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홀로 '부산' 유니폼..롯데 손아섭 해프닝은 '규정위반'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2019. 8. 8.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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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울산 키움전에 롯데 선수단과 다른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손아섭(오른쪽). 왼쪽은 고승민. SBS스포츠 중계화면 갈무리

지난 7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키움-롯데전. 롯데의 ‘제2홈구장’ 울산에서 열린 경기에, 롯데 선수들은 새로운 ‘동백 유니폼’을 선보였다. 자주 선보인 동백 유니폼은 붉은 바탕에 연고지명인 ‘Busan’(부산)이 흘림체로 적혀있는데, 울산 홈경기를 맞아 ‘Ulsan’(울산)이 적힌 동백 유니폼이 선을 보였다.

때문에 해프닝이 일어났다. 이날 2번·우익수로 선발출전한 손아섭의 유니폼이 조금 달랐다. 모든 선수들이 가슴에 Ulsan이 쓰인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섰으나, 손아섭의 유니폼에만 Busan이 쓰여 있었다. 글씨체가 기존 유니폼과 같았고 영어 철자가 똑같이 다섯 글자, 뒤 세 글자는 ‘san’으로 같았기에 쉽게 눈에 띄지는 않았으나, 글씨체 외에도 오른쪽 소매 패치 등 다른 부분이 분명 있었다. 이날 중계방송사에서 손아섭의 유니폼을 동료들의 유니폼과 나란히 화면에 내보내기도 했다.

롯데 측의 설명에 따르면, 이 해프닝은 손아섭이 유니폼을 착각해 잘못 입어 벌어졌다. 평소 유니폼은 선수들이 챙기곤 하지만, 롯데 구단은 올 시즌 ‘Ulsan’이 적힌 동백 유니폼을 처음 입기 때문에 경기에 앞서 선수들에게 배부했다. 손아섭도 새 유니폼을 받았으나, 따로 챙겨온 기존 동백 유니폼과 혼동해 잘못 입고 나왔다는 것이다. 롯데 측도 이 상황을 경기 도중 인지했고, 손아섭은 5회초부터 ‘Ulsan’이 적힌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남은 이닝을 뛰었다.

지난 7일 울산 키움전 6회 말 2사에서 롯데 손아섭이 1점 홈런을 터뜨리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손아섭은 5회초부터 선수단과 같은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울산 | 연합뉴스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작은 해프닝이긴 했지만, 손아섭의 유니폼 실수는 사실 규정 위반이다. 경기 중 유니폼 상의를 실수로 가져오지 않아 다른 동료 선수나 코칭스태프의 이름과 등번호가 적힌 상의를 입고 경기를 치르는 사례는 종종 있다. 하지만 이번 손아섭의 경우는 다르다. 리그 규정이 아니라 ‘공식야구규칙’을 위반한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펴낸 ‘2019 공식야구규칙’ 중 ‘3.03 <1.11> 유니폼(경기복)’ 항목 (a)의 (1)은 “한 팀의 모든 선수는 같은 색깔, 형태, 디자인의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선수의 유니폼에는 6인치(15㎝) 크기 이상 등번호를 붙여야 한다”고 돼 있다. 또 (a)의 (3)은 “자기 팀과 다른 유니폼을 입은 선수는 경기에 나올 수 없다”고 돼 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개개인을 구분하기 위한 등번호는 논외로 하더라도, 같은 팀원들, 적어도 경기에 나오는 선수들의 유니폼은 모두 디자인이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KBO리그뿐 아니라 모든 공식 야구 경기에 적용되는 규칙이다.

올해 NC에서 KIA로 트레이드된 이우성이 지난달 6일 이적 직후 광주 경기에 출전했던 상황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이날 KIA는 평소 홈 유니폼과 형태가 유사한 ‘러브투게더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렀다. 그래서 이우성은 광주에서 구할 수 있는 ‘평소 홈 유니폼’이 아닌 러브투게더 유니폼을 굳이 서울로부터 전달받아야 했다. 자신의 유니폼이 도착해 갈아입기 전까지는 제이콥 터너의 러브투게더 유니폼을 빌려 입고 그라운드에 섰다. 유니폼이 같으면 등번호는 상대에게 양해를 구한다면 원래 자신의 것과 달라도 관계없지만, 등번호와 이름이 자신의 것이어도 유니폼 디자인이 다르면 안되기 때문이다.

2015년 7월8일, 목동 KIA전에서 선수단과 다른 유니폼을 입은 유재신(오른쪽). 왼쪽은 당시 최만호 주루코치. 유재신은 잘못 입은 유니폼 때문에 엄중경고 조치를 받았다. 스카이스포츠 중계화면 갈무리

KBO도 동료들과 다른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른 선수에게 ‘엄중경고’ 조치를 내린 바가 있다. 2015년 7월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KIA-넥센전에서 당시 넥센에서 뛰던 유재신이 8회말 동료들과 다른 유니폼을 입은 채 대주자로 투입됐다. 디자인은 비슷했으나 이날 넥센타이어 제품명 유니폼을 입은 동료들과 달리 유재신은 ‘넥센’이 영어로 적힌 유니폼을 입었다. 경기 후 KBO는 넥센 구단과 유재신에게 ‘엄중경고’ 처분을 내렸다. KBO 관계자는 “상벌위원회를 열 정도의 무거운 사안은 아니지만, 손아섭도 분명히 규정을 위반한 것은 맞다”며 “과거 사례처럼 구단 측에 경위를 묻고 그에 준하는 처분을 내리는 절차가 남았다”고 설명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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