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反이민정책, 합법이민 문턱도 높여…저소득층 타격
"열심히 일하는 이민희망자들, 사회 기여 안한다고 잘못 전제"
"저소득 이민신청자들, 불이익 우려해 필수혜택 포기 가능성"

【모턴=AP/뉴시스】미국 이민국이 12일(현지시간) 합법적 경로를 통한 미국 유입 및 거주 희망자들의 재정여력 심사를 강화하는 새 이민규정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7일 미 미시시피주 모턴에서 불법이주 근로자들이 연행되는 가운데 한 여성이 공장 밖에서 흐느끼는 모습. 2019.08.13.
【서울=뉴시스】김난영 기자 = 중남미발 불법 이주민들의 미국 유입 차단에 주력해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이 합법이민에도 손길을 뻗었다. 당장 저소득 이민 희망자들의 이민 문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N에 따르면 켄 쿠치넬리 미국 이민국(USCIS) 국장대행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합법적 경로를 통한 미국 유입 및 거주 희망자들에게 적용할 837쪽 분량의 새 이민규정을 발표했다.
이번 규정의 핵심은 미 영주권(그린카드) 부여를 위한 심사 과정에서 신청자들의 재정적 여력 심사를 강화하는 데 있다. 당국자들은 규정 시행에 따라 신청자의 나이, 건강, 가족상태, 자산, 자원, 교육은 물론 재정상태를 고려하게 된다.
쿠치넬리 국장은 새 규정에 대해 "미국 유입 또는 거주를 원하는 이들의 자립과 자급자족을 격려하게 될 것"이라며 "자급자족할 수 없는 사람들의 경우 합법적 영주권 취득자가 될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매우 곤란함을 겪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 희망자의 재정적 자립도 심사요건 강화는 납세자들의 이민자에 대한 반발을 완화할 방편이라는 게 이민국 논리다. 쿠치넬리 국장은 이와 관련해 "우리 이민제도가 사람들을 미국 시민으로서 우리와 함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규정이 저소득층 합법이민 희망자들을 차별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이미 나오고 있다. 특히 영주권 취득 과정에서의 불이익을 우려해 의료 및 푸드스탬프 등 복지혜택을 포기하는 저소득 이민 희망자들이 속출하리라는 우려가 크다.
로버트 그린스타인 미국 예산정책우선순위센터(CBPP) 센터장은 "이 규정은 미국의 어두운 비전을 나타낸다"며 "열심히 일하고 경제적 사다리를 오르려 하는 사람들이 우리 공동체에 기여하지 않으리라는 잘못된 추정에 근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리엘레나 힌커피 전국이민법센터(NILC) 전무는 새 규정 시행과 관련해 "끔찍한 인도주의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일부 가정이 핵심적인 구명의료서비스와 영양공급을 포기하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친이민 단체들은 이번 규정 시행을 막기 위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한편 NYT는 이번 규정이 트럼프 행정부 반이민정책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의 최우선 과제였다고 전했다. 그는 새 규정이 그간 사실상 미 이민을 장려해온 이민규정의 '중대 변화'가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규정은 약 38만2000명 상당의 이민 희망자들에게 적용되며, 오는 10월15일부터 시행된다.
imz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