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보다 '무아지경'에 빠져 내 골프만 칠래요"

조효성 2019. 8. 17. 19: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그너MBN여자오픈 2R
버디만 8개 '생애 최저타'
공동 2위에 2타 앞선 선두
시즌 첫 승·통산 3승 도전
"점수·성적 집착은 버리고
긴장감 속에서 즐겁게 경쟁"
목표는 '매년 1승씩' 하는 것
고진영의 모든 것 닮고 싶어
17일 열린 보그너 MBN 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8타를 줄이며 단독선두에 오른 박민지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LPGA]
"예전에는 톱10에 들기 위해 챔피언 조에서도 방어적으로 쳤어요.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어요. 성적보다는 코스 안에서 골프에만 빠져서 무아지경으로 치고 싶어요. 직업이 골프선수 이기 때문에 대회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긴장감도 즐기고 골프에도 집중하며 재미있게 치는 거죠."

17일 경기도 양평 더스타휴 골프&리조트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보그너 MBN 여자오픈 2라운드.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낸 '3년차' 박민지(21·NH투자증권)가 리더보드 맨 꼭대기에 이름을 올렸다.

중간합계 12언더파 130타를 기록한 박민지는 공동 2위그룹을 형성한 김자영(28·SK네트웍스), 박주영(29·동부건설), 장하나(27·비씨카드), 인주연(22·동부건설)에 2타 앞선 단독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이하게 됐다.

박민지는 "프로데뷔 이후 개인적으로 가장 낮은 스코어다. 개인 최저타는 올해 두 차례 기록한 65타"라고 말한 뒤 "정규대회는 아니지만 지난해 LF포인트 왕중왕전에서는 63타를 한번 쳐 본적은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몰아치기의 비결은 '무아지경 골프'다. 박민지는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을 했지만 오히려 비가 그친 뒤 바람도 안 불고 날씨가 좋아져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었다"고 말한 뒤 "오늘은 모든 것이 잘 됐다. 어떻게 쳐도 공이 핀 방향으로 갈 것 같은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내가 갖고 있는 스윙을 다 하면서 최고의 라운드를 했다. 아무 생각없이 골프에만 빠져서 18홀을 돈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날 박민지가 기록한 8언더파 63타는 더스타휴 골프&리조트의 새로운 코스레코드이자 이날 데일리베스트 스코어. 박민지는 코스레코드 상금 300만원과 데일리베스트에게 주는 갤럭시 S10 스마트폰도 받아 기쁨이 배가됐다.

박민지가 17일 보그너MBN여자오픈 2라운드가 열린 더스타휴 골프&리조트 4번홀에서 아이언샷 날리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시즌 첫 승 기회와 개인 통산 KLPGA투어 3승 기회를 잡은 박민지는 지난 2017년 데뷔 직후 삼천리 투게더 오픈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린 기대주다. 지난 해에는 우승을 못 하는 듯 했지만 시즌 최종전인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하며 데뷔 이후 2년 연속 우승을 신고했다. 박민지는 "목표는 크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년 1승 이상 하는 선수'로 골프 목표를 잡았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잘 쳐 '3년 연속 우승'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민지는 올해도 우승은 없지만 교촌 허니레이디스 준우승 등 톱10에 7번, 톱5에는 3차례나 들며 상금 2억3641만7913원으로 1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보그너 MBN 여자오픈에 앞서 컷 통과한 대회가 14차례이기 때문에 컷 통과 이후만 따지면 절반은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성공적인 시즌이다. 하지만 박민지는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 우승보다 골프에 대한 즐거움과 골프를 치는 자신이 느끼는 행복이었다.

박민지는 단독선두로 마친 뒤 "전반기에는 계속 대회에 출전만 하다 보니 힘들었다"며 "3주간 쉬면서 잘 먹고 잘 쉬다 보니 다시 골프를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어보였다.

단순하게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박민지는 "예전에는 그저 '직업'이라는 의미가 강했다. 그래서 스코어에 집착하고 직장에 출근하듯 대회에 참가했다"고 돌아본 뒤 "하지만 이제는 코스 안에서 재미있게 골프를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지의 생각을 바꾼 것은 최근 박인비와 고진영의 인터뷰를 통해 나온 '워라벨'이다. "고진영 언니의 인터뷰를 올해 많이 봤다. 읽으면서 나도 재미있고 행복하게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 박민지는 "그냥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실천하기 어렵지만 긴장감을 즐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는 고진영의 스윙이 좋았지만 이제는 '나도 저럼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롤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우승을 향한 마지막 18홀을 남긴 박민지는 "내일 목표는 '무아지경'에 빠져 골프를 즐기는 것이다. 스코어와 순위가 아니다. 내 스스로 골프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보다 행복한 것 없을 것 같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양평 = 조효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