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김민석 PD "유재석 최초 '눕방'..시민들 덕에 그저 우연에 맡겨도 생명력 얻어"

이유진 기자 2019. 8. 12.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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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MC도 힐링한다는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지난달 2일 방송한 <유 퀴즈 온 더 블럭> ‘수원 편’의 한 장면. 유재석과 조세호 두 MC가 평상에 누워있다.이들 뒤로 배를 보이고 누워있는 강아지 ‘보름이’가 보인다. tvN 캡처

대본은 없다. 출연자들은 평균 1만보, 막내 스태프들은 평균 1만5000보 이상. 말 그대로 전국 길거리 곳곳을 누빈다. tvN 길거리 퀴즈쇼 <유 퀴즈 온 더 블럭>(유 퀴즈) 이야기다. 주인공은 ‘국민MC’ 유재석도, 그의 곁을 지키는 ‘아기자기’ 조세호도 아닌, 두 MC가 거리에서 마주친 평범한 시민이다. 텅 빈 거리에 사람 머리카락 한 올 안 보일 때도 있지만, 신기하게도 매회 ‘기승전결’이 있는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가 완성된다.

시즌 2는 퀴즈보다 이야기 강화

시민들 이제는 유재석 마주치면

런닝맨 아닌 ‘유퀴즈’로 알아봐

시민 출연자에겐 ‘추억의 기록’

훗날 대한민국 역사, 책임감 느껴

지난 4월 ‘시즌 2’로 돌아온 <유 퀴즈>는 퀴즈보다 이야기를 강화해 연일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민석 PD(33)는 “피부로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예전엔 다들 <런닝맨>이나 <무한도전>을 찍고 있는 줄 아셨어요. 요즘은 남녀노소 ‘어? <유 퀴즈>다’ 하면서 알아봐주세요.”

<유 퀴즈>는 ‘MC도 힐링하는 예능’으로 입소문을 탔다. 그만큼 출연자들이 길에서 만난 시민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편안하고 즐거워 보인다는 의미다. 김 PD는 “실제로 두 MC 모두 촬영을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유재석씨는 하루 빼고는 전부 야외 스케줄이라 힘든 상황인데도, 촬영 막바지가 되면 시민 한 분만 더 만나자고 하세요. 그럴 땐 ‘아, 정말 즐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김 PD는 “<유 퀴즈>는 유재석이라 가능한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그는 “유재석의 진면목은 일반 시민을 만났을 때 나타난다”며 “<무한도전>을 오래한 이언주 작가와 함께 유재석씨 강점을 살린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유 퀴즈>는 크게 ‘공통 질문’을 바탕으로 한 토크와 100만원 상금을 건 퀴즈, 이렇게 두 갈래로 진행된다.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순간’ ‘과거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 등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공통 질문은 시민들 속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김 PD는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선뜻 물어볼 수 없는 삶의 일관된 가치에 대한 질문을 대신 물어보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며 “한자리에 모이진 않았더라도 서로의 말을 통해 긍정적 영향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퀴즈는 한 문제만 맞혀도 즉석에서 100만원을 현금인출기(ATM)에서 뽑아 준다. 김 PD는 “최후의 1인만 상금을 타거나, 모두 탈락하면 아무도 상금을 받지 못하는 퀴즈 프로그램의 아쉬움을 보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김민석 PD가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자기백’을 멘 채 상품이 적힌 쪽지가 든 공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정근 기자

그의 말처럼 <유 퀴즈>는 시민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는다. 문제를 맞히지 못하더라도 ‘자기백’ 속의 상품이 적힌 종이가 든 공을 추첨해 선물을 주기 때문이다. 값비싼 가전제품은 물론 생선 슬리퍼, 유재석 옷걸이, 김치 담요 등 기상천외한 상품이 웃음을 유발한다.

30회 방송(13일)을 앞둔 <유 퀴즈>에 출연한 시민만 어느덧 300명이 넘었다. 김 PD에게 명장면을 꼽아달라고 요청하자 한참만에 답이 돌아왔다. “지난달 2일 방송한 ‘수원편’의 한 장면을 꼽고 싶어요. 촬영이 30분 정도 남은 상황에서 화성 성벽 근처 벽화마을을 그냥 쭉 따라 걸었어요. 그러다 평상에서 담소를 나누는 할머니와 강아지 ‘보름이’를 만난 거예요. 그때 유재석씨가 방송에서 눕는 모습을 처음 봤어요. 유재석씨는 평상 위에 물통을 베고 누워 있고, 조세호씨는 보름이 배를 계속 긁어주는 그 장면이 그 자체로 너무 평온했어요. 그저 우연에 맡겨도 촬영이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었죠.”

KBS <1박2일>을 비롯해 줄곧 ‘사람 냄새’ 나는 예능을 만들어 온 김 PD이지만 <유 퀴즈>는 더 남다른 점이 있다고 했다.

“시민 출연자 입장에선 본인과 개인을 둘러싼 소중한 분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는 하나의 기록이라고 생각하니까 책임감이 더 생겨요. 개인적으론 훗날 ‘대한민국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까’ ‘무엇을 좋아했고, 무엇에 분노하고 좌절했을까’ ‘어떤 것으로부터 위로받으며 살았을까’를 소수의 대표자가 아닌 최대한 많은 공간, 많은 사람들을 통해 보여주는 자료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참 의미있는 기록이라는 얘기를 들었으면 합니다.”

올해로 PD 8년차인 그는 “PD들로 구성된 ‘크루’를 만들고 싶다”는 더 큰 목표도 털어놨다. 뜻이 맞는 래퍼들이 모여 레이블을 만들 듯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그룹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유 퀴즈>는 저 혼자 만드는 프로그램이 아니거든요. 저 말고도 젊은 PD들이 날밤을 새며 노력한 결과예요. 전체 스태프까지 합치면 60명이 <유 퀴즈>를 끌어가고 있거든요. 제 이름보다는 후배들과 함께하는 크루의 이름이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됐으면 합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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