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견 달관이의 '개과천선'

청주/신정훈 기자 2019. 8. 5.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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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누리양 찾아내 '영웅' 등극
길도 안 난 험한 수풀로 들어가 바위틈에 웅크려 있던 조양 발견
열흘간 연인원 5800명을 동원한 조은누리양 수색에서 최초 발견의 공을 세운 육군 32사단 기동대대 소속 정찰견 달관이가 담당 핸들러인 김재현(오른쪽) 일병, 박상진 원사와 함께 숲길을 가고 있다. /육군 32사단

지난 2일 오후 2시 40분쯤 충북 보은군 회인면 신문리의 야산을 수색하던 군견 '달관'이가 갑자기 멈춰 섰다. 곧바로 제자리에 앉아 '보고' 자세를 취했다. 달관이를 담당하는 핸들러 김재현(22) 일병과 박상진(44) 원사는 순간 '찾았다'고 직감했다. 일대를 집중적으로 뒤진 박 원사는 바위틈에 웅크리고 앉아 있던 조은누리(14)양을 발견했다.

경찰과 군 등 연인원 5800명을 투입해도 행방을 찾지 못했던 은누리양을 찾아낸 군 정찰견 달관이(7살)가 영웅으로 등극했다. 은누리양은 달관이처럼 노련한 정찰견이 아니면 찾기 어려운 곳에 있었다. 발견한 지점까지 오르는 것만도 쉽지 않았다. 은누리양이 실종된 청주시 가덕면 내암리 무심천 발원지 부근에서 발견 지점까지 통하는 길은 하나도 없었다. 성인 남성이 오르기에도 경사가 매우 심했다. 산세도 험한 데다 수풀도 무성했다. 박 원사도 정글도(나뭇가지 등을 제거하기 위해 군에서 쓰는 칼)로 수풀을 헤쳐가며 나아갔다. 핸들러 김 일병은 "평소 훈련대로 달관이가 잘 집중해서 은누리양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험한 산중에서 은누리양을 둘러업은 박 원사가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던 것도 달관이 덕분이었다. 달관이가 앞장서 길 안내를 도맡았던 것이다.

달관이는 셰퍼드 종으로 육군 32사단 기동대대 소속 정찰견이다. 정찰견은 뛰어난 후각을 활용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냄새를 찾는다. 작전 공간 내에 존재하는 적군이나 부비트랩 등을 찾아 감시할 수 있는 군견으로, 수색과 정찰 임무를 수행한다.

7년 차 베테랑 정찰견 달관이는 소속 군견 3두 중에서도 최고 선임이다. 1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군견 보수 교육에서 3차례(2014년·2016년·2017년)나 최우수 군견으로 선정됐다. 훈련 때마다 숨어 있는 대항군(훈련을 위해 가장한 적군)을 가장 잘 찾기로 소문났다. 또 병사들도 두려움에 떨게 한다는 헬기 레펠 훈련에서도 용맹을 과시하는 모범적인 베테랑 군견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달관이는 지난 2012년 12월 강원 춘천의 군견 교육대에서 태어났다. 생후 8개월에 치른 군견 평가에 합격해 20주간 정식 훈련을 받고 32사단에 배치돼 활약해왔다. 전체 군견 후보 중 30%만이 이 관문을 통과한다. 군견에 계급은 없지만 군견 교육대를 통과하면 군견병이 한 명씩 배치되고 사료비 등 관리비가 지급된다.

은누리양 발견의 일등공신으로 주목받게 되면서 달관이가 감추고 싶던 과거 이력도 강제(?) 공개됐다. 달관이는 질풍노도의 시기이던 두 살 무렵 '탈영'을 감행했다. 2014년 2월 28일 강원도 춘천의 제1군견교육대로 이송되다 충북 청원군 남이면 중부고속도로 부근에서 군용 트럭의 철망을 뚫고 탈출했다. 그러나 탈출 하루 만인 3월 1일 증평IC 인근 음식점 뒤편 야산에서 붙잡혔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 기사로도 다뤘다. 이후 달관이는 마음을 다잡았는지 훈련에 성실하게 임했다. 그해 군견보수교육에서 당당히 최우수 군견으로 등극했다. '견생역전'이었다.

달관이는 다른 군견과 달리 충성심도 깊어 핸들러 김 일병 외에는 만질 수도 없고 지시도 따르지 않는다. 김 일병은 일일 훈련(약 4시간) 외에도 하루 대부분을 달관이와 함께한다. 틈틈이 달관이 집(견사)에도 방문해 말도 통하지 않는 달관이와 교감을 나누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번 수색에서 핸들러 김 일병과 박 원사의 찰떡궁합 호흡 덕분에 은누리양을 찾을 수 있었다고 군은 설명했다.

인터넷에서는 달관이를 포상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내용은 일계급 특진과 포상 휴가, 포상금, 특별 간식 제공, 훈장 수여 등이다. 이에 대해 군은 "달관이는 계급이 없는 데다 아무 음식이나 먹을 수 없다"며 "다른 방안의 포상 제공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은누리양을 찾아낸 육군 32사단 장병들에게 격려금과 포상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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