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아무개(34)씨는 전세 계약금 일부에 필요한 신용대출을 받으려 지난달 주거래은행을 찾았다. 창구 직원이 김씨의 스마트폰으로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어 2% 후반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김씨는 “이렇게 빠르고 편한줄 알았다면 굳이 지점을 찾지 않아도 됐을뻔 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포문을 열어젖힌 비대면(모바일) 신용대출 시장이 시중은행으로 번지며 뜨겁다. 무서류·무방문이 특징인 모바일 신용대출 시장에서는 시중은행이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인만큼 인터넷은행보다 빠르고 한도도 높다는 점을 강조하는 추세다. 때맞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핀테크(금융+기술) 업체들은 ‘대출 비교 서비스’를 속속 내놓으며 대출 시장의 경쟁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5분 대출도 길다”…3분 컵라면 대출
7일 금융권 설명을 종합하면, 케이이비(KEB)하나·(KB)국민·신한·우리·NH(엔에이치)농협 등 5대 은행의 주요 모바일 신용대출 상품 최저금리는 2.25~2.96%, 한도는 1억5천만~2억2천만원에 형성돼있다. 이들 은행이 모바일 신용대출 상품의 기준점으로 삼은 카카오뱅크 직장인신용대출의 금리(최저 2.5%)나 한도(1억5천만원)에 견줘 뒤지지 않는다.

3분 안에 대출 한도와 금리 조회부터 신청까지 가능해 이른바 ‘컵라면 대출’로 알려진 하나은행의 모바일 전용 ‘하나원큐신용대출’은 출시 45일만에 판매액 5천억원을 돌파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기존 은행권 온라인 대출이 판매액 1천억원을 달성하려면 평균 8개월이 걸렸던 것과 견주면 폭발적인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가 ‘5분 대출’로 마케팅하던 것보다도 짧은 데다, 대출 한도도 은행권 모바일 상품 중 가장 높다. 특히 로그인하지 않아도 본인 명의의 스마트폰과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대출 조회가 가능해 접근성을 확 낮춘 점이 강점이 됐다.
금융지주의 특징을 살려 계열사 은행·저축은행·카드·캐피탈의 신용대출상품 조건을 한번에 조회하고 실행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1일 케이비금융은 이런 내용으로 서비스하는 ‘케이비 이지(KB easy)대출’을 출시했다. 앞서 신한금융도 ‘스마트대출마당’을 내놓고, ‘쏠’이나 ‘신한페이판’ 등의 앱에서 계열사 대출 조건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도록 구축해놨다.

이런 플랫폼은 금융소비자에게도 개별 앱으로 ‘손품’을 팔 필요가 없어 편하지만, 금융사 관점에서도 ‘가두리’가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신용대출이 7천만원 필요한데 은행 대출 한도가 5천만원까지 가능하다고 나온다면, 기존엔 남은 금액에 대해서는 다른 금융사를 알아봐야 했다. 그러나 추가로 카드와 캐피탈에서도 각각 1천만원 한도가 나온다면, 은행 한도를 넘는 금액을 다른 계열사에서 빌릴 수 있도록 유인할 수 있는 셈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출 조회할 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까지 따져서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한 곳에서 빌린다고 다른 곳에서 한도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대출금리 비교 서비스는 걸음마
모바일 신용대출의 또 다른 기대주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대출 비교 플랫폼들이다. 특정 금융사나 계열사 앱 안에서 확정금리를 비교할 수 있던 모바일 대출 관행과 달리, 앱 한 곳에서 여러 금융사의 확정 금리와 한도를 확인하고 신청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구조다. 원래는 금융위 모범규준의 ‘대출 1사 전속주의’(대출모집인은 1개의 금융사와만 대출모집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의무조항) 때문에 불가능했지만, 금융당국이 온라인에서는 4년간 ‘규제 특례’를 허용하면서 가능해졌다.


7일 기준 대출 1사 전속주의와 관련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업체는 11곳이고, 서비스를 시작한 곳은 2곳이다. 아직 기존 금융앱의 경쟁자가 되기에는 부족한데, 관건은 얼마나 참여 금융사를 늘리느냐에 있다. 이날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4개 저축은행(유진·오케이·웰컴·신한)의 6개 신용대출 상품 금리를 비교하고 신청할 수 있는 ‘내게 맞는 대출 찾기’ 서비스를 출시했다. 토스 관계자는 “서비스를 연동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려 8월 이후 1금융권까지 포함해 점점 더 입점 금융기관이 확대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처음 관련 서비스를 시작한 핀테크 업체 ‘핀다’에서도 아직 2개 저축은행(한국투자·스마트저축은행)의 대출비교만 가능하다. 핀다의 이재균 이사는 “대형 금융사는 자체 앱에서도 충분히 모객할 수 있어 참여 유인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면서도 “점점 시장에서 수요가 입증되면 금융사 참여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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