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 파이터' 미오치치, 코미어 꺾고 '지구 최강자' 복귀

입력 2019. 8. 18. 16:36 수정 2019. 8. 18.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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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역전극 쓰고 헤비급 챔피언 되찾아
옥타곤 밖에선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
18일 코미어를 꺾고 지구최강자에 복귀한 미오치치. [사진 미오치치 인스타그램]

‘파이어 파이터’스티페 미오치치(36·미국)가 챔피언 대니얼 코미어(40·미국)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지구 최강의 남자(Strongest Man on the Planet)’ 타이틀을 되찾았다.

미오치치는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혼다센터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UFC 241 대회 헤비급(120kg급) 타이틀매치에서 코미어를 상대로 4라운드 4분9초 만에 TKO승을 거뒀다.

미오치치는 지난해 7월 코미어에 당한 패배를 설욕하고 약 1년 1개월 만에 헤비급 챔피언벨트를 되찾았다. 통산 전적은 19승3패.

미오치치는 챔피언벨트를 차고 “코미어를 이겨서 천만다행”이라며 “그는 정말 이기기 어려운 상대”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혼다센터는 미오치치-코미어전을 보기 위해 만원 관중(1만7304명)이 몰렸다. 입장권 수익만 캘리포니아주 신기록인 323만7032 달러(약 39억2000만원)을 달성했다.
클리블랜드 출신 미오치치가 챔피언 벨트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 UFC 인스타그램]

미오치치는 지난해 코미어와 첫 대결 전까지만 해도 3차 타이틀 방어까지 성공한 헤비급 최강자였다. 미오치치(1m93㎝)가 우세한 리치를 앞세워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코미어(180cm)를 이길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미오치치는 코미어가 준비한 근접전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며 1라운드 4분33초 만에 KO로 졌다.

충격의 패배를 당한 미오치치는 이때부터 이후 복수의 칼만 갈며 코미어와 재대결만 기다렸다. 다른 상대와 경기는 모두 거부하는 배수의 진을 친 덕분에 재대결이 성사됐다. 그동안 코미어는 헤비급 타이틀 1차 방어(2018년 11월 데릭 루이스 서브미션승)에 성공하며 챔피언의 위용을 과시했다.

미오치치는 이날도 기선제압을 당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경기 시작 1분50초 만에 코미어가 미오치치를 어깨 위로 번쩍 뽑아들고는 그대로 옥타곤 바닥에 내리꽂았다. 프로레슬링에서나 볼법한 화려한 기술이었다.

코미어(리치 183cm)는 2라운드에서 신장과 리치의 차이를 무시한 채 미오치치(203cm)와 난타전을 벌였다. 코미어는 상대의 안쪽으로 파고들며 전매특허인 빠르고 날카로운 펀치를 꽂았다. 잽과 스테이트로 미오치치를 압박하고 어퍼컷으로 결정타를 노리는 방식이었다. 미오치치는 3쿼터 중반 잠시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오치치도 노림수는 있었다. 코미어가 소나기 펀치를 퍼붓는 동안 미오치치는 왼손 펀치로 꾸준히 상대의 몸통을 공략했다. 특히 4라운드부터는 다른 공격을 포기하고 코미어의 왼쪽 복부만 노렸다.

작전은 주효했다. 수세에 몰린 것처럼 보인 미오치치는 4라운드에서 승부를 뒤집었다. 4라운드 3분 58초를 남겨두고 미오치치에 왼쪽 복부를 허용한 코미어는 수비 자세가 무너졌다. 그동안 몸통에 조금씩 누적된 충격 때문이다. 미오치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원투 스트레이트를 코미어의 안면에 꽂은 뒤, 아껴웠던 오른손 스트레이트 연타로 코미어를 바닥에 눕혔다.

미국 ESPN은 “미오치치는 코미어와의 재대결을 위해 1년 이상을 기다렸고, 이날 승리를 따내기 위해 4라운드를 더 기다려야 했다”며 “미오치치의 인내가 큰 보상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승리 후 춤을 추는 세리머니로 챔피언 재등극의 기쁨을 표현한 미오치치는 “몸통 공격에 코미어가 충격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몸쪽을 지속적으로 공격했다”며 “그 이후부터는 상대가 반응을 보일 때까지 공격하고 또 공격하는 방법뿐이었다”고 했다.
요즘도 야구장을 자주 찾는 미오치치. [사진 미오치치 인스타그램]

크로아티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미오치치는 고교시절 야구, 미식축구, 레슬링을 섭렵한 만능 스포츠맨이다. 그는 폭발적인 힘과 열정 넘치는 플레이를 앞세워 모든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가장 돋보인 건 야구 실력이었다. 미오치치는 트레비카대 야구부 시절 압도적인 장타력을 과시하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받았다. 레슬링에선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디비전1에서 활약했다. 동료들은 워낙 힘이 좋은 미오치치에게 격투기를 해도 잘 할 거라고 놀리고는 했다.

2005년 종합격투기에 입문한 미오치치는 예상대로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었다. 미오치치는 복싱을 배운 지 8개월 만에 테스트 차원에서 출전한 클리브랜드 골든글러브복싱대회에서 우승했다. 타고난 긴 리치에 스치기만 해도 상대가 움츠러는 돌주먹이었다. 오하이오주 내 선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레슬링 선수 출신인 만큼 그라운드 기술은 이미 일품이었다.

UFC에서도 그의 주먹은 통했다. 2010년 UFC에 데뷔한 미오치치는 연승행진 끝에 2016년 5월 파브리시오 베어둠을 KO로 쓰러드리고 처음 헤비급 챔피언벨트를 찼다. 전문가들은 숙적 코미어를 누르고 다시 왕좌에 앉은 미오치치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클리블랜드 소방서에서 10년째 근무 중인 미오치치. [사진 미오치치 인스타그램]
미오치치는 평소 파이터가 아닌 ‘화마’를 상대로 싸운다. 그는 훈련 시간을 제외하면 클리블랜드 벨리뷰 소방서에서 10년째 소방관으로 근무 중이다.

미국에선 소방관이 영웅으로 불릴 만큼 존경받는 직업인데, 옥타곤에서 묵묵히 싸우는 파이터의 이미지의 닮은 점이 많아 관심이 뜨겁다. 미오치치는 “나는 영원한 소방관”이라며 자신의 두 번째 직업에 자부심을 보인다. 그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어서 좋다”고 덧붙였다. 케이지 안팎에서 모두 챔피언의 면모를 보이는 미오치치의 도전은 계속된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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