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이 기업인들에게 ‘SOS’를 쳤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 집중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좀 더 유화적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우지수가 800포인트 폭락한 지난 14일 월가 대형은행 최고경영자(CEO)들과 콘퍼런스콜(전화 회의)을 했다고 지난 16일 보도했다. 뉴저지주(州)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의 골프 리조트에서 휴가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씨티그룹의 마이클 코벳 CEO 등 3명에게 경제 펀더멘털을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가계 소비와 기업들의 투자 전망 등에 대해 질문했다. CEO들은 소비가 탄탄하지만 무역갈등이 진화된다면 더욱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답했다. 무역갈등이 기업 투자 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팀 쿡 애플 CEO 등 재계 인사들을 불러 의견을 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로 “오늘 밤 팀 쿡 CEO와 저녁 식사를 한다. 애플은 미국에 거액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내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겉으로는 미국 경제 호황을 자랑하지만, 속으로는 최근 경기 침체 신호에 불안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창업자는 같은 날 CNBC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원한다면 중국과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 합의를 예전보다 강하게 원한다는 신호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가 예정돼 있다”며 “무역전쟁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9월 고위급 무역 회담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매우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화웨이가 미국 기업들과 거래할 수 있는 임시 거래 면허도 연장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 5월 화웨이와의 거래를 막은 뒤 미국 기업들에 90일간 임시 면허를 줬다. 로이터통신은 “면허가 19일 만료되는데 연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화웨이 제재 해제를 요구 중인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파국으로 이끌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