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취급 받으며 중국 팔려가는 탈북여성들, 대한민국의 문제다

류인하 기자 2019. 8. 2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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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내 들어온 10명 중 7명은 중국 브로커에 의해 인신매매로 팔려가

2018년 9월11일 한복을 차려입은 북한여성들이 평양 외곽에서 열린 ‘조선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국제 행군’에 참여하고 있다. AFP·Getty image

“당신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나.”

만약 탈북 모자 아사(餓死)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이런 질문 자체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탈북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여전히 낯선 이방인이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지난 2월 발표한 ‘2018년도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은 3만2476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정확한 숫자는 아니다. 비보호 탈북민들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보호 탈북자란 중국 등지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르다 국내로 들어온 탈북민을 가리킨다. 이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정착지원금 등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일부는 난민신청을 하기도 하지만 받아들여지는 사례는 거의 없다.

중국 체류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십 년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략 3만4000명 정도의 탈북민이 국내로 들어왔다. 그 중 3000명가량이 중국 등 제3국으로 떠났다. 탈북민의 대다수는 여성이다. 남성 대 여성 탈북민 비율은 2대 8에서 3대 7 수준이다.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들 중 북한에서 곧바로 한국으로 들어오는 탈북민은 극히 일부다. 이른바 ‘직송 탈북민’은 북한에서도 상위계층인 경우가 많다. 돈이 있어야 제3국을 거치지 않고 한국으로 곧바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유입경로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1인당 적게는 1500만원에서 많게는 3000만원까지 브로커 비용을 들여야 가능하다. 대부분은 중국을 거쳐 베트남, 태국 등의 경로를 통해 들어온다. 그런데 탈북여성의 대다수는 중국에 일시적으로 체류하는 것이 아니라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십 년을 살다가 한국으로 들어온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전 부산 하나센터장)는 “탈북 후 한국으로 들어오기 위해 일시적으로 체류하는 것이 아닌 ‘거주’를 하다가 국내로 들어오는 탈북여성은 전체 탈북여성의 약 70%를 차지한다”고 했다.

왜 그들은 한국에 들어오기 전 중국에서 장기간 거주하는 것일까. 이유는 슬프지만 단순하다. 대부분의 탈북여성들이 중국 브로커에게 잡혀 팔려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브로커들에게 탈북여성은 ‘돈’이다. 탈북여성은 중국 시장에서 연령이나 외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값이 매겨진다. 젊고 예쁠수록 비싼 값에 성매매업소 등으로 팔려가고, 나머지도 나이 든 중국인 남성이나 장애를 가진 중국 남성 등에게 팔려간다. 국내에 들어온 10명의 탈북여성 중 7명은 중국 인신매매의 피해자인 셈이다. 한 북한이탈주민은 “중국에 인신매매로 팔려가 거주하고 있는 탈북여성들도 언젠가는 한국에 들어온다”면서 “그들의 문제는 곧 대한민국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내용의 보고서가 지난 5월 20일 한 단체를 통해 발표된 적이 있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비영리단체인 ‘한국미래계획(KFI)’은 A4용지 48장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희생자(탈북여성)들은 대부분 12살부터 29살 사이로 중국에서 억압, 매매, 납치됐거나 북한으로부터 직접 불법거래됐다. 희생자들은 고향(북한)을 떠난 후 1년 안에 어떤 형태로든 성노예생활을 강요당하고, 많은 경우 1년에 한 번 이상 팔려다닌다”고 폭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성매매로 팔려가는 탈북여성들의 나이는 15~25세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많은 북한 여성들이 매매혼으로 팔려가 중국인 남편에게 착취당하고, 노예생활을 강요당한다고 밝혔다. 소수의 단체와 기독교 선교사들이 구출을 위해 노력하지만 많은 희생자들이 중국에서 비명횡사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적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남한 정부와 국제 공동체는 중국 내의 북한 난민들에 대하여 신체적 보호를 제공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the Government of South Korea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will not undertake)’는 대목이다. 보고서는 중국의 지하시장에서 북한 여성을 착취하는 연간 매출규모를 1억500만 달러(약 1263억원)로 추정했다. 탈북여성들은 30위안(약 5000원)에 성매매를 하고, 1000위안(약 17만원)에 중국인 가정으로 팔려가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KFI는 위험에 처한 북한 난민을 구출하고, 탈북자 인권유린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하는 사업을 하는 비영리단체로 2009년부터 북한 인권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외국 언론은 보도하지만 국내는 외면

외신은 이 같은 내용을 여러 차례 보도했지만 국내 주요 언론은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부가 중국에 팔려다니는 탈북여성의 인권문제에 대해 언급한 전례 역시 없다.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는 지난 8월20일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중국에 대해 여전히 식민지 외교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0대 후반 북한 여성들이 중국에서 팔려다니고 있다. 그 아이들은 최소한으로 잡아서 4만5000명 수준이다. 죽은 한성옥이도 20대 초반에 인신매매로 팔려갔던 사람이다.”

중국인 브로커 사이에서 인신매매로 거래되는 비용은 KFI의 발표와 다소 차이가 났다. 20대는 우리돈으로 250만원, 30대는 200만원, 그 안에서 인물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들은 영문도 모른 채 팔려간 뒤 하루 24시간 발가벗고 웹캠을 찍으며 남성을 상대하는 일을 하거나 성노예로 살아간다고 했다. 그는 “내가 (여기 기자분이 여성이지만) 발가벗고 마약에 취해 있는 탈북여성들을 내 옷으로 덮어서 많이 구출하고 다녔다. 그렇게 처참할 수가 없다”고 했다. 대부분 중국 현지 조직폭력배와 연계돼 있다. 그들은 탈북여성들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마약을 주입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마약에 중독돼 있는 탈북여성을 구출하려다 여러차례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과거 대한민국 정부에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중국에 있는 탈북여성들은) 우리 국민이 아니다’였다고 했다.

문제는 이 일을 단순히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침해 실태로만 바라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국내로 들어온다. 인신매매를 겪은 탈북여성들은 중국에 머물면서 얻은 각종 질병을 치료하지 못한 채 한국에 들어온다. 결국 한국의 문제가 되는 셈이다.

지난해 12월까지 부산하나센터장을 맡아온 강동완 교수는 중국 현지에서 100명의 탈북여성을 만나 일대 일 심층면접을 벌였다. 그리고 <엄마의 엄마>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강 교수는 책에서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여성들의 삶에 대한 조명은 국내에 들어온 탈북여성들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배경적 자료로 활용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적었다. 국내 입국한 탈북여성들의 문화적 배경은 북한과 중국에서의 생활상이 접목된 형태라는 것이 강 교수의 설명이다. 중국에서 겪은 일들을 빼놓고 그들이 한국에서 겪는 갈등을 설명할 수 없다는 얘기다.

탈북여성 100명과 면접 <엄마의 엄마>

심층면접은 2016년 9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약 9개월간 중국 현지에서 진행됐다. 인터뷰를 진행한 탈북여성들의 당시 나이는 10대가 13명, 20대가 57명, 30대 27명, 40대 3명으로 20대가 과반수였다. 중국에 체류하게 된 기간은 1~5년 이내가 9명, 6~10년 이내 19명, 11~15년 이내 46명, 16~20년 이내 25명, 21년 이상 1명으로 조사됐다. 북한에서의 직업은 노동자가 35명, 상인 31명, 농장원 18명, 교사 6명, 학생 4명, 예술단원 3명, 군인과 의사가 각각 2명, 1명이었다. 이들은 아이를 낳지 못한 8명을 제외하고 전부 중국에서 결혼생활을 하며 아이를 출산했다. 자녀가 1명인 여성은 45명, 2자녀 40명, 3자녀 7명이다. 그들은 인신매매 과정에서 여러 집으로 팔려다니며 여러 명의 남편을 만나기도 했다. 낳은 아이가 전부 아버지가 각기 다른 여성도 있었다. 중국에 비자발적으로 온 탈북여성은 77명, 자발적으로 온 여성은 23명이었다.

강 교수는 “자발적으로 왔다고 이야기하지만 중국행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그들의 선택이 과연 자발적이라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2003년 탈북한 여성은 19살 나이에 북한에서 낳은 아이를 굶겨 죽였다. 낙태를 하면 병원비로 한 달 식량값이 들었다. 돈이 없어 낳았고, 돈이 없어 굶겨 죽였다. 그는 “아버지가 ‘너까지 영양실조 걸리면 우리 가족을 부양할 사람이 없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강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3일을 울었어요. 그 다음에 울지도 못하고 결국 말려 죽였단 말입니다”라고 했다. 남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중국으로 갔던 그는 북한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한국으로 가지도 못한 채 13년째 중국에 머물고 있었다. 그 역시 중국 브로커에 의해 인신매매를 당한 뒤 1만6000위안에 팔린 희생자였다. 북한을 탈출한 여성들이 꿈꾼 삶이 ‘인신매매 희생자’일 수는 없다. 그들은 중국과 북한을 오가며 장사를 해 번 돈으로 북한의 가족들을 부양할 목적으로 국경을 넘었다. 또는 자유를 꿈꾸며 한국으로 가려 했다. 그러나 그들은 인신매매의 희생자로 살아가고 있었다.

“○○에 지금 살고 있는 (탈북)여성은 나이가 19살인데, 14살에 인신매매당해서 15살에 첫째를 낳고, 17살에 둘째를 낳고, 19살에 셋째를 가지니 그제야 중국인 남편이 다리에 채워둔 족쇄를 풀어주더랍니다. 그 자리에서 도망쳐 한국으로 왔지. 그들이 겪었을 고통이 상상이나 갑니까. 그들도 한 민족이고, 대한민국 국민인데 왜 정부는 이 상황을 알려고조차 하지 않느냐는 말입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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