰는 선수만 합류할 수 있는 오는 12월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미리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회에는 유럽파가 뛸 수 없다. 이에 반일 감정이 치솟는 상황이라 승리가 지상 과제인 한일전, 귀화 선수가 넘치는 한중전까지 견뎌내려면 손흥민(27·토트넘)과 황의조(27·보르도) 등 유럽파로 치중된 해결사 구성을 다변화해야 하는 숙제가 따른다.
벤투 감독이 김신욱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도 관심을 모은다. 벤투 감독은 올해초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 8강에서 탈락한 뒤 투톱에 공을 들였다. 지난 3월 A매치에선 2경기 모두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고, 6월에는 4-4-2 포메이션과 5-3-2 포메이션을 혼용해 공격의 날카로움을 끌어 올렸다. 김신욱이 교체가 아닌 선발로 가동된다면 손흥민과의 빅 앤 스몰로 뛸 가능성이 높다. 벤투 감독은 “9월 A매치에서도 투톱을 쓸 생각을 하고 있다”며 “많은 변수가 있기에 훈련을 통해 테스트하면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벤투호는 9월 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조지아와 평가전을 치른 뒤 10일 투르크메니스탄 아시가바트에서 투르크메니스탄과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1차전에 나선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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