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스칸데르·신형방사포 섞어 쏘면.. 방어망 무용지물
低고도로 빠르게 비행, 사드 기지·청주 스텔스機 기지도 타격권
북한이 1일 공개한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다연장로켓)'는 기존 KN-09 300㎜ 방사포(최대 사거리 200여㎞)에 비해 사거리와 성능이 크게 향상된 400㎜급(級) 방사포로 분석된다.
북한은 300㎜ 방사포를 비롯, 수도권과 전방 지역을 겨냥한 5500여문의 방사포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사거리 250㎞의 신형 방사포가 실전 배치되면 북한 방사포의 위협이 더욱 커지게 된다. 신형 방사포는 비무장지대(DMZ) 부근에 배치될 경우 수도권과 주한미군 오산·평택기지, 육·해·공 3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F-35 스텔스기가 배치된 청주기지는 물론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까지 그 사정권에 두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주요 재래식 타격 수단인 방사포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현재까지 우리 군이나 주한미군 모두 마땅한 요격 수단이 없다. 군 당국은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한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에 대해선 최신형 PAC-3 미사일 등으로 요격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방사포에 대해선 요격 수단이 없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또 GPS(위성항법장치) 등 유도장치를 갖춰 미사일처럼 정확도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더구나 방사포는 탄도미사일보다 가격이 싸고 운용이 쉽기 때문에 수백 발 이상을 한꺼번에 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스칸데르급 미사일보다 신형 방사포가 더 위협적"이라고 했다.
북한의 신형 방사포는 기존 북 방사포 능력을 크게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1일 250㎞를 날아간 신형 방사포의 최대 고도는 30여㎞에 불과했다. 기존 방사포는 250㎞를 날아갈 경우 고도가 최소 60㎞이다. 비행 속도도 기존 방사포보다 유난히 빨랐다. 이는 탐지와 요격이 그만큼 더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특징은 한·미 군 당국이 지난 31일 북 발사체를 방사포보다는 이스칸데르급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판단한 근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방사포보다 낮은 비행 고도로 빠르게 날아갔기 때문에 이스칸데르급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결국 비슷한 특징을 가진 미사일과 방사포를 구별하지 못한 셈"이라며 "우리 군의 '킬체인'(Kill Chain)이 무력화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유사시 북한이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과 신형 방사포를 한꺼번에 '섞어 쏘기'할 경우 우리 군의 탐지와 대응에 큰 허점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형 방사포를 탄도미사일로 오판해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군 당국의 발표대로라면 미군도 탄도미사일로 오판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정찰위성 등 첨단 정보 수집 능력을 갖춘 미군까지 기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신형 방사포가 종전 바퀴 달린 차륜형 대신 궤도형 차량에 탑재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차륜형 차량은 포장된 도로에서 이동하지만 궤도형 차량은 숲이나 산악 등 험준한 지형에서도 움직일 수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의 기존 300㎜ 방사포와 비교해 봤을 때 유도 조종 장치 디자인은 큰 차이가 없지만 실루엣이 더 굵어졌다"며 "특히 발사관의 구경이 400㎜ 이상으로 더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또 발사대 1기(基)당 2~4발의 유도 로켓탄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이날 북한이 신형 방사포 사진을 공개한 뒤에도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한·미 정보 당국의 평가에 대해선 변함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방사포와 탄도미사일
방사포(다연장로켓)와 탄도미사일은 로켓을 추진체로 포물선형 궤도를 그리며 비행한다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두 무기의 가장 큰 차이는 유도장치가 달렸느냐 여부다. 방사포는 보통 유도장치 없는 로켓을 사용해왔다. 탄도미사일에는 GPS(위성항법장치)와 INS(관성항법장치) 등 다양한 유도장치가 달려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유도장치가 달린 유도 로켓들이 등장하면서 구분이 애매해지고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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