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A투어 챔프' 신정주 "韓선수 첫 우승이라 더 기뻐"

2019. 7. 2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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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대회 32강서 12번 탈락..자칫 슬럼프될 뻔"
결승전 5세트 럭키샷 (조)건휘 형에게 미안
대회전 1주일 최성원 형 구장서 연습경기하며 배워
그 동안 최고상금 200만원..상금 1억원 실감안나 얼떨떨
"부모님 응원이 큰힘..상금은 부모님 갖다드릴 것"
지난 27일 새벽 서울 잠실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신한금융투자 PBA 챔피언십" 결승전 이후 우승을 차지한 신정주가 테이블 위에서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MK빌리어드뉴스 최대환 기자] 프로당구 PBA투어 두번째 대회인 ‘신한금융투자 PBA 챔피언십’의 최종 승자는 신정주(24)였다. 신정주는 지난 27일 새벽 서울 잠실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조건휘를 세트스코어 4:1로 꺾고 정상에 오르며 우승상금 1억원을 손에 쥐었다.

중학교 3학년 때인 2010년 선수로 데뷔한 신정주는 지난 2016년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대회에서 조명우(실크로드시앤티)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주니어 시절부터 주목받던 유망주였다. 하지만 성인무대 진출 이후에는 전국대회 32강권에 머무는 등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미완의 대기’로 평가받던 신정주는 프로무대에서 드디어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PBA트라이아웃을 통해 프로무대에 데뷔한 신정주는 첫 대회인 ‘PBA투어 개막전 파나소닉오픈’에서 64강에 머물렀다. 하지만 두 번째 대회에서는 16강전에서 오성욱을 제압하더니 8강전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를 꺾었다. 승승장구한 신정주는 결국 프로무대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3쿠션의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결승전 종료 후 새벽 2시께, 우승 여운이 생생하게 남아있던 신정주와 얘기를 나눴다.

"우승이다". 신정주가 우승이 확정된 순간 큐를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경기 후 신정주는 "그 순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마지막 공을 어떻게 쳤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당시를 돌아봤다.
시상식 이후 자신이 사인한 테이블에 누워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신정주. 신정주는 "한국선수 최초의 PBA 우승이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우승 소감이 궁금하다.

=정말 우승할줄 몰랐는데, 우승해서 매우 기쁘다. 동시에 앞으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승 순간 어떤 생각이 떠올랐나.

=사실 그 순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마지막 공을 어떻게 쳤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PBA투어 한국선수 최초 우승이다. 기분이 남다를 것 같은데.

=지난 대회 필리포스가 우승하는 걸 보면서 이번 대회에는 내가 아니어도 한국선수가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선수로서 처음으로 우승해서 기분이 좋다.

▲20대 젊은 선수가 우승하면서 선배들에게도 많은 자극이 될 거 같다.

=나보다 기량 좋은 선배 선수들이 즐비하다. 이번에 공이 잘 맞은 것도 있지만 운도 많이 따라준 것 같다. 이번에 우승했다고 자만하지 않고 더 열심히 연습하겠다.

▲2016년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주니어 시절부터 주목받던 유망주였다. 하지만 성인무대에서는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는데.

=프로에 오기 전 전국대회 최고성적이 32강이다. 그 32강에서 탈락한 것만 12번이나 된다. 그런데 그 경기 대부분 접전 상황에서 지거나 승부치기에서 진 경기들이다. 항상 32강에서 떨어져 자칫 슬럼프에 빠질 뻔했는데 이번에 좋은 성적을 내 다행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어떤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는지.

=이번 대회를 대비해 특별히 다른 것을 연습하지는 않았고, 평소처럼 기본구와 포지션플레이 위주로 연습했다. 몸이 힘든 것보다는 매일매일 같은 일을 반복해야하는 것이 힘들었다. 아직 어려서 사실 많이 놀고 싶기도 했는데 대회를 앞둔 중요한 상황이었기에 그것을 참는 것도 힘들었다. 하하.

▲PBA 세트제 경기방식에 대비한 연습은.

=세트제에 대비한 특별한 연습은 하지는 않았다. 그냥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연습했다. 세트제 경기는 PBA에 와서 처음으로 해봤는데 생각보다 나에게 잘 맞는 것 같다.

▲이번 대회 개막 일주일 전만해도 동료 선수들에게 ‘평소보다 공이 잘 안 맞는다’고 얘기했다던데.

=대회 앞두고 최성원(부산시체육회) 형 구장에서 1주일 정도 연습했다. 성원이 형이랑 연습경기하면서 배우기도 하고, 궁금한 점이 생기면 물어봐가며 연습했다. 그런데 평소보다 공이 잘 안 맞았다. 그런데 성원이 형이 “시합 들어가기 전에 공이 안 맞으면 시합 때는 잘 맞는다”고 해주시더라.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나보다. 하하.

▲준결승전(신남호에 3:2 승)과 결승전(조건휘에 4:1 승) 경기를 돌아본다면.

=두 경기 다 1~2세트에 공이 잘 맞아서 편하게 경기에 임했다. 그런데 3세트부터 공이 잘 안 맞기 시작하면서 경기 전체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경기 전체적으로 보면 상대 선수들에게 공 배치가 어렵게 가는 등 나에게 운이 많이 따라줬다고 생각한다.

▲두 경기 다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경기력이었나.

=반반이다. 초반은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실수가 많았다. 거기에 며칠 동안 쉬지 않고 경기한데다 준결승, 결승전 경기시간도 늦은 시간이라 체력적으로 힘에 부쳐 많이 흔들렸다. 두 경기 다 2세트를 먼저 이긴 뒤 집중력도 흔들렸다.

▲16강전부터 지난 대회 공동3위를 차지했던 오성욱을 만나는 등 대진이 매우 험난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나.

=모두가 나보다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내 것만 열심히 치자’는 생각으로 편하게 경기하려고 노력했다.

▲8강전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그리스)를 만났다. 이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했는데.

=1세트 1이닝에 하이런 12점을 치는 등 경기 출발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경기가 잘 풀렸다. 또 내가 득점하기 좋은 포지션으로 공도 잘 받았고, 포지션플레이도 잘 됐다. 거기에 필리포스가 나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연속으로 득점을 허용하니 당황하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든다.

▲4강전에서는 1~2세트를 먼저 이기고 3~4세트를 연속으로 졌다. 세트스코어 2:2가 됐을 때는 어떤 심정이었는지.

=솔직히 1~2세트를 잘 쳐서 편하게 경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3세트에서 2점을 남기고 시도한 대회전 뱅크샷이 빗나간 순간부터 경기가 어려워졌다. 그 실패 여파가 4세트까지 영향을 미치더라. 4세트는 거의 포기하는 심정으로 경기를 치렀고, ‘5세트에 올인하자’는 생각을 했다.

"(조)건휘 형 미안해요". 시상식 이후 준우승을 차지한 조건휘(왼쪽)는 우승자 신정주에게 "정말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신정주는 인터뷰에서 "5세트에 나온 럭키샷 때문에 우승한 것 같아 건휘 형한테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신정주(오른쪽)가 인터뷰에 앞서 이날 경기의 TV 해설을 맡은 지난 대회 준우승자 강민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강민구 역시 신정주의 우승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결승전 상대였던 조건휘와 평소에도 친분이 있나.

=(조)건휘 형이랑은 나이대가 비슷(조건휘 27세)해서 시합장에서 보면 항상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하지만 건휘 형은 서울에서 활동하고 나는 주로 부산에 있기 때문에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지는 못한다.

▲결승전 시작 전 조건휘 선수와 특별히 나눈 얘기가 있나.

=시합 전에는 선수들끼리 말을 잘 안 하는 편이라 특별히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그런데 경기 끝나고 생각해보니 마지막 5세트에 나온 럭키 샷 때문에 우승한 것 같아 건휘 형한테 미안한 마음이다. 그게 마음에 걸린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힘들었던 경기는.

=정말로 쉬운 경기는 하나도 없었다. 모든 경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적극적인 뱅크샷 시도와 창의적인 플레이가 눈에 띄었다.

=뱅크샷이 2점으로 인정되는 규칙이 도입되면서 같은 상황이어도 의도적으로 뱅크샷을 먼저 생각하고 시도했다. 그리고 나는 창의적인 플레이를 잘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확률이 높은 선택을 먼저 하는 편이다. 이번 대회에서의 플레이는 그다지 창의적인 플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경기를 지켜본 분들이 창의적이라고 말씀해주시더라.

▲부모님이 선수생활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신다고 들었다. 오늘 경기장에는 못 오셨는데 경기 끝나고 부모님과 통화는 했나.

=결승전이 끝나고는 아직 통화하지 못했다. 준결승 끝나고 잠깐 통화했는데 지금까지 충분히 잘했으니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경기하라고 말씀해주셨다.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부산 사람이라 표현을 잘 못한다. 하하. 지금까지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는데 그럴 때마다 부모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결승전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신정주. 신정주는 우승상금 1억원을 어디에 쓸 것인지 묻는 질문에 "아직 어떻게 쓸지 정하지 못했다. 일단 부모님께 먼저 갖다드려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우승상금이 1억원이다. 지금까지 국내 3쿠션대회에서는 못 보던 금액이라 체감이 클 것 같은데.

=지금까지 단일대회에서 받아본 가장 큰 상금이 100만~200만원이었다. 막상 큰 상금을 획득하니 좀 얼떨떨하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8강전부터는 우승상금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이기고 싶다’,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우승상금은 어떻게 쓸 계획인지.

=정말 우승할 걸로 생각 못했기에 아직 어떻게 쓸지 정하지 못했다. 일단 부모님께 먼저 갖다드려야 할 것 같다. 부모님도 기대하고 계실 것 같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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