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시작점 섰죠"..'지정생존자' 이무생이 답한 #탈북민 #시즌2 #'봄밤'(종합)[인터뷰]
[OSEN=김나희 기자] 극과 극 캐릭터를 맛춤옷을 입은 듯 소화해낸 이가 있다. '봄밤'의 폭력 남편과 '60일, 지정생존자'의 탈북민 청와대 대변인을 동시에 연기해낸 배우 이무생 이야기다.
이무생은 지난 20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극본 김태희/ 연출 유종선)에서 탈북민 출신인 청와대 대변인 김남욱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60일, 지정생존자'는 미국 드라마 '지정생존자'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탄탄한 대본과 세심한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시너지를 이뤄 최종회가 자체 최고 시청률 6.2%(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가구 전국기준)를 기록하는 등 정치 드라마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무생 또한 몰입감 높은 연기로 이에 기여한 상황.
이에 대해 최근 서울 마포구 OSEN 사옥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이무생은 "마지막 장면에서 '진짜 끝이구나' 싶어 울컥했다. 워낙 팀워크가 좋았기 때문에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라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이어 "김남욱 역할로 오디션을 봤다. 사전에 탈북민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점을 메리트로 느꼈다. 지금 상황에서 봤을 때 쉽지 않은 캐릭터고 판타지적 요소를 느낄 수 있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라며 김남욱 캐릭터를 처음 만났을 때를 회상했다.
이무생은 원작과는 다르게 탈북민 설정이 추가된 것에 대해 "원작 캐릭터도 미국 정치인이지만 아랍계 사람이라 차별을 받는다. 그가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탈북민으로 바뀐 거다"라고 설명한 뒤, "사실 김남욱의 전사가 탈북민이긴 하지만 10대에 넘어온 거라 남한말을 더 유창하게 한다는 설정이다. 하지만 북한말을 아예 넣지 않으면 실감이 안 날 것 같았다. 적절할 때 북한말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았고 제가 감독님과 작가님께 의견을 내자 흔쾌히 들어주셨다"라고 이야기해 남다른 노력을 엿보게 만들기도.
또한 그는 극 중 김남욱과의 싱크로율에 대해선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저는 인생을 재밌게 살고 싶어하고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굳이 힘든 티를 내고 싶지 않아 하는데 김남욱도 그런 점이 있다. 또 설움이 있지만 진취적으로 살려고 하고 현실을 제대로 보려고 하는 점도 비슷한 것 같다"라면서도 "눈치는 김남욱보다 제가 좀 더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가 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정치가 소재로 다뤄진 만큼, 사소한 행동이 의미부여가 되거나 잘못 해석될 수도 있어 모든 것에 조심스러웠기 때문. 이무생은 "정치라는 소재가 워낙 민감해서 접근이 쉽진 않았다. 또 저는 탈북민 출신 정치인이자 대변인이라, 이성적인 모습도 보여줘야 하지만 동시에 탈북민을 어루만져 줘야 하는 모습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면서 "제가 방송 초반 춘추관에서 두 번째 브리핑을 하면서 돌아가신 탈북민에 대해 언급하는 신이 있었는데, 일부러 울컥하고 참아내는 모습을 추가해 넣었다. 감독님이 좋다고 해주신 덕분이다"라고 촬영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해 흥미를 높였다.
이어 그는 시즌2를 암시하는 열린 결말에 대해선 "또 다른 시작이 아닐까 싶다. 김남욱으로서는 끝이자 시작인 엔딩이었고, 주인공 박무진(지진희 분)으로서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제가 한 대사지만 '좋은 사람이 이기는 세상이 아닌, 좋은 사람이라서 이기는 세상을 보고 싶다'는 말이 저희 드라마를 관통한다고 생각한다. 결과물적인 대사인 것 같다"라면서 "시즌2는 배우들 모두 바라고 있는 부분이다. 다만 실무적으로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현재 출연진과 제작진의 생각을 솔직하게 전했다.
이 외에도 이무생은 '60일, 지정생존자'와 다소 촬영 시기가 겹쳤던 MBC 드라마 '봄밤'(극본 김은/ 연출 안판석)에 대해 이야기해 눈길을 끌었다. '봄밤'에서 그는 아내 이서인(임성언 분)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무자비한 남편 남시훈 역으로 등장해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바. '봄밤'이 마무리될 무렵 '60일, 지정생존자'가 방영됨에 따라, 그에게 극과 극 반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봄밤' 남시훈 캐릭터는 당연히 욕을 먹어야 한다. 시청자분들이 욕을 찰지게 해주셔서 감사했다. 저 나름대로의 결정을 내렸고 안판석 감독님을 조금의 의심도 없이 따랐기에 (악역을 맡은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제 역할이 욕을 먹을수록 극이 사는 것 같다"라면서 "'60일, 지정생존자' 김남욱 캐릭터는 착한 쪽이라 배우로서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두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방영되고 촬영도 겹친 기간이 있었는데, 순간순간 다른 삶을 살 수 있었고 반응도 극과 극이라 배우로서 재밌다고 생각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무생은 두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한 점에 대해 "워낙 달라서 오히려 쉽게 접근이 됐다. 캐릭터 간 갭이 없었으면 연기하기가 힘들었을 텐데 너무나 달라서 오히려 연기하는 재미가 있었다. 방영일이 겹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면서 강한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끝으로 그는 어느덧 데뷔 14년 차가 된 것을 놀라워하며 "이제서야 시작점에 선 것 같다. 그동안은 시작하기 위한 준비 단계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것들을 다지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그로 인해 더 탄탄해진 것 같아서 그 시간을 후회하진 않는다. 기초를 단단히 해야 높이, 멀리 뛸 수 있으니 말이다"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고, "일단 제가 연기를 하고 그걸 시청자분들이 봤을 때 '아, 그렇지. 삶이 저렇지. 인생이 저렇지. 사람이 저렇지'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연기, 영화, 드라마가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이해되고 공감되는 배우가 될 수 있다면 만족한다"라는 포부를 밝혀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한편 지난 2006년 영화 '방과후 옥상'으로 데뷔한 이무생은 다양한 영화와 연극을 비롯해 드라마 OCN '특수사건전담반 TEN2',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KBS2 '우리가 만난 기적', tvN '왕이 된 남자', '봄밤', '60일, 지정생존자'에 출연해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또한 그는 tvN 새 드라마 '날 녹여주오'에 캐스팅돼 안방극장에서의 활약을 이어갈 계획이다. / nahe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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